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선배님은 생각이 깊습니다.”손항준은 마치 조무석의 애완견처럼 그를 따랐다.무술 협회의 사람이 곁에서 보았다면, 평소에 고고한 태도의 손항준에게 이런 모습이 있다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들어가자.”조무석이 명령처럼 얘기한 후 저택으로 발을 내디뎠다.낯선 두 남자의 침입에 저택은 마치 무슨 스위치라도 눌린 것처럼, 사방에서 경호원이 뛰쳐나와 조무석과 손항준을 에워쌌다. 앞장선 경호원은 두 사람을 힐긋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후 입을 열었다.“두 분은 뭐 하시는 분이길래 마음대로 주씨 가문 소유의 저택에 침입하는 겁니까.”하지만 두 사람은 전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손항준은 경호원이 가득 나오는 것을 보면서 여유롭게 웃더니 말했다.“주씨 가문의 가주는 어디 있나. 당장 나오라고 해!”“감히, 여기가 어디라도 함부로 입을 놀려! 여기는 남양 최고 명문가인 주씨 가문이야! 아무리 남양시 시장이라고 해도 주씨 가문에 오고 싶으면 먼저 예약해야 하는 거야! 다들 이 두 놈을 잡아서 족쳐!”주씨 가문의 경호원은 두 사람의 태도에 발끈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다 죽여버려! 당장 쫓아내!”이윽고 그의 뒤에 있던 사람들이 단봉을 휘두르며 달려갔다.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리더니 이윽고 열 명이 넘는 남자들이 바닥에 쓰러졌다.조무석과 손항준에게 있어 경호원 열 명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소란스러운 소리는 주동필의 주의를 끌기 충분했다. 마침 주하은도 집에 있었다.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문 앞에 나타났다.주동필은 이 장면을 보고 두 사람이 좋은 뜻을 품고 온 것은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주동필은 이런 상황에서도 놀라지 않고 바로 호통을 쳤다.“멈춰!”주동피링 나타나자 손항준은 경호원들을 향한 공격을 멈추고 말했다.“당신이 바로 주씨 가문 가주?”“그래, 나다. 두 사람은 누구이고 무슨 일로 온 것이냐.”주동필은 병이 나은 후부터 점
조무석과 손항준이 떠난 후, 주하은은 저도 모르게 걱정되는 마음으로 얘기했다.“할아버지, 어떡해요!”그녀는 주씨 가문이 이 상황을 어떻게 버텨내야 할지 몰랐다.만약 조무석이 싸움을 선포한 일을 최서준에게 알린다면 두 사람은 바로 싸울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최서준은 너무 젊기에 조무석같이 경험이 많은 자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최서준한테 얘기하지 않는다면 주씨 일가는 멸망의 위기에 처한다.주하은이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할아버지, 도망칠까요?”“이 멍청한 아이야. 도망친다고 한들 어디로 가겠니. 우리가 도망쳐도, 다른 주씨 가문 사람들은 어쩌고?”주동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주씨 가문이 겨우 최서준의 힘을 빌려 남양에서 우뚝 서서 남양 제일 명문가가 되고 있었는데, 바로 이렇게 적이 나타나다니.다른 사람은 몰라도 주동필은 알 수 있었다.남양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주동필은 조씨 가문 노조인 조무석을 알 뿐만 아니라 만나본 적도 있었다.20년 전의 일은 남양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그 후 비밀의 고수가 나타나 조무석을 쫓아냈다고 한다. 20년이 지났지만 조무석은 그 모습 그대로였다.주동필은 단번에 그를 알아보게 되었다.“얼른 최 대가님한테 알려서 숨어있으라고 하자.”생각하던 주동필은 결국 핸드폰을 꺼내 최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청주. 현무 기지.송호건이 떠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최서준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주동필의 전화였다.이 번호는 최서준이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알려준 번호다.그리고 주동필은 그 소수의 사람들 중 한 명이다.전화를 받은 후 최서준은 바로 물었다. “어르신, 무슨 일입니까?”“최 대가님, 아직 청주에 계시죠? 요즘 남양에 절대 오지 마세요.”전화기 너머의 주동필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왜죠?”최서준이 호기심에 물었다.“조무석이 남양에 왔습니다. 최 대가님을 찾겠다고 난리입니다. 보름 후에 목숨을 걸고 싸우자고 선전포고를 했습니다!”주동필은 숨기지 않고 얘기했다.“최
