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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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온이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내가 책임질게.”“알았으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곧 돌아올게.”“그래.”온이샘이 떠난 뒤, 차우미는 그 자리에서 멀어지는 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선배가 없었더라면 그녀와 그 여자는 더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잠시 후, 온이샘은 약을 가지고 돌아왔다. 두 사람은 함께 응급실로 향했다.응급실 밖에는 형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차우미는 그 젊은 여자의 상태가 무척 궁금했다.그들은 형사들에게 오늘 밤에 벌어진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상세하게 진술했다.“알겠습니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아요. 날이 밝았으니 두 분도 어서 돌아가서 쉬세요.”“나중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차우미와 온이샘은 형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병원을 떠났다.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마무리했으니 나머지는 형사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어느새 동이 트기 시작하고 시간은 다섯 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병원을 나온 차우미는 청량한 새벽 공기를 맡으며 피곤한 얼굴로 하품을 했다.이렇게 밤을 새운 적은 거의 처음이었다. 긴장감이 풀리자 피곤이 몰려왔다.다친 손은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자 점점 통증이 옅어지고 있었다.온이샘은 새빨갛게 충혈된 그녀의 눈을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일단 호텔로 돌아가서 씻고 좀 쉬어야겠다. 남은 일은 쉬고 나서 다시 얘기하자.”차우미도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두 사람은 전에 묵었던 호텔로 돌아갔다.그런데 문제가 조금 생겼다.씻고 싶은데 손의 부상 때문에 씻기가 불편했다.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느라 진땀을 뺏더니 온몸에 매캐한 냄새가 진동하고 몸은 땀범벅이 되어 끈적거렸다.차우미는 난감한 표정으로 붕대를 칭칭 감은 손을 내려다보았다.그녀는 그제야 이 손으로는 간단한 일마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온이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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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커튼이 열려 있는 방 안에는 햇살이 비쳐들어 소파에서 자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밝게 비추었다.길게 늘어진 검은 생머리가 소파에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고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자고 있었다.길게 드리워진 속눈썹이 자연스럽게 눈밑에 그림자를 만들었다.온이샘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고 있는 차우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많이 피곤한 탓인지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그녀는 계속 자고 있었다.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침대에서 이불을 챙겨 그녀의 몸에 덮어주었다.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녀의 하얀 얼굴에 부자연스러운 홍조가 드리운 게 보였다.호흡도 평소보다 거칠었다.온이샘은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불덩이 같았다.“우미야.”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듯, 그녀는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온이샘은 그대로 그녀를 품에 안고 호텔을 나왔다.그 시각 청주시.어젯밤 밤새 내린 비로 공기 중에는 짙은 안개가 드리웠다. 아침해가 뜨면서 안개는 조금 걷혔지만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나상준은 평소처럼 일어나서 트레이닝을 갈아입고 조깅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정장으로 갈아입고 출근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계단을 내려가던 그는 떨떠름한 얼굴로 걸음을 멈추었다.거실의 소파에 어머니 문하은이 앉아 있었다.옅은 자색 원피스에 하얀색 외투를 걸치고 목에는 같은 브랜드의 스카프를 걸친 그녀는 우아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소리를 들은 그녀는 천천히 커피잔을 내려놓고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지금 출근하는 거니?”나상준은 조용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소파로 다가가서 앉은 그는 미리 준비된 커피잔을 들었다.아직은 가정부가 출근할 시간이 아니었다. 차우미가 이 집에 있을 때 삼시 세끼는 전부 그녀가 담당했지만 그녀가 떠난 뒤로는 아무도 그의 아침을 챙겨주지 않았다.