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1270 챕터
제131화 엄마와 멋쟁이 아저씨랑 함께
여준재는 하윤을 바라보다가 아이의 간절한 부탁이 그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그는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하윤이가 와서 유치원 얘기를 했는데…….”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다정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아, 아이가 하는 말을 신경 쓰지 마세요, 여 대표님과 상관없는 일이에요. 이미 선생님께 말씀 드려놨으니 혼자 가도 돼요.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다정은 하윤이 틀림없이 유치원 학부모회를 위해 이곳에 왔음을 알고 있었다.이건 그들의 집안 문제인데 어떻게 준재를 피곤하게 할 수 있겠는가.그러나 준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고 선생님,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제가 필요하다면 시간을 내서 갈 수 있다고 말씀드리려 했어요.”그의 말에 다정은 깜짝 놀랐다.그녀는 준재가 이런 무리한 부탁에 응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두 아이도 놀라 큰 눈을 깜빡였다.“정말이에요? 멋쟁이 아저씨!”그 옆에 있던 구남준은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남준은 대표님이 그런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그 요구를 받아들였다!그는 자기가 잘못 들었겠거니 재빨리 귀를 후벼 팠다.다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의 의아함을 감추고 정중하게 거절했다.“여 대표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이렇게 또 폐를 끼칠 수는 없어요. 안 그러셔도 돼요.”그녀는 준재에게 더 이상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준재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괜찮아요.”그는 애정 어린 눈으로 두 남매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저는 이 두 아이를 아주 좋아해요. 두 아이가 제 도움이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으니 꼭 도와주고 싶어요! 그리고 고 선생님과 저 사이에 이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겠죠?”이유는 모르겠지만 다정이 의도적으로 선을 그으려고 할 때마다 준재는 항상 마음이 이상하고 불편했다.다정은 여전히 마음이 걱정스러운 듯 입술을 깨물었다.준재는 항상 바쁘고 처리할 일이 많았기에 그녀는 정말
더 보기
제132화 가족 활동
하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던 고다정은 아이의 예의 바른 행동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아이가 자신의 말을 다 이해했다고 생각했다.“그래, 네가 잘못했다는 걸 알았으니 됐어, 자, 이제 나갈까?”……그날 저녁, 여준재에게 문자가 왔다.[학부모회는 내일인가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학부모회의 시간표를 보냈다.[내일 아침 일찍 가야 해요. 선생님이 다른 프로그램이 있다고 말씀하셨거든요.]준재는 간결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학부모회라고 말하지만 사실 유치원에서 주최하는 가족 활동이다.단지 학부모들이 와서 아이들과 대화형 게임을 할 뿐,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다정은 다시 준재에게 프로그램 과정을 보내며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여 대표님, 죄송해요. 이번에도 폐를 끼쳤네요.]준재는 재빨리 회신했다.[고 선생님, 제가 말했잖아요. 저한테 감사해하실 필요 없어요.]……다음 날, 이른 아침.다정과 아이들이 막 아침 식사를 마쳤을 때, 준재가 집 앞에 도착했다.이렇게 일찍 온 준재를 본 다정은 좀 의아했다.‘이렇게 일찍 오시다니!’“여 대표님, 얼른 들어오세요.”준재는 가볍게 응한 뒤 집으로 들어왔다.“일찍 와야 아이들과 고 선생님을 데리고 가죠.”집에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신이 나 버선발로 뛰쳐나왔다.“멋쟁이 아저씨!”“멋쟁이 아저씨 좋은 아침이에요~”다정은 가만히 웃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그녀는 서둘러 소리쳤다.“너희 둘, 얼른 옷을 갈아입고 와. 아저씨가 오셨으니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돼.”두 아이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엄마.”그리고 고개를 들어 준재를 바라보았다.“멋쟁이 아저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옷만 갈아입고 금방 올게요.”그렇게 말한 후, 그들은 짧은 다리로 곧장 방으로 달려갔다.이를 보고 있던 강말숙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여 대표, 우리 집 꼬마 녀석들이 정말 폐를 끼쳤네요.”준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폐를 끼
더 보기
제133화 따뜻한 품