총사령관이 그들에게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저번에 그들이 보인 건 최서준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을 때였다.그리고 더 그 전은 엽창원이 살아있을 때였다.최서준이 현무 총사령관으로 오기 전까지 4대 천왕은 다 그를 무시했었다.“나도 몰라. 나한테 물어보지 마.”화천왕이 옆에서 얘기하며 눈으로 누군가를 가리켰다.사무실에는 4대 천왕 뿐만이 아니라 염부용과 우영원도 있었다. 화천왕이 가리키는 건 이 두 명이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화천왕은 알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이곳에 나타난 것은 두 사람이 총사령관과 많은 교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현무의 4대 천왕이 다 모여있자 염부용과 우영원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다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우영원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난 듯 넌지시 물었다.“설마 어제 소문 때문일까요?”“무슨 소문?”풍천왕이 물었다.“남양에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멸망한 조씨 가문의 노조인 조무석이 갑자기 나타나 주씨 가문에 들이닥쳐 사상자가 나왔을 뿐만 아니라 최 대가님한테 목숨을 걸고 싸우자고 선전포고를 했다고 합니다. 남양의 최 대가님은 바로 우리 현무 총사령관님입니다!”우영원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실토했다.최서준은 현무에서 자기 신분을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현무의 사람들은 그가 남양 출신인 것을 알았다. 그가 남양의 유명한 최 대가인 것도 알고 있었다.“청룡도 어쩌지 못한 그 조무석? 들어보니 20년 전에 이미 종사가 되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더욱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고 있겠지. 아무리 우리 총사령관님이라고 해도 상대가 되지 못할 거야. 이걸 어쩌지.”“조무석 따위가 뭘 어쩔 수 있는데.”“우리 총사령관님이 가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을 거야.”“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청주에 와서 현무 기지까지 쳐들어올까?”“조무석이 온다면 난 당장 미사일을 쏠거야.”4대 천왕이 토론하면서 얘기했다.화천왕은 미사일을 쏘자는 얘기까지 했다.다들 알다시피 아무리 종사라고 해도 미사일은 이길 수 없다.그리고
현양결!이건 바로 어르신이 최서준에게 물려준 “9일 현양결”중의 하나이다. “9일 현양결”의 특점은 그가 하늘과 땅의 기운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최서준이 가져온 것은 “9일 현양결” 중의 한 부분이었다. 한 부분이지만 기운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바로 분기술이었다.현양결을 수련한 사람이라면, 경지의 높고 낮음을 떠나, 그들의 목숨은 최서준에게 달린 것과 같았다.만약 최서준이 원한다면 “현양결”을 수련한 사람을 그의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쉬운 일이었다.이게 바로 “9일 현양결”이다.어르신이 얘기했었다. 만약 자기 사람을 만들고 싶다면 “현양결”을 선택하라고.실력을 확 제고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절대 배신을 못 하게 한다.그래서 대충 초등학생 공부책에 써서 보여줬다. 하지만 어르신은 “현양결”을 함부로 가르치면 안 된다고 했다.이런 위험한 술법은 나쁜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안되니까.이들이 대하를 위해 목숨을 건 현무가 아니었다면, 최서준도 절대로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들은 몇 페이지 보더니 바로 그 내용에 빠져버렸다. 역시 4대 천왕 아니랄까 봐.원래도 통맥경 대성이었으니 종사와 얼마 차이 나지 않았다.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항상 4대 천왕을 절망으로 빠뜨렸다.그러나 지금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몸 안의 내공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았다.“이건...”“이런 기술을 저희한테 준다는 겁니까?”성격이 급한 화천왕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통맥경 대성인 그들이 이 책을 보자마자 내공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이건 그들에게 있어서 천재일우의 기회였다.아무리 보잘것 없어 보이는 필기장에 적은 것이라고 하나 그 내용은 비범했기에 화천왕은 저도 모르게 손을 덜덜 떨었다.감격한 그들과는 달리, 최서준은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러니 이제 가서 수련하세요. 실력을 키울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합을 잘 맞출 수도 있으