그 뒤로 나상준은 따로 가정부를 고용했지만 청소만 하고 밑반찬과 저녁을 챙기는 게 전부였다.문하은은 부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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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교외에 위치한 동안 호텔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경치를 감상하며 식사하기 좋은 곳이었다.점심 때가 되자 주차장으로 외제차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가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섰다.운전기사가 내려 뒷좌석 차 문을 열자 나상준은 옷차림을 정리하며 차에서 내렸다.안으로 들어가던 일행이 그를 알아보고 다가왔다.“상준이 왔구나?”원 회장 사모님인 서혜란이었다.그녀는 나상준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잘 지내셨어요?”“그래. 어서 들어가자꾸나. 네 엄마는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어. 나랑 같이 들어가자.”“바쁘실 텐데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제가 알아서 들어갈게요.”“괜찮아. 마지막으로 널 봤을 때가 네 결혼식 날이었나? 벌써 3년이 지났구나. 시간 참 빨라.”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서혜란과 나상준은 홀을 지나 안쪽 정원으로 들어갔다.동안 호텔은 파티홀과 정원이 바로 이어진 구조였다. 간단한 생신연이라고는 하지만 호텔 전체를 통째로 빌려 주최한 이 파티에는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참석했다.나상준이 안으로 들어서자 주변에서 호기심에 찬 시선들이 쏟아졌다.훤칠한 키에 넓은 어깨, 그리고 대기업 오너로서의 자신감과 카리스마는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태어날 때부터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양호한 교육을 받고 자란 그는 가만히 있어도 부티가 넘쳐 흘렀다.“저분은….”“NS그룹 대표잖아. 잊었어? 결혼식에도 갔었잖아.”“아… 어쩐지 눈에 익더라니.”“그런데 왜 혼자 왔을까? 와이프는?”“아직 몰랐어?”“뭔데?”“둘이 이혼했대.”“뭐라고?”“쉿! 소리 좀 낮춰.”“왜 이혼했대? 잘 살고 있는 거 아니었어? 와이프도 참하게 생겨서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했는데?”“원인은 모르겠고 이혼한 건 사실이야.”“아이는 어쩌고?”“애는 없대. 애 태어났으면 축하연에도 우리 불렀겠지.”“그러네. 뭔가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 같구먼.”사람들은 나상준의 뒤를 쫓으며 작은 소리로 수군거렸다.정원에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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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아련한 그리움과 반가움이 섞인 목소리였다.사람들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주혜민은 나상준과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서서 아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따뜻한 햇살이 그녀의 청순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그녀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고 자신을 등지고 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사람들의 시선이 주혜민에게서 나상준에게로 옮겨졌다.나상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뒤에 선 여자를 향해 미세하게 미소를 지었다.“혜민아.”주혜민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문하은은 주혜민과 아들을 번갈아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우린 빠져줄 테니까 너희끼리 얘기 나눠. 오랜만에 보는 건데.”그 말을 들은 주변 아줌마들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젊은이들끼리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을 텐데 얘기 나눠.”“자, 우린 이제 들어갑시다.”“저쪽에서 카드게임 하고 있던데 그쪽으로 가보자고.”“좋아.”그렇게 아줌마들은 하하호호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주혜민은 아련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3년 전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뒤로 첫만남이었다.그날 이후 그녀는 해외로 출국했다가 3년만에 돌아왔다.주혜민은 나상준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천천히 다가갔다.“얘기 좀 할까?”그의 앞으로 다가선 그녀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제안했다. 3년을 안 본 사이지만 어제 만난 친구처럼 친근했다.나상준은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두 사람은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문하은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다.“만족스러운가 보네?”옆에 있던 친구가 장난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문하은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에이, 말을 말아야지.”“내가 들어서 기분 나쁠 말이면 그냥 하지 마.”“그러니까 갑자기 하고 싶어지는데? 