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 와이프가 땡김: Chapter 31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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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떨리는 손 때문에 휴대폰을 잡는 것조차 힘들었다.“이제 오빠가 돌아왔어.”민지훈은 다시 답장 없을 그 번호에 문자를 보냈다.‘나 때문에... 나 때문에 죽은 거야...’바람 때문인지 유난히 활활 타오르던 불길은 날이 밝아서야 겨우 잦아들었다.“찾았습니까?”민지훈이 오민에게 물었다.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을 애써 참아가며 그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찾았습니까?”“화재 시발점은 주방인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화재 원인은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연아 찾았냐고요.”순간 민지훈의 목소리가 험악해졌다.이에 오민이 고개를 숙였다.“3시간 넘게 이어지는 화재로 별장 전체가 폐허가 되어 버렸습니다. 유골이라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아예 못 찾을 수도 있고요...”“찾으세요. 시간은 얼마든지 걸려도 좋으니까. 뼛조각 하나라도 좋으니까 무조건 찾으라고요!”“네.”민지훈이 넋을 잃은 사람처럼 폐허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이 전화가 그녀에게서 온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저 헛된 희망일 뿐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역시나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오는 건 민지아의 목소리였다.“오빠, 경찰쪽에서 연락 왔는데 엄마 찾았대. 엄마 괜찮대!”“그래.”“오빠 지금 어디 있어?”그녀의 질문에 민지훈은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꽤 큰 규모의 화재였지만 민지훈이 힘을 쓴 덕에 조연아의 죽음은 완전히 묻혀버렸다.매정한 불길은 결국 모든 걸 삼켜버렸고 조연아의 유골을 찾는 데는 결국 실패, 조연아의 장례는 결국 빈 관 상태로 치뤄졌다.결혼기념일 다음 날이 기일이 될 줄을 누가 알았을까...한편, 조인주업 사무실.분노에 가득 찬 고주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연준아, 너 어떻게... 장례를 민하그룹 쪽에 완전에 맡길 수 있어. 그 사람들이 뭔데 연아 장례를 치르는데!”“누나의 뜻이었어.”“뭐... 뭐라고?”고주혁의 눈동자가 충격으로 흔들렸다.“죽어서도 살아서도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민지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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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민지훈이 조연아에게 선물했던 유일한 물건, 그런데 그것마저 다시 그에게 돌아왔다니 이런 아이러니한 일이 있나 싶었다.“고마워요.”민지훈은 조연아의 영정사진 앞에 조심스레 오르골을 내려놓았다.오르골이 열리는 순간,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오로라가 찍한 사진 몇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리고 언젠가 조연아가 그에게 했던 말이 민지훈의 머릿속을 맴돌았다.“오로라를 보면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던데. 그거 다 거짓말이더라. 백년해로 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우리 결국 이혼했잖아.”씁쓸한 미소와 함께 사진을 다시 오르골에 넣으려던 그때, 사진 뒷면에 적힌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정갈한 글씨체로 적힌 문구.“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과 최고의 행운을 너에게 줄게. 민지훈, 사랑해.혼자 보내는 신혼여행, 그 먼 핀란드 땅에서 덩그러니 남겨져 그가 원망스러울 법도 했을 텐데 오로라를 보며 떠올린 게 그의 얼굴이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어떻게든 그녀의 온기가 느껴질까 오로그로을 꼭 끌어안은 민지훈의 시선이 환하게 웃고 있는 조연아의 사진으로 향했다.“사랑해, 그런데 그만큼 네가 너무 미워.”“평생 후회속에서 살아가야겠지?”민지훈이 나지막히 속삭였다.“처남 말이 맞아. 설령 네가 다시 살아돌아온다 해도 난 날 용서할 수 없을 거야.”창밖에서 불어오르는 바람이 민지훈의 눈가에 묻은 물기를 날려버렸지만 고통으로 잠긴 마음은 여전히 무겁기만 했다.“평생... 네게 사죄하면서 살게.”...1년 뒤, 임천시.최근, 조인주업의 내부 권력 암투에 대한 뉴스가 매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기자회견장,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백장미는 눈물을 흘리고 있고 조학찬은 그런 그녀를 위로하고 있었다.“백장미 이사님, 이사님 말대로라면 조연우 대표가 조인주업을 물려받은 뒤로 독단적인 행보를 이어왔고 모든 주주회의에서도 두 분을 완전히 배제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온갖 술수로 두 분의 지분을 노리고 있다는 거죠?”