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와이프가 땡김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290 챕터
제51화
‘그럴 리가 없어... 그 우울증 검사보고서는 내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었다고.’하지만 추건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어머니의 건강검진 보고서는 내가 다 가지고 있어. 애초에... 감시용으로 받은 거긴 했지만. 그땐 누나한테 무슨 큰병이라도 있으면 그걸 핑계로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이 검사보고서가 우울증이 없다는 걸 입증해 줄 증거가 될 줄이야... 네 엄마 우울증은커녕, 그 어떤 정신적 질병도 없었어. 누구보다 건강했다고.”“누구보다 건강했다고!”이 한 마디에 조연아는 뒤통수를 망치에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추현이 세상을 뜨고 2년이나 지난 지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만약... 삼촌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봤던 그 검사보고서는 뭐지? 도대체 뭘 감추기 위해 그딴 걸 조작한 거지? 엄마가 자살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왜 돌아가신 거지? 도대체 누가... 이딴 짓을 벌인 거냐고!’조연아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여전히 그의 말을 믿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 추건은 말을 이어갔다.“조작한 거 아니야! 못 믿겠으면 네가 직접 병원 원장한테 확인해 보든지.”부랴부랴 휴대폰을 꺼내는 그 모습에 조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왜... 왜 2년 전엔 아무 말도 안 하셨어요? 누나잖아요... 아무리 미워도 누나잖아요. 누나가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는데 어떻게 그냥 가만히 있었냐고요!”만약 2년 전, 추건이 이 사실을 말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체를 부검했을 것이고 어떻게든 범인을 찾아냈을 것이다.그리고 조연아의 질타에 추건의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뭐 그 눈물이 마지막 남은 양심 때문인 건지, 단순히 두려움 때문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그게... 그게...”아무리 더듬거려 봐도 추건은 아무 변명도 할 수 없었다.“하. 왜 아무 말도 못하세요?”‘하긴... 이제 와서 따져봤자 뭐하겠어. 이렇게 따진다고 엄마가... 다시 살아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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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손을 씻고 나서는 조연아와 방금 전까지 뒷담화를 하던 여직원들이 마침 마주치고...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직원들이 부랴부랴 고개를 숙였다.“대, 대표님.”고개를 끄덕인 조연아가 직원들 중 한 명에게로 다가가 속삭였다.“어린 여자애가 뭐 어때서요? 본인도 어린 여성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자기비하는 좀 아니지 않나요?”말을 마친 조연아는 직원들을 향해 미소를 짓는 여유까지 보여주며 화장실을 나섰다.잠시 후, 18층.회의실에 들어선 조연아가 주주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어머,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죠.”역시나 그녀의 지각에 주주들은 너도나도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첫 주주총회부터 지각이라니. 아주 대단하시구만.”“이제 우리는 뒷방 늙은이라 이거지.”“스타엔터 미래가 어둡다, 어두워...”꽤 높은 데시벨의 혼잣말이 여기, 저기서 튀어나왔지만 조연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수군거림 속에서 자리에 앉은 조연아의 맑은 눈동자가 주주들을 쭉 훑어보았다.“자리에 계신 여러분들 제겐 삼촌뻘, 아버지뻘이시죠. 그런 차원에서 저도 여러분들께 지나치게 심한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디 선은 지켜주세요.”“...”잠깐의 침묵 끝에 주주들의 비아냥거림은 어느새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아니, 지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선을 지키라니요!”“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다들 사회적으로 한 자리 차지하고 계시는 분들이니 공금 횡령이 얼마나 큰 죄인지는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수백억이나 되는 돈이 장부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사태를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10분 정도 지각한 건 충분히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합니다.”“아니, 수백억이라니? 