사실 난 우미 걔가 성실하고 성품도 온화한 것이 참 괜찮았었어.”문하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애들 이미 이혼했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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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차우미를 안고 병원으로 간 온이샘은 링거를 맞고 입원했다.의사는 화상 상처 때문에 열이 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며칠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입원 절차를 마무리하고 간병인에게 차우미를 맡긴 뒤, 온이샘은 생필품을 사러 마트로 향했다.모든 준비가 다 끝났을 때는 이미 점심 때가 넘은 시각이었다.차우미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그녀는 열이 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곤하게 잤다.온이샘은 물수건을 갈아준 뒤, 화장실로 가서 대야에 물을 받아왔다.그리고 찬물에 물수건을 적셔 그녀의 얼굴과 팔을 닦아주었다.손에는 붕대를 감고 있어 닦아줄 수 없었다. 여전히 열이 떨어지지 않고 있었기에 온이샘은 간병인에게 말했다.“저는 나갔다 올 테니까 환자 몸 좀 닦아주세요.”“네, 알겠습니다.”밖으로 나가려던 온이샘은 다시 병실로 돌아와서 간병인에게 말했다.“가서 여자가 입을 옷 좀 사다주세요.”말을 마친 그는 지갑에서 현금 뭉치를 꺼내 간병인에게 건넸다.“이 정도면 되나요?”간병인은 적어도 몇십만 원은 될 것 같은 두꺼운 현금뭉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충분해요.”사실 편한 복장과 속옷을 사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는 않았다.온이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지금 다녀오세요. 제가 병실을 지키고 있을게요.”“네”간병인이 돈을 챙겨 나간 뒤, 온이샘은 의자를 가져다가 침대 앞에 앉았다.잠든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자꾸 미소가 나왔다.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잠든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처음이었다.예전에 강서흔과 여가현이 싸우고 화해를 위해 넷이서 같이 여행을 계획한 적이 있었다.차우미는 흔쾌히 응했고 그렇게 네 명은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그때 운전대는 온이샘이 잡고 차우미는 조수석에 탔는데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건지 가는 길에 잠들어 버렸다.그때도 지금처럼 천사처럼 조용하게 잠들어 있었는데 운전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온이샘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아직 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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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차우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낯선 천장과 전등이 시야에 들어오더니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그녀는 멍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침대머리에 엎드려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온이샘은 침대머리에 머리를 기대고 잠들어 있었다. 긴 속눈썹이 자연스럽게 눈 밑에 그림자를 만들어냈다.차우미는 천천히 기억을 되짚었다.그런데 어쩌다가 병원에 오게 된 거지?분명 잠들었을 때는 호텔이었다.주변을 둘러보니 단독 화장실이 딸린 일인용 병실이었다.온이샘은 피곤한지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어떻게 병원에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그가 옮겨줬을 것이다.차우미는 얇은 셔츠만 걸치고 잠들어 있는 그를 보고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하지만 다친 손이 짓눌리며 손에서 얼얼한 통증이 느껴졌다.“아!”그녀의 외마디 비명에 잠들어 있던 온이샘이 번쩍 눈을 떴다.그는 피곤한 기색으로 몸을 일으키더니 차우미를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깼어?”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댔다.열이 내린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는 안심한 표정으로 차우미를 보며 물었다.“몸은 좀 어때?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차우미는 그의 단잠을 깨웠다는 생각에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미안해, 선배. 나 때문에 고생했겠네.”“난 괜찮아. 넌 어때? 어디 불편한 데 있으면 얘기해.”“괜찮아. 많이 좋아졌어.”온이샘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일어나려고 했던 거야?”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응.”“자, 부축해 줄게.”그녀는 손을 움직일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온이샘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간병인 불러서 목욕이라도 시켜주려고 했는데 돌아와 봤더니 네가 자고 있는 거야. 게다가 이마가 불덩이 같아서 병원에 데려왔어. 의사는 며칠 경과를 지켜봐야 한대.”온이샘은 그녀의 등 뒤에 쿠션을 받쳐주며 상황을 설명했다.