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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박시언의 말을 들은 소은영은 머리를 숙이고 얌전하게 그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모습은 화들짝 놀란 토끼를 방불케 했다.

박시언의 싸늘한 시선은 전생과 똑같았다. 김하린은 순간 마음이 깊게 가라앉았다.

고맙다고 말하려 했는데 지금 보니 박시언은 아예 신경 쓰지 않는 듯싶었다.

“나 너무 피곤하네. 두 사람 편하게 있어.”

김하린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이젠 박시언과 소은영에게 아예 관심이 없다.

오늘 밤에 손정원이 쉽게 그녀에게 손을 쓸 수 있다는 건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설명한다.

김하린은 언제까지 박시언에게 기댈 순 없다. 자신을 보호할 능력을 슬슬 갖추어야 한다.

다음날, 김하린은 일찍 외출 준비를 했다. 이제 막 아래층으로 내려왔는데 최미진이 거실에 늠름하게 앉아 계시고 소은영이 옆에 서 있었다. 보아하니 그녀는 금방 운 모양이다.

“할머니?”

김하린이 미간을 구겼다.

최미진은 평소에 더 빌리지에 거의 오지 않는데 오늘은 갑자기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걸까?

“시언이가 그러는데 너 2조 원 주고 땅을 샀다며?”

최미진은 살짝 죄를 묻는 식으로 그녀에게 캐물었다.

김하린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어르신의 옆에 앉아서 차를 따라드렸다.

“네, 맞아요.”

“어젯밤엔 원수를 져서 납치까지 당했고?”

“네...”

김하린은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우리 집안은 평범한 집안이 아니잖니. 결혼한 여자는 얼굴을 자주 드러내면 못 써. 사업은 남자들이 알아서 하는 거고 너는 지금 임신에 가장 신경 써야 해. 딴마음 품은 것들이 그 틈을 노릴라.”

최미진이 의미심장한 눈길로 옆에 있는 소은영을 쳐다봤다.

김하린도 그녀를 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소은영의 눈시울이 또다시 빨개졌다.

“할머니, 저는 단지...”

“그 입 닥쳐. 너 따위가 어딜 함부로 끼어들어 끼어들긴!”

소은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시언의 안목이 점점 후지단 말이지. 여기가 어디라고 개나 소나 다 들이는 거야!”

최미진이 소은영을 대하는 태도를 지켜보면서 김하린은 저도 몰래 전생이 떠올랐다.

전생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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