재무팀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야!”“유상진이 팀장이 되고 나서 아주 엉망이야, 엉망...”“그런데 오늘 추건 대표는 왜 참석하지 않은 건가? 이 사태에 대해 누구보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추 대표 아닌가?”잔뜩 흥분한 주주들의 질문들이 이어졌다.“삼촌께선 제게 스타엔터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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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짝짝짝.주주들 중 누군가 먼저 박수를 치고 곧이어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그 뒤로 장장 2시간이나 이어진 회의가 끝나고 주주들이 하나둘씩 회의실을 뜰 무렵, 조연아가 심석호를 불러세웠다.“심석호 이사님.”“네, 대표님. 무슨 일이신지?”“방금 전에... 유상진 팀장이 재무팀 팀장을 맡고 나서 회사 재무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하셨죠? 전 재무팀 팀장은 하지석 씨던가요?”이에 심석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죠. 애초에 높은 연봉으로 겨우 스카우트해 온 사람인데 그렇게 회사를 떠나게 될 줄은.”“지금 하지석 씨는 어디 있죠?”“추건 대표가 회사를 이어받고 나선 바로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백지수표까지 마다하고 스타엔터에 묶여있은 건 어디까지나 추 회장님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 돌아가셨으니 더 이상 이 회사에 남아있을 의미가 없다고 느낀 거죠.”“엄마...”조연아가 중얼거렸다.“대표님, 혹시 하지석 씨를 다시 스타엔터로 불러들일 생각이신 겁니까?”조연아는 호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러니까 지금 어디 계신지 아십니까?”“글쎄...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심석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세요.”똑똑똑.이때 다가온 만두가 검사결과지를 건넸다.“건강검진 결과에 대해서는 이미 확인해 보았습니다. 추건 대표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우울증을 앓고 계신 게 아니었습니다.”확신에 찬 만두의 말투에 조연아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대표님. 자살 이유에 우울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거 하나로 타살이라고 결정짓는 건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닐지...”“네, 만두 씨 말이 맞아요. 어머니는 미리 유서까지 준비해 두셨어요. 아무리 봐도 자살 같긴 한데...”‘오히려 너무 자살 같아서 의심스럽단 말이야. 이 모든 상황이.’“하지만 2년 전, 제가 받았던 검사지에는 분명 우울증으로 인한 극단적인 선택이라고 적혀있었어요.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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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아무리 힘들다 해도... 알아내야 해요. 정말 엄마가 억울하게 돌아가신 거라면 어떻게든 알아내야 해요.”조연아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이제 시련 같은 건 두렵지 않아. 내가 위험해진다고 해도 상관없어. 엄마가 왜 돌아가셨는지 무조건 밝혀낼 거야. 우리 엄마... 저승에서라도 편히 눈 감을 수 있게... 내가 무조건 알아낼 거야.”“네, 대표님. 그 길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만두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괜히 만두 씨까지 휘말리게 될지도 몰라요...”“에이, 대표님도 이렇게 용기를 내주셨는데 남자인 제가 겁 먹고 물러선다면... 2미터 되는 제 키가 너무 부끄러워지지 않겠습니까?”만두가 자신의 탄탄한 가슴을 퍽퍽 두드렸다.“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진심으로.”조연아가 눈물을 글썽였다.“대표님,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대표님이 아니셨다면 전 지금쯤 아마 백수, 아니지. 노숙자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대표님은 제 은인과도 같은 분인데 제가 이 정도도 못할 까봐요?”“그럼 일단... 하지석 씨 행방부터 알아봐 주세요.”‘일단 재무팀부터 바로 잡아야 해. 그래야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어.’“전 재무팀 팀장 하지석 씨 말씀이십니까?”“네.”“알겠습니다. 바로 알아보겠습니다.”잠시 후, 회의실을 나선 조연아는 꼭대기층에 위치한 사무실로 향했다.그런데 그녀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우르르 모여있는 비서들의 모습이었다.“뭐 하는 거죠?”조연아의 목소리에 비서들이 홍해 갈라지듯 갈라졌다.“대표님... 대표님 앞으로 온 거 같은데요.”유리 상자 속에 잠긴 장미꽃들을 바라보던 조연아가 고개를 갸웃했다.“누가... 보낸 거죠?”“민지훈 대표님께서 보내신 거라고 합니다.”“누구요?”“민하그룹 민지훈 대표님이요.”깜짝 놀라 되묻는 그녀의 질문에 비서가 다시 대답했다.놀랍도록 아름다운 장미 앞에서도 조연아는 미소 한줄기 지을 수 없었다.