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인 뒤, 어두워진 창밖을 바라보았다.부모님은 오늘 돌아가는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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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나상준.최근 통화목록 첫 번째에 그의 번호가 있었다.무시하려고 했지만 자꾸 눈에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차우미가 계속해서 말했다.“맨 밑으로 보면 있을 거야.”부모님과 직장 동료를 제외하면 차우미가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친구도 여가현을 제외하면 몇 없었다.여가현과는 화상 통화나 문자를 주로 해서 통화기록에는 보이지 않았다.온이샘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는 아빠라고 적힌 연락처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르고 차우미의 귀가에 가져다 댔다.잠시 후, 차동수가 전화를 받았다.“아빠.”“그래. 오는 중이지? 어디까지 왔어? 엄마가 저녁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어.”차우미는 외출하기 전이면 몇 시까지 온다고 미리 얘기하고 외출하는 버릇이 있었다.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였다.아빠의 자상한 목소리를 듣고 있던 차우미는 대답을 망설였다.온이샘은 학교로 돌아가야 하니 지금 상황을 부모님에게 설명하고 도움을 받는 게 맞았다.하지만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자꾸 망설여졌다.한참 머뭇거리던 차우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아빠, 선배랑 진달래 산 사찰에 갔다가 사고가 좀 있었는데 그 여자애를 구하다가 도중에 좀 다쳤어. 지금 병원에 있는데 엄마랑 와줘야 할 것 같아.”그 말을 들은 차동수가 곧바로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다쳤어? 어딜 다쳤는데? 지금 병원이야? 어디 병원이야?”“엄마랑 아빠 지금 바로 출발할게!”말을 마친 차동수는 곧바로 주방으로 달려갔다.“우미 엄마, 큰일 났어.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한창 나물을 다듬던 하선주가 놀라서 고개를 번쩍 들었다.“병원? 누가 다쳤어?”“우미가 다쳤대.”“우미가 갑자기 왜!”하선주는 다급히 거실로 나가서 외출 준비를 했다.차동수가 전화기에 대고 다급히 물었다.“우미야, 어딜 다쳤는지 말해줘야 알지. 병원에서는 뭐래? 너 괜찮아?”“엄마는 지금 옷 갈아입으러 갔어. 곧 그쪽으로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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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두 분이 걱정하시는 걸 알기에 쓸데없는 얘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였다.차우미는 그제야 표정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부탁할게.”온이샘은 핸드폰을 건네 받고 예의 바르게 인사부터 건넸다. “네, 아저씨.”그는 자리를 뜨지 않고 그 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다.부모님께서 뭐라고 하셨는지는 모르지만 온이샘은 차분하고 침착하게 질문에 대답했다.상황 설명이 끝나고 온이샘이 말했다.“네. 우미 바꿔드릴게요.”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다시 차우미의 귓가에 가져갔다.차동수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우미야.”“응, 아빠.”“우리 지금 출발할 거니까 넌 아무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엄마랑 같이 갈게.”차동수는 아까보다는 한결 차분해진 목소리로 딸을 위로했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아빠, 나 괜찮으니까 엄마랑 천천히 와. 급하게 서두를 것 없어.”“알았어. 이따 봐.”드디어 통화가 끝나자 온이샘이 말했다.“미안해. 나 도와준다고 나왔는데 다치게 만들어 버렸네.”차우미 부모님의 걱정을 알기에 그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차우미 역시 가족에게 상황을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차우미가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선배, 나 아니었으면 그 여자애 구해줬을 거야?”갑작스러운 질문에 온이샘은 멈칫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구했을 거야.”차우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해할 거 없어.”부상과 고열로 인해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미소 만큼은 따스하고 찬란했다.온이샘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병원에 도착한 차동수와 하선주 부부는 급급히 의사에게 차우미의 상황을 물었다. 손에 화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부부는 안심하고 병실을 찾았다.하선주가 병실에 나와 딸을 보살피는 사이, 차동수와 온이샘은 밖으로 나와서 복도로 걸어갔다.병실과 멀어진 뒤에야 온이샘은 입을 열었다.“아저씨, 정말 죄송해요. 제가 우미를 지켜주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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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문 앞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은 차를 보자마자 다가가서 뒷좌석 문을 열었다.