최서준도 그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저 몇 마디 더 얘기한 후 그들더러 폐관 수련을 시작하라고 했다.그리고 우영원과 염부용을 남게 했다.4대 천왕이 나가고 총사령관은 두 사람만 남겼다.염부용은 참지 못하고 얼른 물었다.“총사령관님, 저희도 “현양결”을 수련하면 안 됩니까?”염부용의 모습을 본 최서준은 작게 웃었다. ‘정말 성격 급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최서준은 자기가 현무 총사령관이 된 것도 염부용의 이러한 성격 때문이라는 것을 떠올렸다.그가 국가를 향한 마음과 충성은 아주 깊고 진한 것이었다.정색한 최서준은 엄숙하게 얘기했다.“염부용 씨, 우영원 씨. 더욱 높은 도술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내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괜찮겠습니까?”최서준은 두 사람을 제자로 키우고 싶었다.4대 천왕과 8대 호법과는 다르게, 염부용과 우영원은 고아 출신으로 최서준과 같은 처지였다. 그리고 지금은 다 현무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를 하고 있다.온몸의 흉터가 바로 그 증거다. 최서준은 이런 두 사람을 제자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자기 스승인 어르신에게 떳떳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르신은 자기가 꼭 최서준을 각성하게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서준은 아직도 스승님이 어느 종문인지도 몰랐다. 최서준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멍해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두 사람은 무릎을 꿇고 공경하게 앉아 얘기했다.“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그래요.”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책만 툭 던져주던 아까와는 달리, 최서준은 직접 두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었다.“날 스승으로 섬기겠다고 했으니 선물을 하나 드리죠.”최서준은 말을 마친 후 품에서 조화단 2알을 꺼냈다.저번에 경주에 가서 어렵사리 얻어온 약재로 만든 것인데 최서준의 마음에는 썩 들지 않았다.그래도 귀한 것이라 종사들이 손꼽아 바라는 것이다.이 조화단의 가치는 측정할 수도 없다.거의 죽어가는 최아현도 단번에 살린 조화단이 아닌가.그러니 더 설명
“서준아, 누나 좀 기다려줘. 예쁘게 하고 나가야 다른 여자들이 널 넘보지 않지. 넌 지금 청주의 명문가 아가씨들이 가장 탐내는 신랑감이라고.”최아현이 방 안에서 얘기했다.“누나, 아직도 그렇게 날 몰라요? 더 늦으면 예약한 식당이 문을 닫게 생겼다고요.”최서준은 가족들 앞에서만 고분고분하고 착했다.“알겠어. 나갈게.”방문이 열리고 최아현이 걸어 나왔다.원래도 예쁜 최아현이 각 잡고 꾸미자 연예인 못지않은 아름다움을 뽐내었다.전에는 군복을 입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지금은 드레스를 입어 평소와 완전히 달랐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기 충분했다.최서준은 저도 모르게 넋이 팔려서 그녀를 쳐다보았다.“누나, 정말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어요. 이러니까 데리고 나가기 싫어지잖아요.”최서준이 농담으로 얘기했다.이런 장면은 혼자서만 보고 싶었다.최서준의 반응을 본 최아현은 더욱 기뻐했다.“왜, 내가 도망갈까 봐서 그래? 약속할게. 네 곁에 계속 머물러 있겠다고.”“아니요. 사람들한테 맞을까 봐 그래요.”최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웃기는 소리하네. 네가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거면 모를까.”최아현은 밉지 않게 그를 흘겨보며 먼저 최서준의 손을 잡았다.호텔 로비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너 내가 누군 줄 알아? 사람 좀 찾아보라고 했더니 감히 날 거절해? 당장 널 잘라 버릴 수도 있어!”한 여자가 호텔 프런트 직원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죄송합니다. 손님의 자료는 개인 비밀이니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공식 수색 영장이 없다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프런트의 직원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공식 수색 영장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난 우씨 가문 사람이라고! 호텔 매니저 불러와! 너 같은 직원이 우씨 가문이 뭔지는 알겠어?”우씨 가문 여자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여전히 떵떵거리며 소리 질렀다.“우씨 가문? 청주에서 강씨 가문 다음으로 가장 큰 가문이 우씨 가문 아니야?”