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나석진을 쳐다보다가 서지현의 앞으로 달려가 자기 몸으로 두 사람을 떼어내려 애썼다. 나석진도 그녀 앞에서는 순순히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나쁜 놈! 나쁜 놈! 지난번에 우리 아가 괴롭힌 놈!”나석진은 말문이 막혔다. 방금 어머니라고 부른 건 다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서지현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엄마, 그게 아니라요, 아저씨는 날 괴롭힌 게 아니라... 그런데 잠깐, 아저씨를 알아요?”송임월은 정신이 오락가락해 종종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했지만 나석진더러 ‘지난번’의 나쁜 놈이라고 했다.서지현은 기쁜 나머지 소리 지를 뻔했다.“엄마! 윤 회장님 약이 효과가 있나 봐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어요!”“윤 회장... 아, 아니야, 윤 회장 아니야. 어릴 때 봤는데, 이 사람보다 윤 회장이 훨씬 잘생겼어!”송임월이 나석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석진은 순간 굳어버렸다. 자기 아빠보다 못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윤정재보다 못하다니! 송임월이 또 어떤 말을 뱉어낼지 벌써부터 무서워졌다.“흥, 나쁜 놈!”나석진을 흘겨본 송임월이 서지현의 팔을 이끌며 말했다.“나랑 가자... 저놈이랑 놀지 마, 나쁜 놈!”“풉...”서지현은 크게 웃으며 나석진에게 괴상한 표정을 지어 보인 후 엄마 뒤를 따라갔다. 18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사랑이라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했다.‘아저씨는 잠깐만 있어요... 어차피 다른 데 가지도 않을 테니까.’나석진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는 심호흡하고는 다시 궁전 밖으로 걸어갔다.본래는 서지현을 황궁 밖으로 데리고 나가 보통의 커플들처럼 데이트하려 했다.놀이공원에 가고 싶었다. 회전목마를 타는 그녀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태양 아래 서서히 녹아가는 콘 아이스크림을 먹고, 솜사탕도 먹고 싶었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영원히 그의 마음속에 박혀있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은...나도훈은 아직도 송이수의 서재에 있었다. 아직 한참은 더 걸릴 것 같았다.갈 곳 없는 나석진은 황궁 속을 정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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