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7화

전생에 박시언의 말 한마디면 그녀를 곤경에서 구해줄 수 있었는데 정작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옆에서 매정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김하린은 제 손등에 올린 박시언의 손을 툭 쳐냈다.

이에 박시언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

다행히 이 제스처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연회가 끝난 후 박시언과 김하린은 나란히 손을 잡고 김씨 일가를 떠났다. 문밖을 나선 후 김하린은 손을 빼냈다.

박시언은 텅 빈 손이 살짝 적응이 안 됐다.

잠시 후 김하린이 먼저 물었다.

“여긴 왜 왔어?”

“혼자 오면 서운함을 당할 걸 뻔히 알면서 왜 기어코 혼자 오려고 한 거야?”

김하린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너한테 물었었잖아.”

박시언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오늘 은영의 생일이라 그리로 가봐야 해.”

“소은영 생일이라고?”

김하린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근데 여길 왜 와?”

박시언은 그 누구보다 소은영을 중히 여긴다.

김하린의 말투에 이 남자는 저도 몰래 미간이 구겨졌다.

“이 가족 연회는 우리 집안과 너희 집안이 관련된 자리이니 당연히 와야지.”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달라.”

김하린이 나지막이 구시렁댔다.

박시언은 그녀의 말이 잘 안 들렸다.

“뭐라고?”

김하린이 침묵했다. 전생에도 박시언은 가족 연회가 열리는 걸 알았지만 그녀와 함께 와준 적이 없다. 항상 그녀 홀로 까다로운 진애경이나 다른 방계 친척 어르신들을 상대하게 내버려 두었다. 심지어 나중에는 안 가겠다는 핑곗거리조차 귀찮아서 지어내지도 않았다.

“소은영 생일 같은 중요한 날에 네가 가서 함께 있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건 네가 신경 쓸 바가 아니고.”

소은영 얘기에 박시언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은영이는 어려서부터 부모 없이 자랐고 애가 참 사려 깊고 착해. 너희 집안 가족 연회라는 걸 알자마자 나한테 전화 와서 일단 여기부터 다녀오라고 했어. 나도 연회 끝나거든 금방 가서 함께 생일을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박시언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알아챘다.

김하린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