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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일부러 의미심장한 척하는 한태형에게 그녀가 쌀쌀맞게 대답했다.

“아니, 전혀.”

한태형에겐 실로 의외인 대답이었다.

“안 궁금해?”

“관심 없어.”

어차피 누가 가르치던 그녀는 얌전히 공부하고 순조롭게 졸업만 하면 되니까.

“너 그럼 내가 누군지는 알아?”

“한태형, 방금 교수님이 말했잖아.”

“그런데 감히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김하린은 머리를 돌리고 한태형을 빤히 쳐다봤다.

“미안한데 지금 수업 중이야.”

한태형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이제 막 김하린에게 가까이 다가가 계속 더 얘기하려 했는데 강단 위에서 배주원이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맨 뒷줄에 앉은 그를 가리켰다.

“맨 뒷줄에 학생, 수업 시간에 여학생에게 작업 거는 거 아니야!”

‘자식이, 어딜 감히! 내 친구 여자는 반드시 내가 지켜!’

한태형은 불만스러운 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배주원을 본 순간 의외로 화를 내지 않았다.

뭇사람들은 눈치채고 있었다. A대도 단연코 만만한 학교가 아니다. 다들 재벌가의 자제들이라 일반 교수들은 감당하기 힘들 터이니 배주원처럼 더 막강한 조건의 인물을 일부러 내세우고 있었다.

배주원의 뒤에는 서도겸이 있다.

그는 해성에서 세력이 없는 것 같았지만 서호철이 공식 석상에서 손자라고 알린 이후로 나름 입지를 굳힌 셈이다.

또한 그는 망명자 신분이다.

기업마다 더러운 뒷거래가 있을 때 대부분 서도겸의 도움을 빌려서 증거를 없앤다.

그런 서도겸과 원한을 맺을 자가 누가 있을까?

“자, 일단 자기소개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볼까? 앞으로 쭉 함께 지내야 하잖아.”

배주원은 한없이 온화하고 자상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뭇사람들은 자기소개를 시작했는데 다들 강단에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예를 들어 집안에 어떤 기업들이 있고 재산이 얼마나 되고 본인은 어느 나라에서 유학을 마쳤고 어떤 성과를 이룩했는지 등등...

김하린 차례가 됐고 그녀는 달랑 한마디만 했다.

“난 김하린이야.”

말을 마친 그녀는 강단에서 내려왔다.

아래에 있던 학생들은 서로를 마주 보다가 어느 정도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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