얼굴을 가득 묻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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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또각또각.기자회견장 문이 열리고 아리따운 여자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매혹적인 빨간 입술, 몸에 꼭 들어맞는 섹시한 옷차림.스크린에서 내뿜는 불빛이 여자의 얼굴에 비추고 그녀의 정체가 공개된 순간, 술렁대던 기자회견장에 정적이 드리웠다.“저 사람은... 조연아잖아!”“저 여자가 왜 여기에!”“1년 전에 실종된 거 아니었어?”물론 백장미, 조학찬 역시 이 상황이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그나마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조학찬이 바로 눈물을 글썽였다.“연... 연아야. 우리 연아 맞지? 그 동안 도대체...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이 아빠가 널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알아?”그 가식적인 모습에 조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역겨운 사람...’반면 백장미는 귀신이라도 본 듯 기겁하며 조학찬의 팔을 꼭 끌어안았다.“네가... 네가...”다른 사람들이야 조연아가 실종되었다고로만 알고 있지만 백장미를 비롯한 측근들에게까지 숨기는 건 불가능했다.‘저 계집애는 분명... 1년 전 그 사고로 죽었잖아.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어머니도 그 동안 제 생각 많이 하셨나 봐요? 말도 제대로 못하시는 것 보면.”조연아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뭐, 상관없어요. 지금부터 두 사람은 그냥 닥치고 제 말 듣기만 하시면 되니까.”말을 마친 조연아가 기자들을 향해 돌아섰다.그녀를 향한 수많은 플래시 세례에도 조연아의 표정은 의연하기만 했다.“여러분들이 보셨던 이 영상은 1년 전, 저와 제 동생 조연우 대표가 양조장에서 백장미 이사가 고용한 조폭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희를 구하러 달려오신 이모님의 차량 블랙박스에 찍혔던 거죠. 사실... 가족들 사이의 불화를 밝히는 건 제 얼굴에 침 뱉기인 것 같아 숨기고 인내했지만... 저희의 자비에 악당들이 더 의기양양해지는 걸 더는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이렇게 나서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조연아는 핸드백에서 파일 하나를 꺼냈다.“방금 전 백장미 이사는 제 동생이 두 사람을 양조장 쪽방으로 내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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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아차.’홱 고개를 들어보니 역시나, 이때다 싶은 기자들이 너도나도 카메라를 들고 그녀를 찍고 있었다.‘어떡하지... 어떡하지...’순간 당황하던 백장미는 순식간에 눈물을 쥐어짜내며 피해자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뭐, 상관없어요. 곧 댁으로 소환장 도착할 테니까 기다리고 계세요.”말을 마친 조연아는 단호하게 돌아서 기자회견자을 나섰다.“조연아 씨, 잠시만요!”“조연아 씨, 질문 하나만 받아주십시오!”실종된 지 1년만에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첫 등장과 동시에 막장 드라마 같은 전개라니. 이런 특종을 놓칠 리가 없는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지만 어디선가 나타난 경호원들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조연아 씨, 실종된 1년 동안 어디서 뭘 하셨던 겁니까!”“조연아 씨, 민지훈 대표님과 재결합 가능성은 있는 겁니까?”“조연아 씨, 민지훈 대표가 민지아 씨와 약혼식을 올린 것은 아십니까?”목이 터져라 외치는 기자들의 질문들 사이로 쏜살같이 나타난 남자 한 명이 조연아의 손목을 홱 낚아챘다.중심을 잃고 민지훈의 품에 안기다시피 한 조연아의 코끝에 익숙한 내음이 풍겨왔다.한때 누구보다 익숙했던 남자, 하지만 지금은 남보다 더 낯선 남자.과거 느꼈던 애틋한 감정들이 전생에 겪었던 일인 것마냥 멀게 느껴졌다.“민지훈 대표님. 이러지 마시죠.”애써 버둥대며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해보아도 얇은 그녀의 손목에서 나오는 힘은 그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현장 정리하세요.”“네.”민지훈의 명령에 경호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연아야!”민지훈의 등장에 깜짝 놀란 고주혁이 다가가려 했지만 역시나 민지훈의 눈빛 한 번에 움직이는 경호원들 방어막에 막혀버리고 말았다.“민지훈! 우리 연아에게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그 손 놔!”‘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고?’지난 1년간 매일 조연아를 그리워하고 매일을 고통속에 몸부림치며 살아왔는데... 그 죽음이 전부 거짓말이라니... 