“자, 여러분들,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준비운동을 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어줘야 해요.”선생님은 아이들을 한데 모아 놓았고, 음악이 울려 퍼지자 준비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아직 어리고 신체 기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 같은 경우, 준비 운동을 시작할 때 팔다리가 조화롭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짧은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작은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가지각색의 모습이 부모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준재도 그 옆에 서서 미소를 지으며 지켜봤다.그 순간, 그는 자신의 얼굴에 자애로움과 부드러움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10분 후, 준비 운동이 끝이 났다.“자, 준비 운동이 끝났어요. 첫 번째 활동은 2인 3각입니다. 부모님과 자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호흡을 테스트할 수 있어요. 이제부터 학부모님들이 제비뽑기를 하여 경기 순서와 조를 정하도록 할게요.”고다정과 하윤이 한 조로 뒤 순서였고, 여준재와 하준이 한 조로 앞 순서로 편성이 되었다.“경기 순서가 결정되었으니 학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으로 오세요.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될 예정입니다.”경기가 시작되었다. 준재와 하준은 1조에 있었다.총 10개 조의 가족이 함께 경기를 하며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졌다.준재와 하준이 발목에 끈을 묶는 것을 본 다정은 긴장된 얼굴로 옆에 서 있었다.“우리 하준이 파이팅!”“괜찮아, 하던 대로만 하면 돼, 긴장하지 마.”준재는 입술을 꾹 다문 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고 선생님, 제가 보기엔 하준이 보다 선생님이 더 긴장하신 것 같은데요?”하준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맞아요,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아빠는 반드시 1등을 할 거예요!”아빠라고 말할 때, 준재의 입가엔 미소가 더욱 번졌고 그 호칭을 거부하지 않았다.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았다.이 말을 들은 다정은 오히려 더 부끄러웠다.그녀는 준재의 눈을 쳐다보지 못한 채 눈을 내리깔았다.시합이 정식으로 시작되자 구호와 함께 10
더 보기
제134화 누가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고다정은 놀란 상태로 여준재의 품에 안겨 있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눈을 떴고, 준재의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심장이 두근거렸다.“네, 괜찮아요.”눈 깜빡할 새에 일어난 일에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한참이 지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아직도 자신이 준재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느낀 다정은 황급히 일어서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여 대표님, 감사해요.”준재는 불쾌한 것처럼 말했다.“고 선생님, 지금 우리는 부부예요. 이렇게 예의를 차리시면 티가 날 거예요!”준재는 부부라는 그 단어를 유난히 강조시켰다.이 말이 나오자 다정은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모두가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본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이를 본 준재는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그는 앞으로 다가가 다정을 부축하며 말했다.“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참, 하윤이는요?”그녀는 순간 하윤이를 잊어버릴 뻔했다!그 순간 하윤이 그들 뒤에서 작은 머리를 빼꼼 내밀고 기웃거리고 있었다. “엄마, 저 여기 있어요!”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침착하게 서 있었다.다정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그녀를 껴안은 뒤 살펴보았다.“어때, 어디 다친 데는 없니? 괜찮아?”그녀는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하윤을 바라보았다.엄마는 항상 이렇다.언제든 아이의 건강이 최우선시된다.하윤은 눈을 깜박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말했다.“엄마, 하윤이는 괜찮아요.”“정말 아빠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만약 아빠가 딱 맞춰 오지 않았다면 하윤이가 엉덩방아를 찧었을지도 몰라요!” 어린 녀석이 어리광을 피우며 말하는데, 그 말속에는 준재에 대한 존경심으로 가득했다.옆에서 지켜보던 부모들은 조용히 의논하기 시작했다.특히 다른 엄마들은 감동한 듯 얼굴을 가렸다.“맙소사, 너무 멋있다. 드라마에서만 볼 줄 알았지.”“우리 집 바깥양반은 자기만 보호할 줄 알지, 어휴, 속 터진다 속 터져!
