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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내일 봐

권하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미 후회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아하니 민도준이 그녀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 물론 비웃긴 했지만 말이다.

이미 골치 아픈 일이 넘쳐나는 그녀로써는 한 가지라도 덜고 싶은 마음에 억지 미소를 지었다.

“더 할 말 없으면 저 먼저 가볼게요.”

“잠깐만.”

긴 다리를 들며 막아서는 민도준의 동작에 권하윤은 할 수 없이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시죠?”

말투도 한껏 인내심이 묻어났다. 민도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감상하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내일 내 전화 기다려.”

그 말에 권하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 민도준의 태도는 아주 명확했다. 그걸 그녀도 눈치챘고. 게다가 오늘 있은 일은 정말 해프닝에 불과한데 앞으로 또 더 만나자니 놀랄 수밖에.

‘설마 계속 만나자는 건가?’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민도준은 “선심” 쓰듯 되물었다.

“내가 데리러 가길 원하나?”

“아니요!”

권하윤은 곧바로 억지 미소를 짜냈다. 여기서 더 버티면 당장이라도 표정이 와르르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

“어떻게 그래요. 제가 찾아가죠.”

“그래, 가 봐.”

-

휴게실을 떠난 권하윤의 얼굴은 아니나 다를까 바로 와르르하고 무너졌다.

곧이어 욕지거리가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그 상대는 당연히 휴게실 안에 있는 민도준이었다.

그렇다고 한들 크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나도 큰 신분 차이 때문에 한껏 조심한데다가 집에 큰 변고가 찾아온 그날부터 그녀는 자기 인생이 평화와 자유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민혁 덕분에 같은 색 같은 기장의 비슷한 드레스로 갈아입은 덕에 그녀는 사람들의 관심을 피할 수 있었다.

존재감을 한껏 숨긴 채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다가 연회가 끝날 때가 되어서야 그녀는 비로소 연회장을 떠났다.

하지만 전화상으로 그녀에게 불같이 화내던 민승현은 그녀를 집에 데려다줄 마음도 없는 모양이었다. 오히려 강민정이 그의 팔짱을 낀 채 승리자의 자태를 뽐내며 그녀를 힐끗힐끗 뒤돌아 볼 뿐.

강민정은 권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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