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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이리 와, 가르쳐 줄게

“네?”

권하윤은 놀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참하고 우아하던 권희연과 민도준이 묘사한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매치가 되지 않았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권하윤의 표정에도 민도준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입에 담배 하나를 물더니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를 테이블 위에 던지며 그녀를 바라봤다.

“와서 불 붙여.”

권하윤은 몇 초 침묵하더니 앞으로 다가가 금색 라이터를 주워들었다.

하지만 라이터의 생김새는 지금껏 그녀가 봐왔던 것과는 달랐다. 뚜껑도 없는 데다가 구멍이 옆으로 나있었다. 몇 번을 시도했지만 불은 여전히 붙지 않았다.

짧은 순간 모든 정신이 라이터에 빠져 민도준이 자신을 훑어본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이리 와. 가르쳐 줄 테게.”

일인용 소파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민도준을 보니 어디에 앉아야 할지 답은 정해진 듯싶었다.

더한 짓도 했기에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모든 잡생각을 버리고 다가가 남자의 한쪽 다리 위에 앉았다.

하지만 민도준은 웬일로 정말 라이터를 켜는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권하윤의 등 뒤에서 그녀를 안은 자세로 손에 있는 라이터를 켜며 인내심 많은 선생님인 양 입을 열었다.

“이건 빈티지 디자인이라 이쪽을 당기고 이렇게 밀어야 돼…….”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며 고막을 뚫고 들어왔다.

남자의 품에 안긴 채 몸을 붙이고 있어 한껏 좁아진 공간 때문인지 권하윤은 산소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 봐.”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도 잠시, 라이터는 다시 그녀의 손에 놓여졌다.

금속 라이터는 남자의 손에 한참 쥐어 있었던 탓인지 처음처럼 차갑지 않았고 오히려 따뜻한 온기를 띠고 있었다.

권하윤은 모든 신경을 라이터에 쏟았다.

전에 라이터를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 데다가 이상한 디자인 때문에 아무리 애써봐도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몇 번의 시도에도 미약한 불꽃이 튀었다가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두 사람의 맞닿은 피부에서부터 미세한 열기가 점점 피어올랐고 방 안의 온도는 점차 높아졌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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