더 보기
제135화 그는 좋은 결혼 상대야
여준재는 고다정이 이렇게 말할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한 것처럼 의아해했다.하지만 그도 거절하진 않았다.다정이 진지하게 당근과 파를 조금씩 골라내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집중한 그녀의 옆모습을 보며 준재의 마음은 더욱 동요되었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다른 감정이 튀어나와 천천히 그를 스쳐 지나갔다.누군가 그를 위해 이렇게 열과 성을 다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몇 분이 지났을까, 다정은 파와 당근을 다 골라낸 후, 자신의 접시에 담긴 야채의 절반을 섞어 준재에게 나눠 주었다.“됐어요, 이제 먹어도 돼요.”준재는 자기 앞에 놓인 접시를 바라보며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고마워요.”그는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유치원의 점심은 비교적 담백하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식사를 마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점심시간이 끝나면 바로 아이들의 낮잠 시간이다.학부모들은 자유롭게 바깥에서 돌아다니거나 교실에서 쉬는 사람도 있었고 일부는 운동장에 앉아 있었다.모두 너나 할 것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떠드니 정말 여유로워 보였다.다정과 준재는 나무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있었다.한바탕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의 얼굴을 가볍게 두드리자 더할 나위 없이 여유로웠다.문득 궁금해진 다정은 고개를 돌려 준재를 바라보며 말했다.“여 대표님, 반나절이나 아빠 체험을 했는데 어떠세요?”준재가 대답했다.“쉽지는 않네요.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더 많은 체력을 들여야 하죠. 게다가 고 선생님은 아이가 두 명이라 다른 사람보다 두 배에 달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하잖아요.” 이 말을 들은 다정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준재의 말이 맞았다. 수년 동안 그녀는 침묵을 지켜왔지만 아이를 키우며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었다.“어쨌거나, 고 선생님, 정말 대단하세요.”다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
더 보기
제136화 차마 거절할 수 없다
선생님의 말씀이 나오자 순식간에 교실에서 박수 소리가 울렸다.학부모들은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서너 살짜리 두 아이의 현재 산수 수준이 이미 초등학교 3학년에 이르렀다니! 이게 무슨 일이야? 이 아이들의 아이큐는 정말 터무니없이 높았다…….여기 저기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두 아이를 칭찬하기 시작했다.“하준이 어머니, 도대체 하준이랑 하윤이는 어떻게 키운 거예요?”“그러니까요, 좋은 교육 방법이 있으면 우리한테도 공유해 줘요. 우리 집 장난꾸러기는 매일 장난치기 바빠요!”“그래요, 하준이 아빠도 우리한테 전수해 줘요.”“…….”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왠지 모르게 자부심을 느꼈다.수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계약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다정은 웃으며 간단히 몇 마디 한 후, 그들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회의가 끝난 후, 학부모회는 막을 내렸다.“오늘 학부모회가 끝났음을 알려드립니다. 오늘은 수업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귀가하시면 됩니다.”유치원을 나온 하윤은 입이 닳도록 투덜거렸다.“아빠 체험권은 여기서 끝나는 거예요?”가까스로 하루 동안 아빠가 있는 느낌을 체험했는데 행복이 이렇게 빨리 오고 갈 줄은 몰랐다.하윤의 얼굴은 깊은 우울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정은 손을 내밀어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아저씨는 원래 바쁘신데 오늘 너희를 위해 시간을 많이 쓰셨어. 더 이상 아저씨를 난처하게 하면 안 되겠지?”준재 같은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것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이렇게 큰 도움을 주었는데, 그녀는 더 이상 그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옆에 있던 준재가 입을 열었다.“괜찮아, 하윤아. 아직 시간이 많이 이르잖아. 아빠 체험권은 아직 유효해. 어디 가고 싶어? 난 너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아이를 보면서 그도 내심 아쉬워했다.이 말이 나오자 다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눈을 번쩍이며 물었다.“대, 대표님은 지금 회사에 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더 보기
