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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한태형은 예리한 눈길로 그녀를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

김하린은 순간 숨이 확 멎었다.

마지막 큰 문제를 확실히 그녀가 일부러 잘못 썼으니까.

이 문제를 잘못 쓰기 전, 김하린은 이미 다른 문제의 점수를 다 계산해 보았는데 충분히 대학원 합격선을 넘을 수 있었다.

남들이 볼 때 그녀는 금융 지식에 대해 전혀 접촉한 적이 없는 사람인지라 갑자기 충격적인 성적을 내놓으면 비난이 난무할 것이고 박시언도 의심할 게 뻔하다.

‘그런데 한태형이 어떻게 안 거지?’

“너 내 시험지 몰래 봤어?”

김하린이 정색하며 물었다.

“시험장에서 함부로 두리번거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 시험지를 훔쳐보면 안 되는 거 몰라? 너 이거 커닝이야!”

한태형은 우습다는 듯이 몸을 기울이고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나 백지 냈어.”

김하린도 전혀 겁먹지 않은 채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그래? 너 혹시... 한 문제도 모르는 거야?”

한태형이 미간을 확 구겼다.

이에 김하린이 말을 이었다.

“한 문제도 못 풀었으면서 무슨 자격으로 내가 일부러 마지막 문제를 잘못 썼다고 하는 거야?”

한태형이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녀가 대뜸 가로챘다.

“네가 대시하는 방식이 아주 독특한 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난 공부 못하는 애들은 별로라서. 기회 되면 다음에 또 봐.”

김하린은 한태형의 팔 사이를 빠져나갔다.

한태형은 그런 그녀가 너무 웃겼다.

‘내가 대시를 해? 게다가 공부도 못한다고 내가?’

이때 문밖의 경호원이 말했다.

“도련님, 사장님께서 시험 끝나는 대로 바로 집에 돌아가라고 하셨습니다.”

한태형은 휘파람을 불었다.

그는 원래 A대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인제 보니 나름 흥미진진했다.

“형한테 전해요. 나 A대 다닐 거예요.”

경호원은 화들짝 놀랐다. 순간 본인들이 잘못 들은 줄로 착각할 뻔했다.

집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도련님은 한사코 A대에 안 다닌다고 거부했으니까.

저녁 무렵, 김하린이 더 빌리지 대문에 들어서자 거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최미진이 정색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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