살아있다는 안도감보다 배신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민지훈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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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밀폐된 공간에 민지훈과 단둘이 있다고 생각하니 조연아의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1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사랑이란 감정이 남은 깊은 감정의 골은 1년이란 시간으로 채우기엔 부족했나 보다. ‘하지만... 이젠 적어도 그때처럼 흔들리진 않아.’빠르게 이성을 되찾은 조연아가 피식 웃었다.“뭐가 궁금한데? 날 별장에 가둔 사람, 별장에 불을 지른 사람. 전부 당신이잖아? 아, 어떻게 죽지 않고 살아있는지 궁금한 거야? 내가 살아있어서 아쉬워?”이렇게 그를 향해 으르렁대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도 왠지 그 얼굴이 밉지 않았다.“못 본 사이에 많이 달라졌네.”“착하게 살아봤자 결국 억울한 꼴만 당하게 되더라고. 그래서 달라지기로 했어.”“내가 네 곁에 있는데 누가 널 건드린다고 그래?”“하.”조연아가 피식 웃었다.“민지훈 당신... 당신만 가만히 있으면 돼.”“그래?”민지훈이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섰다.“그건 안 될 것 같은데?”띵!엘리베이터 알림음과 동시에 문이 열리고 민지훈은 조연아를 번쩍 들어안았다.“민지훈!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당장 내려놔!”민지훈의 품에 안긴 조연아가 버둥거렸다.“날 속인 대가는 치러야지?”가늘게 뜬 민지훈의 눈동자가 위험한 빛을 내뿜으며 번뜩였다.‘평생 내 곁에서...’ 털썩.조연아를 침대 위에 내던진 민지훈이 그녀의 손목을 제압했다.“민지훈, 우리 이미 이혼한 사이야.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아무리 벗어나려 애써봐도 커다란 집게 같은 민지훈의 손은 그녀의 손목을 더 세게 조여올 뿐이었다.천천히 다가오는 민지훈의 곧게 뻗은 코에서 뜨거운 숨결이 흘러 하얀 조연아의 볼을 빨갛게 데웠다.‘나쁜 자식.’고개를 돌린 조연아의 눈에 벽에 걸린 시계가 들어왔다.‘이쯤 되면 올 때가 되었을 텐데... 왜 이렇게 늦는 거야.’그리고 다음 순간,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스위트룸 문이 벌컥 열렸다.다급한 하이힐 소리, 그리고 찢어질 듯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어떻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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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던 민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많이 슬펐어.”‘뭐?’왜 이렇게 그녀의 연기에 장단을 맞춰주는 걸까? 1년 동안 왜 이렇게 많이 변한 걸까?그녀라면 치를 떨던 민지훈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조연아도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한편, 충격을 받은 건 송진희 역시 마찬가지였다.“지훈아... 너... 지금... 뭐라고 한 거야?”“오빠! 지금 오빠 약혼녀는 나야. 이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적어도... 적어도 변명 한 마디쯤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도대체... 도대체 뭐가 그렇게 당당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고!”눈물을 흘리며 소리치던 민지아가 결국 호텔방을 뛰쳐나갔다.“어머, 지아야! 지아야!”송진희 역시 그 뒤를 따르고...어느새 그의 품에서 민지훈이 치맛자락을 정리했다.“엄마와 약혼녀에게 바람 현장을 잡힌 기분, 어때?”“복잡미묘하네?”‘하, 미친 자식.’“뭐 오늘 일로 잘나신 어머니에 약혼녀까지 많이 화가 많이 났을 텐데... 일단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서 두 사람 마음부터 달래줘야 하는 거 아니야? 오늘 만나서 기분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호텔방을 나서는 그녀의 뒤편으로 민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나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아?”“과거의 조연아라면 그랬겠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처음 들어보는 단호한 목소리에 민지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래... 과거의 조연아라면... 내가 잡을 필요도 없었겠지. 내 곁으로 올 수만 있다면 그게 함정이라고 해도 무조건 뛰어들었을 테니까. 정말... 달라진 건가?”“오늘 이 판, 잘 짰어. 연기도 좋았고.”핸드백을 잡은 조연아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뭐야. 다 알고 있다는 저 재수없는 말투는.’“칭찬 고마워.”말을 마친 조연아는 부랴부랴 방을 나섰다.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 무표정한 얼굴을 계속 마주하고 있다간 정말 다시 빠져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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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제가 정말 모른다고 생각하세요? 