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1년 전이라면 길 걷다 꺾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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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안 만날 거니까 알아서 거절하세요.”“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조연아는 다시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민하그룹 대표 사무실.“꽃은 배송됐겠죠?”파일을 덮은 민지훈이 물었다.“네.”오민이 고개를 끄덕였다.“연아가 직접 확인했답니까?”“아, 그게... 네.”오민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그런데 아무 반응도 없다던가요?”집요한 민지훈의 질문에 오민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그게... 조연아 대표가 받은 장미꽃은 전부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답니다. 저희 회사에 꽃 값까지 보내셨고요...”“하.”순식간에 표정이 굳은 민지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내가 준 선물을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도 모자라서 회사 계좌로 돈까지 보내? 이렇게 선을 긋겠다 이거지?’민지훈의 기분이 언짢아진 걸 느낀 오민은 고개를 더 푹 숙였다.‘꽃 선물은 아마 처음 하는 것일 텐데... 그 성의를 이렇게 짓밟으시다니. 조연아 씨가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빠각.다음 순간 펜촉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오민이 화들짞 놀라 고개를 들었다.“그,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그렇게 오민이 도망치 듯 사무실을 나서고 약 몇 시간 뒤.스타엔터.조연아가 이미 결재한 파일을 비서에게 건넸다.“수고하셨습니다. 이만 퇴근하세요.”“네, 대표님도 수고하셨습니다.”잠시 후, 지하주차장.조연아의 차가 주차장을 나서려던 그때,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차량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급정거로 겨우 사고는 막은 조연아가 짜증스레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차문이 열리고 화려한 옷차림의 송진희가 모습을 드러냈다.‘뭐야... 왜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하긴.’조연아가 픽 웃었다.‘평생 사모님 소리만 듣고 살던 사람이 거절이라는 걸 당했으니 짜증이 날 법도 하지.’역시나 잔뜩 일그러진 얼굴의 송진희가 정신없이 차문을 두드렸다.“너 뭐야! 네가 뭔데 날 안 만나겠다고 말해! 당장 안 내려? 안 내려?”“당신과 할 얘기 없습니다, 비기세요!”하지만 이런 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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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긴 손가락으로 핸들을 두드리는 조연아의 여유로움이 옆에서 악을 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송진희의 모습이 더 우습게 보였다.“넌 양심도 없니? 죄책감 같은 거 못 느껴?”“사모님. 지금 죄책감이라고 하셨어요? 사모님이 제 아이 죽이셨잖아요. 그때는 죄책감 같은 거 안 느끼셨나 봐요?”너무나 침착한 표정에 당황한 송진희가 한 발 뒤로 물러섰다.“지금 보내는 일상들, 소중하게 보내세요. 앞으로 당신에게 이렇게 편한 날 따윈 없을 테니까.”말을 마친 조연아는 거칠게 엑셀을 밟아 앞을 막은 차를 그대로 받아버린 뒤 주차장을 나섰다.백미러로 창백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송진희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저딴 사람한테 난 왜 그 동안 당하고만 살았던 걸까?”지난 시간들이 떠오르며 조연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내가...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적어도 내 아이 정도는 지킬 수 있었을 텐데...’그 누군가는 그녀에게 새로 시작하는 바에 과거의 나쁜 일들은 전부 잊고 훌훌 털어버리는 게 어떠냐며 말할지도 모른다.하지만 못이 박힌 나무판은 못을 빼버려도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법.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흉터로 남았을 뿐, 적어도 1년이라는 시간 안에 모든 걸 잊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그러니까... 난 복수할 거야. 내게 상처준 사람들에게 복수... 하고 말 거야.’핸들을 부여잡은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15분 뒤. 추연의 집 앞에 도착한 조연아는 혹시나 운 티가 나지 않을까 얼굴을 살펴본 뒤에야 계단을 올랐다.익숙하게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 보니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추연의 모습이 보였다.“이모.”“왔어? 