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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해. 신경 써줘서 고마워.”

김하린은 가방을 챙기고 교실을 나섰다.

배주원의 말도 틀린 건 없다. 그녀는 확실히 일부러 한태형에게 접근하고 있다.

뭇사람들은 단지 한태윤이 수단이 악랄한 사람이란 것만 알고 있을 뿐 미래에 그의 동생 한태형이 더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가 된다는 건 전혀 모른다. 만약 한태형과 미리 친구 사이로 지낸다면 앞날이 훨씬 더 평탄해질 것이다.

하지만 한태형은 보통 사람들과 성격이 좀 달라서 본인에게 아부하며 일부러 잘 보이려 하는 사람들에겐 혐오감을 느낀다.

본질에서 볼 때 한태형과 박시언은 매우 비슷하다. 전생에 그녀가 그토록 박시언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지만 오히려 더 큰 혐오감만 남겼고 죽을 때까지 눈길 한번 안 줬다.

오히려 상대를 거들떠보지 않았더니 끊임없이 그녀에게 매달리고 있다.

이런 경험을 쌓은 김하린은 일부러 한태형과 안 마주치려고 제2강의동 정문을 에둘러서 나왔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잠에서 깬 김하린은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다. 일어나 보니 밖에 어느덧 큰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비 오는 날만 되면 발열 징후가 나타난다.

김하린은 약을 사러 갈 준비를 하다가 곁눈질로 침대 머리맡의 협탁을 발견했다. 협탁 위에 흰색 메모지가 있었고 거기에는 협탁 안에 일상적으로 필요한 약들이 들어 있다고 적혀 있었다.

서랍을 열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감기약과 해열제, 진통제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이것도 서도겸이 준비한 걸까?

그때 김하린의 휴대폰이 울렸다.

박시언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 박시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어디야?”

“오늘 개강일이야. 이미 집에서 짐 빼고 나왔어.”

“누구 마음대로 나가?”

박시언의 싸늘한 목소리에 분노가 섞여 있었다.

김하린은 이미 극도로 몸이 불편했던지라 박시언과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서 곧장 전화를 꺼버렸다.

그녀는 약을 먹은 후 다시 깊게 잠들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김하린은 여전히 두통이 심했다. 밖에서 계속 부슬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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