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은 훤칠한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이어서 주혜민도 그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나상준이 앞장서서 병원으로 들어가고 그녀 역시 남자의 뒤를 따랐다.“한 시간 전에 의식을 회복했는데 바로 잠들었습니다.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요. 그 뒤로는 계속 잠만 자고 있습니다.”나상준의 마중을 나온 남자가 그에게 상황을 보고했다.“의사는 뭐래?”“고비는 넘겼지만 의식을 회복한 후에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합니다.”“그래, 알았어.”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임상희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향했다.병실에는 간호사와 간병인이 환자를 지키고 있었다.나상준이 안으로 들어서자 간호사와 간병인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환자 가족분 오셨습니다.”나상준을 병실로 안내한 남자가 간호사와 간병인에게 그들을 소개했다.간호사와 간병인이 자리를 비키자 나상준은 침대에 누운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머리에는 붕대를 칭칭 감고 초췌한 얼굴로 누워서 잠자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주혜민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어쩌다가 이렇게 됐대….”간호사와 간병인, 그리고 그들을 안내한 담당자가 밖으로 나가고 병실에는 나상준과 주혜민만 남았다.남자는 말없이 환자를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의사 좀 만나고 올게.”주혜민은 그의 마음을 알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어서 가봐. 내가 여기 있을게.”“그래.”말을 마친 나상준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간병인은 나상준을 보자 그에게 다가갔다.나상준이 말했다.“안에 들어가서 지키고 있어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의사 호출하고요.”“네.”간병인이 안으로 들어가고 마중을 나왔던 남자는 조용히 서서 나상준의 지시를 기다렸다.그는 NS안평 지사 사장 주진수였다. 청주의 급한 연락을 받은 뒤로 병원에 달려와 상황을 알아보고 나상준이 올 때까지 한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나상준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주치의한테 안내 좀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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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차우미는 움찔하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이렇듯 절제 되고 리듬감 있는 노크소리는 나상준을 떠올리게 했다.그 사람이 여기 나타날 리는 없겠지만.차우미는 속으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차동수가 말했다.“내가 나가볼게.”하선주가 고개를 끄덕였다.“간호사가 약 가져왔나 봐.”말을 마친 그녀는 한숨을 쉬며 차우미의 이마를 쓰다듬었다.“우리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차우미는 어릴 때부터 꽤 건강한 편이었다. 잔 감기 한번 걸린 적 없던 아이인데 갑자기 입원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엄마를 위로했다.“나 괜찮아. 곧 나을 거야. 걱정 마.”하선주는 그런 딸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차우미는 하늘이 무너져도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었다.“너도 참….”모녀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문을 연 차동수는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자네….”차동수는 문밖에 선 훤칠한 남자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나상준은 담담한 시선으로 병실 안을 둘러보았다.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는 여자가 보였다.금방 잠에서 깬 건지, 긴 머리가 살짝 흐트러져 있었다.그녀의 얼굴은 부상 때문인지 약간 창백했다.하지만 원래 차분한 성격 탓인지 그렇게 아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나상준은 다시 시선을 거두고 차동수에게 인사를 건넸다.“장인어른.”낮고 허스키한 음성이 문밖에서 전해지자 차우미가 움찔하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검은색 셔츠에 같은 색상의 정장 바지를 입은 그가 담담한 표정을 하고 문밖에 서 있었다.차우미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저 사람이 왜 여기에….하선주도 나상준을 보고 당황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차동수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차우미가 이혼한 뒤로 이혜정 여사가 중간에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로 NS일가의 아무와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이혼하기 전에도 별로 연락이 없던 사위가 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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