어머니 아들 그렇게 바보 아니에요. 복수, 연아가 원한다면 하게 해줄 겁니다. 제 목숨을 원한다면 기꺼이 줄 거예요.”‘그래, 복수... 당연히 해야겠지. 나도, 우리 집안도... 연아한테 모든 걸 많이 빚졌으니까.”“미쳤어... 미쳤어.”민지훈의 말에 단단히 충격을 받은 송진희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도대체 조연아 그 계집애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너 예전엔 이러지 않았잖아! 조연아 그 계집애 겉으로 순진한 척하면서 뒤로는 온갖 추잡한 짓은 다 저지르던 애야. 그런데 그딴 애한테... 목숨까지 내주겠다고? 너 미쳤어?”송진희의 절규에 민지훈은 대답 대신 옆에 있는 경호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사모님, 댁으로 모시세요.”“네, 대표님.”“지훈아, 거기 서! 거기 서라고!”송진희의 외침에도 민지훈은 고개 한번 돌리지 않고 성큼성큼 방을 나섰다.한편,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탄 조연아는 여전히 쿵쾅대는 가슴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솔직히 방금 전 그 상황에서 당연히 민지훈이 화를 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화는커녕 그녀의 연기에 장단을 맞춰주다니.그리고...슬펐어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이 너무나 진심처럼 느껴져 순간 흔들릴 뻔한 조연아였다.‘뭐지? 이것마저 민지훈의 전략인 건가?’온갖 생각들이 얽히며 머리가 웅웅대던 그때.“연아아!”오피스텔 근처에 멈춘 택시 앞에 고주혁이 서 있었다.“오빠.”웃으며 차에서 내린 조연아가 고주혁에게 다가갔다.“연아야,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고주혁이 조연아의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진정해, 오빠. 이것 봐. 나 괜찮잖아.”조연아는 자신이 아무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 듯 빙글 한 바퀴 돌아보기까지 했다.“아까... 민지아가 울면서 호텔에서 나오는 걸 봤어.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그제야 안심한 고주혁이 빙긋 웃었다.“뭐, 송진희, 민지아 두 사람을 위해 준비한 에피타이저 같은 거랄까?”1년 동안 비즈니스의 여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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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오늘 충분히 도와줬어.”말을 마친 조연아가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 기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역시나 오늘 기자회견장에서의 소란은 기사로 업로드 되어 인터넷을 후끈 달구고 있었다.“저런 사람이 아버지라고. 진짜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네.”“백장미 같은 저딴 사람 때문에 착한 새엄마들도 오해받고 그러는 거야. 저런 사람은 폭행죄로 감옥에서 콩밥 좀 먹어봐야 해.”“그런데 조연우가 청각장애인이었어?”댓글을 읽던 조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조연우는 자존심이 워낙 강한 아이었다. 청각장애인이라는 현실 때문에 동정받는 것도 원치 않았고 자신의 결함을 사람들 앞에서 공개하는 것도 꺼리는 사람이라는 걸 누나인 그녀가 모를 리 없었지만.‘오늘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그런데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이야.’“왜 그래? 무슨 일 생겼어?”고주혁이 살짝 굳은 그녀의 표정을 눈치채고 걱정스레 물어왔다.“아, 아니야.”짧게 대답한 조연아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팀장님, 저 조연아입니다.”“네, 대표님.”“우리 연우에 대한 댓글, 기사 전부 지워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대신 저에 대한 기사 올려주세요.”“정말요? 지금 대표님께서 스타엔터 대표님이라는 사실을 밝히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홍보팀 한시연 팀장이 재차 확인했다.“네. 지금 당장요.”“알겠습니다.”그리고 1분 후, 스타엔터 공식 SNS에 조연아가 새로운 대표로 취임했다는 메시지가 업로드되었다.1년 동안 실종되었던 조연아가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온 것도 모자라 스타엔터 대표로 취임했다는 소식에 대중들의 시선은 다시 조연아에게로 쏠리게 되었다.한편, 밤거리를 달리는 고급스러운 외제차 안.조수석에 앉은 오민이 태블릿을 건넸다.“대표님, 조연아 씨가 스타엔터 대표이사 직에 취임했다는 기사입니다.”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내려놓은 민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기사에 업로드 된 사진 속 심플한 정장에 깔끔하게 머리를 틀어묶은 조연아는 꽤 그럴 듯한 CEO의 모습이었다.