“강씨 가문은 이제 사라졌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 앞에는 스포츠카가 줄을 지어 서 있었다.바로 우씨 가문 사람들이었다.가장 앞장선 것은 우씨 가문의 김춘희였다. 그 뒤로는 우해룡, 우동산 등 사람들이 서 있었다.“시화야, 아현이는, 아현이는 어디 있어? 얼른 날 데리고 가!”김춘희의 걸음걸이는 전혀 할머니 같지 않았다.현무 총사령관 위임식이 끝난 후, 김춘희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최서준이 복수를 하러 올까 봐 걱정되었다.입장 바꿔 생각해 보아도, 만약 자기가 그런 일을 겪었었다면, 김춘희는 바로 복수하려고 길길이 날뛰었을 것이다.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현무의 사람은 전혀 우씨 가문에 찾아오지 않았다.그래서 김춘희는 아직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일단 최아현과 화해를 한다면 청주 우씨 가문은 멸문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이고 운이 좋으면 청주에서 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우씨 가문의 운명이 다른 사람 손에 달려있다니.이럴 줄 알았다면 최아현과 최서준을 그렇게 대하지 않았을 것이다.그 생각만 하면 김춘희는 후회막심이었다.그녀는 얼른 분부해서 얼른 최아현을 찾으라고 했다.그리고 지금 최아현의 소식을 들은 후 참지 못하고 얼른 모든 가문의 사람을 불러와 온 것이었다.“할머니, 최아현은 스위트룸 888번에 있대요.”김춘희가 온 것을 본 우시화는 얼른 자기가 세운 공을 얘기하면서 그들을 데리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그와 동시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마침 최아현이 걸어 나왔다.화려하게 바뀐 최아현의 모습을 보고 우씨 가문 사람들은 순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최아현의 변화는 약간 컸다. 같은 여자인 우시화도 저도 모르게 질투심이 불타올랐다.어디서 온 여자길래 이렇게 예쁜 건지. 물론 자기랑 비교하면 약간 떨어지지만 말이다.하지만 우해룡은 두 눈이 번쩍 뜨였다.얼마나 아름다운 여자인가!약간 익숙하다는 기분도 들었지만 어디서 본 사람인지 떠오르지 않았다.우해룡은 얼른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고 싶었다.우시화는 우해룡의 표정을 보자마자 그가
김춘희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다가가 최아현을 안으려고 했다.“무슨 상황이야?”사람들은 멍해서 물었다.“저 여자는 또 누구야. 청주의 제일 명문가 가주가 저 여자 앞에서 사과를 한다고? 이거 꿈이야? 현실 맞아?”“저분이 손녀라고 하는 거 못 들었어? 우씨 가문 사람이겠지.”“너 같으면 사람들 앞에서 손녀한테 사과할 것 같아? 저런 표정으로?”“그렇긴 하네. 그럼 저 여자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아현... 익숙한 이름이긴 한데. 설마 청주의 왕?”청주의 제일 명문가였던 강씨 가문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강씨 가문의 멸망이 한 여자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다 비밀 유지서 때문에 입을 열지 않자 이 소문은 더욱더 흉흉해졌다.다들 그 여자는 그저 도화선일 뿐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최아현은 옆으로 비켜서 김춘희를 피하면서 입을 열었다.“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이미 연을 끊었잖아요. 당신이 직접 얘기한 겁니다.”그 말을 들은 김춘희는 최아현이 여전히 그 일로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김춘희는 아까 뺨을 맞아 아직도 멍해 있는 우시화를 끌고 와서 계속 얘기했다.“아현아,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겠어. 넌 내 손녀야. 이건 바꿀 수 없는 사실이고. 만약 시화가 네 별장을 빼앗은 일 때문이라면 지금 당장 사과하게 할게. 그 별장은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어!”“그만 하세요. 그 별장에서 더는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갑자기 언제 길바닥에 나앉을지 모르잖아요.”최아현은 고개를 젓고 속으로 혀를 차며 얘기했다.“아현아, 그때는 내가 확실히 잘못했어. 하지만 나도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그 자식이 그때는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니 그가 현...”거기까지 말한 김춘희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얼른 입을 막았다.비밀 유지서를 썼기에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아현아, 제발 돌아와. 네가 돌아온다면 우씨 가문을 다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