어머, 너 눈이 왜 그래?”주방에서 한달음에 달려나온 추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수습하느라고 했는데 그래도 운 티가 나는 모양이었다.“눈이요?”조연아가 짐짓 모르는 척 얼굴을 만졌다.“요즘 너무 바빠서 그런가?”“연아야, 그룹 일도 중요하지만 뭐든지 건강이 최고야. 안 되겠다. 너 얼른 가서 쉬어. 밥 다 되면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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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대표님! 하지석 씨 찾았습니다!”잔뜩 흥분한 만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어디 있는데요?”“매화마을이라고. 작은 마을에서 수학선생님으로 있답니다.”“오늘 밤 바로 도착할 수 있게 티켓 좀 예매해 줘요.”“알겠습니다.”통화를 마치자 분주하게 밥상을 차리던 추연이 물어왔다.“너 어디 가려고?”“네, 저 매화마을에 갔다 오려고요.”조연아가 솔직하게 대답했다.“매화마을?”영문을 모르는 추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꽤 먼 곳인데 굳이 오늘 가야겠어?”“전에 스타엔터 재무팀 팀장이 거기 계신다네요. 지금 회사엔 그분이 필요해요.”“누나, 그 사람을 다시 회사로 스카우트 하려고?”“그래. 솔직히 지금 회사 상황이 많이 안 좋아. 일단 재무팀부터 다시 꾸리려고. 실적을 내야 주주들 불안도 사라질 거야.”“그래. 네가 그렇게 결정했다면야. 우리 집에 네 옷 몇 벌 있으니까 바로 여기서 출발하면 되겠다.”말을 마친 추연이 바로 안방으로 향했다.“이모, 제가 해도 돼요...”“얘는. 지금 이모랑 내외하는 거야? 그리고, 내가 쉬라고 했지! 얼른 가서 좀 앉아있어. 이제 국만 끓으면 끝이니까 얼른 밥부터 먹자.”...잠시 후, 출장 준비까지 마치고 세 가족이 식탁 주위에 둘러앉았다.“자, 연아야. 이 닭다리 좀 먹어봐. 너 어렸을 때부터 닭고기 좋아했잖아.”추연이 백숙 닭다리부분을 뜯어 조연아의 그릇 위에 올려주었다.“이모, 제 거는요? 저도 챙겨주셔야죠!”이에 바로 밥그릇을 내민 조연준이 수화로 불평을 호소했다.“으이구, 한 사람 하나씩 사이좋게 먹으면 되지. 이모가 설마 우리 연준이 빼놓을까 봐?”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식사는 계속 되고...잠깐 망설이던 추연이 입을 열었다.“연아야.”“네, 이모.”“그게... 이런 거 물어도 될지 이모도 고민 많이 했는데... 그래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추연의 표정이 진지하게 굳었다.“그날 민지훈 대표랑 너 같이 나갔다면서... 두 사람... 지금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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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옆에 앉은 조연준의 표정 역시 무겁게 가라앉았다.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그렇다고 1년 전 조연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니까.“그러게요. 하긴, 애초에 임천시에서 민지훈 몰래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긴 하지만요.”조연아가 어깨를 으쓱했다.그렇기에 송진희, 민지아를 미리 부른 거기도 했고 말이다.“누나 말이 맞아요. 민지훈 대표가 적어도 임천시는 꽉 잡고 있잖아요. 아니. 이 대한민국에서 민지훈 대표를 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요.”두 남매의 말에 추연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네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거... 좀 더 미룰 걸 그랬어. 네가 그 화재에서 살아남은 게 아직도 꿈만 같은데. 또 네가 그 불구덩이에 다시 뛰어들까 봐... 이모 너무 걱정돼.”“아니에요. 어차피 제가 살아있는 한, 언젠가 들켰을 거예요. 차라리 제 의지대로 나타나는 게 맞아요.”조연아의 머릿속에 요즘 어딘가 이상하던 민지훈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그렇게나 차갑던 사람이 왜 갑자기 그녀에게 집착하기 시작하는 걸까? ‘아니야.’조연아가 고개를 저었다.‘민지훈이 왜 바뀌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이젠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니까. 내가 아무리 바보라도 다시 그 지옥으로 다시 기어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야.’한편,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던 추연이 조연아의 손을 꼭 잡았다.“연아야. 다른 사람이라면 이렇게까지 걱정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하지만 민지훈은 달라. 그 사람과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다치는 건 결국 네가 될 거야.”추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조연아는 더 의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모. 저 바보 아니에요. 다시 그 사람이랑 엮일 일 없어요.”그 화재에서 벗어나 새 삶을 얻게 된 그 순간부터 과거의 나약했던 자신과 영원히 이별하기로 마음 먹은 조연아다.