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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민도준의 전화를 놓치다

권하윤을 바라보는 이승우의 표정은 조금 차가웠다.

“너 아버지를 믿어?”

“믿어. 아버지는 한평생 정직하게 살아온 분이셔. 그런 일을 할 분이 절대 아니야.”

확고한 대답에 이승우의 표정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거면 됐어. 아버지가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면 됐어.”

“그게 무슨 말이야? 그거면 됐다니? 오빠, 그때 아빠 곁에 있은 사람이 오빠니까 알 거 아니야. 아빠는 대체 왜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는데? 그리고 공은채. 공씨 가문에서 그 여자의 죽음을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가 대체…….”

“윤아.”

권하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승우의 짤막한 부름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에는 거역할 수 없는 엄숙함이 묻어 있었다.

“더 이상 묻지 마. 다 지난 일이야.”

“지난 일? 아빠처럼 사람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던 음악가가 하루아침에 손가락 받으며 누명을 쓴 채 투신했는데, 그렇게 몸이 산산이 부서진 채 돌아가셨는데 나더러 어떻게 그냥 지나가라고!”

눈시울이 붉어진 권하윤을 보자 이승우는 끝내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동생이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었다.

“윤아, 그러지 마. 오빠가 이렇게 빌게.”

그 한 마디에 권하윤은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기라도 하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공씨 가문 때문에 살길을 찾아 죽은 척 위장까지 했으면서, 그러지 않았더라면 죽었을 거면서 진실을 안다 한들 내가 뭘 할 수 있어?’

갑자기 몰려오는 무력감에 목이 메어왔다.

“알았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나지막하게 한 마디 꺼냈다.

“휴식 잘해. 며칠 뒤에 다시 찾아올게.”

그런 권하윤을 보면서 이승우는 입을 벙긋거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

병실을 나가는 순간 권하윤은 올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정신을 가다듬은 뒤 곧바로 떠나는 대신 요양원 의사를 찾아가 이승우의 상태에 대해 물어봤다.

사실 어머니와 여동생도 보러 가고 싶었지만 요양원 사람들이 계속 다그치는 바람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고 미련이 남은 듯 고개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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