제137화 손을 잡다
고다정은 여준재와 함께 두 아이를 따라 구경을 했다.거대한 유리창 안에는 온통 각양각색의 물고기들이 있었다.두 아이는 유리창에 엎드려 흥분된 표정으로 새로운 세상을 느꼈다.“와, 엄마, 저 물고기 엄청 커요!”“아빠, 얼른 봐봐요!”지금 네 사람은 마치 진정한 가족처럼 나란히 서 있었다.아이들의 호칭에 대해 다정은 입술을 삐죽였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 거대한 유리 복도를 지나 도착한 곳은 벨루가 공연장이었다.벨루가를 본 두 아이는 더욱 신이 났다.그들은 한손씩 다정과 준재를 잡고 중앙 좌석을 향해 곧장 달려갔다.“엄마, 벨루가예요!”“와, 이 고래 진짜 크다.”두 아이의 모습을 본 다정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얘들아, 너무 흥분하지 말고 얼른 앉아서 잘 봐봐.”자리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아름다운 벨루가가 물속에서 하늘로 솟아올라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큰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들어갔다.직원의 지시에 따라 벨루가는 인사하는 동작과 공중제비를 돌았고, 이는 두 아이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바로 이때, 한 스태프의 목소리가 울렸다.“다음으로 두 명의 행운의 관중을 초대해 벨루가와 소통할 예정입니다. 혹시 참여하실 분 계신가요?”이 말이 끝나자마자, 두 아이는 직원들이 자기들을 보지 못할까 봐 두려운 듯 작은 손을 높이 들고는 일어섰다. 곧바로 직원이 두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좋아요, 두 어린이 앞으로 나와주세요.”두 아이는 환호성을 지르며 서로의 손을 잡고 무대를 향해 곧장 걸어 나갔다.다정은 걱정스럽게 당부를 했다.“얘들아, 천천히!”‘정말이지, 두 녀석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무대에 오른 두 아이는 조금도 겁을 내지 않고 과감하게 벨루가에게 다가갔다.이따금 바라보고, 여기저기를 만져보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두 아이의 용기가 정말 대단하네요! 너무 귀여워요.”벨루가 체험이 끝난 후, 직원은 아이들에게 각각 벨루가 피규어를 나눠주었다.“감사합니다!”벨루가
더 보기
제138화 한 번도 잊어본 적 없어
여준재의 말은 안정제처럼 순식간에 고다정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심해의 장면을 바라보았다.시간은 분 단위로 흘러갔지만 두 사람이 손을 계속해서 꼭 잡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영상이 끝나자 불이 켜졌다.그제야 이를 알게 된 다정은 당황스러워하며 재빨리 손을 뺐다.“저, 죄송해요.”다정은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얼른 숨고 싶었다.그녀는 차마 준재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어휴, 다정아, 너 진짜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준재는 별 생각하지 않았기에 옆에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괜찮아요.”이어 옆에 있는 두 아이를 보며 물었다.“보고나니까 어때?”이 말을 하자 두 아이는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하준은 신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바다는 정말 마법 같아요!”하윤은 그의 옆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큰 눈을 깜박이며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맞아요. 아빠, 방금 신기한 물고기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 또 갑자기 저한테 달려드는 거대한 상어도 봤어요.”이때 다정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하윤의 말을 들은 준재는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다정을 바라보고 웃으며 말했다.“정말? 하윤이는 그게 무서웠어?”하윤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당당하게 가슴과 배를 두드렸다.“하윤이는 저런 거 하나도 안 무서워요! 이게 모두 가짜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아무리 큰 상어라도 절 놀라게 할 순 없어요.”이 말을 들은 준재는 더욱 웃겨서 그녀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너희들은 아주 용감하구나.”“당연하죠!”“그럼요, 그럼요.”다정은 옆에 앉아 세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졌다.방금 자기가 무서워하던 때를 생각하면 더욱 얼굴이 붉어져만 갔다.의외로 그녀는 두 아이 못지않게 무서움을 많이 느꼈다. 다정은 황급히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자, 다 봤으니까 이제 집에 갈까?”그녀는 당장 부끄러운 이곳을 떠나고 싶
