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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한태형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고 우산을 쓴 박시언을 마주 봤다.

해성에서 그의 형 한태윤 말고 이런 포스를 내뿜는 자가 몇 안 된다.

“박시언?”

그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내가 왜 놓아야 하지?”

“나 하린이 남편이거든.”

박시언의 짙은 두 눈동자에 극도의 아찔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남편이란 두 글자에 한태형은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박시언은 우산을 내던지고 한태형의 품에서 김하린을 안아갔다. 옆에 있던 이 비서가 우산을 줍고 재빨리 그를 따라갔다.

결국 한태형만 덩그러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김하린이... 박시언 아내였다니?’

병원에서 김하린은 어렴풋이 잠에서 깼다. 밖에 여전히 날이 흐리고 비가 내렸다.

그녀는 제2강의동 문 앞에서 한태형이 갑자기 대문에 밀어붙인 것까지 생각나지만 그 뒤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김하린은 힘겹게 몸을 겨누며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박시언이 턱을 괴고 잠들어 있었다.

“깼어요 사모님?”

이 비서가 서류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박시언은 그제야 눈을 뜨고 의식을 회복한 김하린을 바라봤다.

살짝 수척해진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김하린이 물었다.

“네가 날 병원까지 데려다준 거야?”

박시언은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이 비서는 서류 가방 속의 컴퓨터를 꺼내 박시언의 앞으로 내밀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아침에 학교까지 찾아가셨다가 사모님이 쓰러지신 걸 보고 회의도 포기한 채 줄곧 병원에서 함께해주셨습니다.”

“이 비서는 이만 나가봐요.”

박시언이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김하린은 그가 무척 화났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그녀가 되물었다.

“네가 왜 학교에 갔어?”

“아내라는 자가 연락이 안 닿는데 남편으로서 학교에 안 가면 어딜 가서 찾을 수 있을까?”

김하린은 그제야 자신이 어제 박시언의 전화를 끊은 일이 생각났다.

“어젯밤엔 몸이 좀 불편해서...”

“그래서 내 전화를 끊었다고?”

김하린은 반박하지 않았다.

전화를 끊은 것은 확실히 그녀가 잘못했으니까.

“집 주소 불러. 사람 시켜서 물건 다 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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