그제야 안심한 듯한 추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이렇게 말하니 마음이 좀 놓이네. 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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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젠장!”나지막한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은 민지훈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그 차가운 포스에 겁을 먹은 오민이 고개를 푹 숙였다.‘조연아 씨가 나타난 뒤로 술과 담배는 많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알아내세요. 지금 어디 있는지.”“알겠습니다.”그리고 잠시 후, 다시 차에 탄 오민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지금 조연아 대표 매화마을에 있답니다.”“매화마을?”“네.”“지금 당장 티켓 예매해 줘요.”“아, 그게...”오민이 난처한 듯 고개를 숙였다.“지금은 시간이 워낙 늦어서 KTX도 기차도 다 끊겼을 텐데요.”“그럼 내가 직접 운전이라도 해서 가는 수밖에요.”“대표님, 지금 당장 출발해도 3, 4시간은 걸릴 겁니다. 차라리 내일 아침 일찍 떠나시는...”“지금 출발합니다.”민지훈이 망설임없이 그의 말을 잘랐다.“알겠습니다.”대답을 마친 민지훈이 다시 차에 타고 이렇게 또다시 보스에게 버려진 오민이 어색하게 밤거리를 채웠다....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여름 밤.빗소리를 BGM 삼아 조연아는 마을의 유일한 모텔에 도착했다.지잉.‘참, 시간 계산 하나는 기가 막히다니까.’짐을 풀자마자 만두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자 조연아가 픽 웃었다.“대표님, 도착하셨습니까?”“네.”“제가 미리 알아본 바에 따르면 하석진은 고아원 출신입니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천재적인 두뇌로 장학금 루트만 쭉 걸어왔던 거죠. 그리고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졸업하고 나선 바로 대기업에 입사했고요.”“스카우트 제의가 많았을 텐데 굳이 스타엔터로 오게 된 이유가 뭐죠?”“과거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추 회장님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합니다. 두 분 다 희귀 혈액형이거든요.”“아, 그리고.”만두가 말을 이어갔다.“지금 매화마을에서 굉장히 인기있는 수학선생님이라고 합니다. 1년 동안 수많은 기업들이 스카우트 제의를 했지만 전부 거절했고요. 삼고초려 작전을 벌이다 떨어져나간 헤드헌터들이 한둘이 아니랍니다. 제가 파일 보내드릴게요.”만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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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대표님. 매화마을, 규모는 작지만 주위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부동산이 많아 온갖 장사치들이 잠깐 들럿다 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유동인구가 꽤 많으니 주무실 때 조심하세요.”“네, 알겠어요.”“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회사 일은 제가 책임지고 제대로 처리하겠습니다.”아직 그룹에서 조연아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만두뿐이라 함께 따라가지 못한 것이 꽤 걱정되는 모양이었다.통화를 마친 조연아는 대충 씻고 잠을 청했다.“안돼... 안돼!”한참을 낑낑대던 조연아가 눈을 번쩍 떴다.“또 그 꿈이네...”비록 행운스럽게 살아남긴 했지만 아직도 가끔씩 1년 전 그 화재가 악몽으로 그녀의 밤을 피곤하게 만들곤 했다.저택에 갇혀 죽음의 공포속에서 절망을 느끼던 그 느낌, 타오르는 불길의 열기까지 너무나 생생한 꿈.한참을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야 꿈이라는 걸 인지한 조연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다 지난 일이야.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쿠르릉!바로 그때.창밖에서 굉음이 들려왔다.그녀가 올 때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어느새 거센 폭우가 되어 대지를 적시고...게다가 사정없이 불어대는 바람이 얇은 창문을 무섭게 때려댔다.탁.그리고 다음 순간, 침대 옆에 켜두었던 스탠드 불이 갑자기 꺼짐과 동시에 복도가 웅성대기 시작했다.“뭐야? 아까 그 소리는?”“왜 정전이지?”“정말 정전인 거야?”...그리고 잠시 후, 직원의 목소리가 복도를 채웠다.“숙객 여러분, 당황하지 말고 각자 방으로 돌아가주세요. 곧 비상전원이 돌아갈 겁니다.”어둠속에서 겨우 휴대폰을 찾아낸 조연아의 눈이 흔들렸다.‘태풍?’텅 빈 도로를 채운 광고판들이 날아가는 굉음에 화들짝 놀란 조연아는 그제ㅔ야 이것이 현실임을 인지했다.“만두 씨, 매화마을에 태풍이 상륙했다네요. 며칠 동안 여기 갇혀있을지도 모르니까 회사 잘 부탁해요.”어둠속에서 약 2-30분 동안 기다렸을까?객실 조명이 다시 불을 밝혔다.하지만 비상전원은 어디까지나 비상용일 뿐, 언제 끝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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