더 보기
제139화 전혀 저항하지 않는다
고다정은 여준재의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온 준재는 침대에 앉아 옷을 벗기 시작했다.다정은 익숙한 듯 옆에 서서 은침을 소독하고 기다리고 있었다.준재는 셔츠를 벗고 탄탄한 상체를 드러냈다.그의 탄탄한 몸을 보고 있자니 다정은 문득 아침에 유치원에서 포옹을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순간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양쪽 볼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졌다.다정은 재빨리 반응하고 즉시 눈을 떨구고 시선을 돌렸다.이때 준재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선생님, 저는 준비 끝났어요.”이 말을 들은 다정은 심호흡을 한 뒤 정신을 차리고 얼른 대답했다.“알겠어요.”그녀는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을 감추고 한숨을 쉬었다.‘고다정, 너 의사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마음을 진정시킨 다정은 침대로 다가가 은침을 꺼내 침을 놓기 시작했다.침술 과정은 매우 신중해야 했기에 두 사람 모두 말을 하지 않았다.그저 서로의 심장 소리와 숨소리, 그리고 간간이 들리는 다정의 질문뿐이었다.“여기도 아파요?”“침이 들어갈 때 많이 아프세요?”준재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참을 수 있어요.”“아프면 말해줘요, 그럼 제가 최대한 살살 해볼게요.”그 말이 나오자 다정의 얼굴이 급속도로 뜨거워졌다.‘왜 이 말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거야…….’따뜻한 노란색 조명이 두 사람을 감싸며 은은한 황금빛을 선사했다.그런 공간에서 그녀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이상했다.다정은 점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자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숙여 준재의 반응을 살펴보았다.그가 오해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다.“고 선생님, 피곤하세요? 피곤하시면 좀 쉬어도 돼요.”다정의 숨소리를 들은 준재는 자연스레 물었다.다정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분명 치료를 하고 있는 중인데 어떻게 그런 이상한 생각을 가질 수 있어?’다정은 재빨리 쿵쾅대는 심장 소리를 감추고 집중하려 노력했다.…
더 보기
제140화 그날 밤 그 남자는 누구야
“약 냄새요?”이상철은 의아해하며 물었다.“무슨 약 냄새요?”다정은 입을 열어 다시 설명했다.“예전에 저는 아이들의 몸에 향주머니를 넣어 놨어요. 이 향주머니가 진정 효과가 있거든요. 이걸 넣어두면 아이들이 편하게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마왕이에게 효과가 생겼네요.”이를 들은 이상철은 그제야 이해했다.“그렇군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아가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다.“자, 얘들아 많이 놀았지? 이제 들어와서 쉬어.”두 아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노는 모습을 보니 꽤 오래 논 것 같은 눈치였다.그들은 다정의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행동을 멈췄다.아이들이 옆으로 다가오자 다정은 손수건을 꺼내 그들의 땀을 닦아주었다.두 녀석은 큰 눈을 깜박이며 동시에 말했다.“엄마, 마왕이는 너무 귀여운 것 같아요. 다음에는 저희 집에 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데리고 와서 같이 놀고 싶어요!”그들의 순수한 말을 들은 다정은 반박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어휴, 이 땀 좀 봐, 얼른 쉬어. 물도 좀 마시고.”두 아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 엄마.”다정은 마왕에게 다가갔고, 다정을 본 마왕은 극도로 온순해졌다.그는 다정의 행동을 예상이라도 한 듯 순종적으로 그녀의 옆에서 배를 까고 누워 뒷다리를 미리 뻗었다.다정은 가볍게 웃으며 감격했다.‘역시 마왕이는 영리해.’그녀는 검사기구를 들고 간단히 마왕이의 상태를 확인했다.지난번의 치료를 마지막으로 마왕이의 다리는 거의 다 회복된 듯 보였다.그녀는 그제야 안심하고 물건을 정리한 후, 손을 뻗어 마왕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마왕아, 이제부터는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 거야!”마왕은 혀를 내밀고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비비며 마치 고맙다는 듯이 행동했다.다정은 기분이 좋았다.그녀는 준재 곁으로 걸어가 간단히 몇 마디 당부를 했다.“마왕이는 곧 다 나을 거예요. 달리 말씀드릴 게 없어요.”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
더 보기
이전
1
...
1213141516
...
12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