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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박시언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몸도 살짝 굳었다. 김하린은 그런 그를 억지로 비집고 안에 들어갔다.

방안에 불빛이 흐릿하고 거실에 어느새 근사한 저녁 식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 광경을 본 김하린도 표정이 확 변했다.

이건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최미진의 아이디어였다. 어쩐지 백화점에서 나온 후 한사코 박시언더러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라고 하더라니, 이 타이밍만 노린 거였다.

“김하린, 너 참 대단해.”

“나 아니야.”

김하린이 해명하려고 했지만 박시언은 이미 쇼핑백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고개도 안 돌린 채 문을 박차고 나갔다.

하지만 밖에 나와보니 기사가 차를 몰고 떠나갔다.

이 광경을 본 김하린은 최미진의 의도를 철저하게 알아챘다. 오늘 밤에 두 사람이 함께 보내지 않으면 최미진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용쓰지 마.”

김하린이 말했다.

“네가 거실에서 자. 난 안방에서 잘게.”

박시언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째려봤다.

“경고하는데 수작 부리지 마.”

말을 마친 후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박시언은 증오에 찬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 이에 김하린도 저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봐, 김하린. 이게 바로 네가 박시언 좋아한 대가야. 아무리 좋아해도 저 사람 눈엔 그저 하찮은 수법이나 쓰는 여자밖에 못 돼.’

실은 김하린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박시언에게 그녀는 이렇게까지 볼품없는 여자였다니!

김하린은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 정성껏 차려놓은 만찬을 내려다봤다.

박시언은 입맛이 없다고 하지만 그녀는 최미진과 함께 종일 쇼핑하느라 지칠 대로 지쳤다.

“진짜 안 먹어?”

“입맛 없어.”

박시언은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었다.

김하린도 인사치레로 물어볼 뿐 진작 머리를 숙이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녀가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저녁을 먹자 박시언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김하린은 이전보다 뭔가 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또 정작 어디가 달라진 건지 콕 집어서 말할 수도 없었다.

박시언의 이런 눈빛을 느꼈는지 김하린도 고개 들어 그에게 물었다.

“너도 먹게?”

“안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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