“왜 이렇게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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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무작정 댓글만 지우면 사람들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까. 대중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다른 기사거리가 필요했던 거죠.”‘조연아, 못 본 사이에 정말 많이 컸네...’그제야 조연아의 뜻을 이해한 오민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조연아 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는 사실이 조연우 씨가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보다 더 매리트 있으니까요.”“보다시피.”민지훈이 싱긋 웃었다.이때 오민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고 수락 버튼을 누른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뭐라고요? 장씨 아주머니가 돌아가셨다고요?”그 목소리에 민지훈의 표정 역시 차갑게 굳었다.잠시 후, 통화를 마친 오민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1년 전, 조연아 씨의 식사를 담당했던 장씨 아주머니를 찾았는데... 아쉽게도 한발 늦은 상태로 월세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경찰 검사 결과 자살로 판명되었다고 합니다.”“자살? 꼬리 자르기를 당한 거겠죠.”탁.거칠게 파일을 덮은 민지훈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반 년을 찾아헤맨 사람이 이렇게 허망하게 죽다니.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자 오민은 숨 소리도 크게 내지 못한 채 민지훈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저... 대표님. 조연아 씨의 새로운 거처 주소를 알아냈습니다.”그제야 표정이 조금 풀린 민지훈이 물었다.“거기가 어딥니까?”“저희 그룹에서 새로 분양을 시작한 우여청 빌라입니다.”“차 세워요.”잠시 후, 차가 멈춰 서고 민지훈이 다시 말했다.“김 기사님, 내리세요.”“네, 대표님.”“오 비서님도 내리세요.”민지훈의 시선이 조수석에 앉은 오민에게로 향했다.“알겠습니다.”잠시 후, 운전석에 탄 민지훈이 도로 사이로 유유히 사라지고 덩그러니 남은 오민과 김 기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잠시 후, 우여청 빌라 앞.고주혁을 향해 싱긋 웃어보였다.“데려다줘서 고마워.”“오늘 많이 피곤했지. 내일 취임식인데 오늘 밤은 푹 쉬어.”조연아를 위해 벨트까지 풀어준 고주혁이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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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오빠, 오빠도 이제 나이 꽉 찬 거 알고 있지? 주변에 좋은 여자 있으면 내가 소개해 줄게.”은인과도 같은 고주혁에게 조연아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젠틀한 거절이었다.“그럼 나 먼저 올라가 볼게. 조심해서 가.”차에서 내린 조연아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빌라를 향해 달려갔다.도망치 듯 다급하게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고주혁의 미소가 점차 옅어졌다.“알아. 네가 사랑 때문에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지. 새로운 사랑을 다시 시작하기엔... 아직 망설여지는 점이 많겠지. 그러니까 내가 더 노력할게. 연아 넌 그냥 가만히 있어.”애써 감정을 추스른 고주혁은 조연아의 집이 불을 밝힌 뒤에야 아파트 단지를 나섰다....한편,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조연아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려던 순간, 누군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무지막지한 힘에 집안으로 끌려들어간 조연아는 바로 벽에 밀쳐진 채 움직임을 제압당하고 만다.“살려주세요!”본능적인 외침과 함께 조연아의 손은 현관 서랍장 위에 놓인 꽃병으로 향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집안의 불이 켜지고...어둠속에 가려진 잘생긴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자 잠깐 멈칫하던 조연아의 표정이 공포에서 경멸로 바뀌었다.“하, 뭐 범죄자 코스프레라도 하는 건가?”비아냥거림이 섞인 목소리였지만 민지훈은 개의치 않았다.“그 남자랑 무슨 사이야?”“그 남자? 누구?”“몰라서 물어?”민지훈이 목소리를 높였다.“고주혁이랑 무슨 사이냐고!”“내가 주혁 오빠랑 무슨 사이인지 당신한테 일일이 보고해야 해? 무슨 자격으로 지금 내게 이렇게 따져묻는 거지? 또 무슨 자격으로 내 집에 이렇게 함부로 들어온 거고? 민하그룹 민지훈 대표가 이딴 식으로 전 와이프 집에 들락거린다는 게 기자들한테 알려지면 당신한테도 좋을 거 없잖아?”“마음껏 찍으라고 해. 난 상관없으니까.”‘미친 자식.’지금 당장이라도 유리병으로 민지훈의 머리를 내리치고 싶었지만 커다란 손에 꽉 잡힌 상황이 한스러울 뿐이었다.“나랑 주혁 오빠가 무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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