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긴 놈이 왕이다: Chapter 71 - Chapter 80
262 Chapters
제71화
“너 내가 누군지 알고 그딴 말을 지껄이는 거야?”천태영이 이를 갈며 물었다.가문의 젊은이들 중에 수장이 되고 싶지 않은 인물은 없었다.그러나 늙은 수장은 갑자기 지방으로 내려가더니 근본도 없는 미혼모 자식을 가문의 후계자로 내세우려 했다.태어날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그들이 천도준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 리 만무했다.천도준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존을 돌아보았다.“존, 집에 가요.”천태영은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존이 옆에 있는 이상, 천도준을 함부로 건드릴 수도 없었다.늙은 수장이 자신이 아끼는 경호원을 천도준의 옆에 보냈다는 건, 그만큼 눈앞의 이 자식이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했다.“엘리트와 근본 없는 미혼모 자식의 차이가 얼마나 큰 건지 나중에 알게 될 거야.”천태영이 이를 갈며 싸늘하게 말했다.집으로 돌아온 천도준은 그대로 소파에 쓰러졌다.“아까는 도와줘서 감사했어요.”그 말에 존이 고개를 저었다.“제 일입니다.”천도준은 이해한다는 듯이 웃었다.조금 전 존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천태영의 손에 죽었을 수도 있었다.이수용이 말한 것처럼 악마 같은 존재였다.“존, 아까 그 자식의 격투 기술을 직접 가르쳤다고 했죠?” “네.”천도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도 가르쳐줘요.”천태영의 등장은 그에게 위기감을 심어주었다.그들은 뼛속 깊이 일반인의 목숨은 개 목숨처럼 여기고 있었다.조금이라도 정상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위기감이었다.천도준은 아직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다.그렇게 이어지는 며칠 동안 천도준은 아침 운동 시간에 존과 함께 공원으로 나가 운동을 하고 땀을 뻘뻘 흘린 뒤에 집으로 와서 씻고 회사로 출근하는 나날을 반복했다.모든 게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었다.이난희도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천태영은 그날 이후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마치 폭풍우처럼 잠깐 나타나서 충격을 주고 사라졌다가 다시 평화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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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창문을 통해 바라본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고 곧 큰 비가 내릴 것 같았다.고청하는 약간 서운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좀 있으면 비도 오겠는데….”그녀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천도준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리고 그에게서 답장이 올 때까지 공항에서 기다렸다.3년 만에 귀국하고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천도준이었기 때문이었다.그리고 이곳에서 그와 새로운 관계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그런데 이 일중독자가 일하다가 약속까지 까먹을 줄은 몰랐다.잠깐의 서운함을 뒤로 하고 고청하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하긴, 그런 모습에 반한 거긴 하지만.”천도준이 급하게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40분이 지나간 뒤였다.먹구름이 끼었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그가 흠뻑 젖어서 공항에 도착했을 때, 구석에서 외롭게 앉아 있는 여자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3년 만에 처음 만나는 거지만 고청하는 예전이랑 외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예뻤고 조금 더 성숙한 분위기가 풍겼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천도준은 미안한 얼굴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며 사과했다.천도준을 보자마자 고청하의 예쁜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비에 흠뻑 젖은 천도준을 그대로 끌어안았다.“일중독자, 오랜만이야!”“야, 이거 놔. 너까지 젖겠어!”천도준이 다급히 말하며 그녀를 밀어냈다.고청하는 천도준을 놓아주고 짐짓 서운한 얼굴로 말했다.“오랜만에 만나서 좀 안아보자는데 튕기기는.”천도준은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를 흘겨보고는 그녀의 캐리어를 잡고 말했다.“가자. 내가 식당 예약했어. 많이 배고프지?”고청하는 배를 만지작거리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누구 때문에 뱃가죽이 등에 붙는 줄 알았잖아.”천도준도 미소를 지으며 고청하와 함께 공항을 나왔다.“비가 이렇게 오는데 왜 우산도 안 가져왔어?”고청하가 물었다.“너무 급하게 오느라 깜빡했어.”천도준의 말에 고청하가 인상을 찡그렸다.“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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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위너스 레스토랑.천도준이 처음 스테이크를 맛본 집이었다. 그때는 고청하가 밥을 산다고 그를 불러냈었다.대학교 때 그와 오남미, 그리고 고청하는 항상 붙어 다니는 가족 같은 친구 사이였고 종종 이곳에서 같이 외식을 즐기기도 했다.3년 전 고청하가 해외로 떠날 때도 이곳에서 셋이 작별 파티를 했었다.그래서 이 레스토랑은 그들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었다.“그래도 기억하고 있었네?”고청하는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아련한 표정으로 간판을 바라보았다.“어떻게 잊겠어.”천도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자 고청하가 코를 살짝 찡그렸다.“그런데 너 너무 쪼잔한 거 아니야? 너 건설회사 부장까지 달았다며? 오랜만에 해외에서 귀국하는 친구에게 밥 사는데 고작 여기라고?”3년 간 그녀는 해외에 있었지만 천도준과 오남미의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전해 들었다.그래서 그와 오남미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그녀는 대학을 금방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쭉 승진하다가 부장의 자리까지 오른 천도준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아마 평민 출신에서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럼 어디 가고 싶어? 얘기만 해.”천도준이 웃으며 말했다.“됐어, 그냥 여기서 먹자.”고청하가 입을 삐죽이며 먼저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사실 천도준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비록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하기는 했지만 윗분들 눈치 보는 월급쟁이에 불과했고 번 돈을 모두 어머니의 치료비에 썼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그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차에서 내린 그들은 둘 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이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둘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오히려 손님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저런 초라한 몰골을 하고 스테이크를 썰러 오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자리에 착석해서 메뉴를 주문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메뉴가 올라왔다.천도준과 고청하는 스테이크를 썰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하지만 아무도 오남미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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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좋아.”고청하는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가 계산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친구들을 통해 천도준의 사정을 전해들었다. 그래서 그가 번 돈을 전부 오남미에게 주거나 어머니 치료비에 썼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까지 월셋방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동정하며 그의 자존심을 꺾고 싶지도 않았다.남자의 자존심은 가끔 그의 목숨보다 더 소중했다.차가 출발하고 고청하는 전방을 주시하며 그에게 물었다.“참, 아줌마는 좀 어때?”“괜찮아. 그럭저럭 회복하고 있어.”천도준이 말했다.고청하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네 상황에 대해서는 친구들 통해서 들었어. 내가 도와줄게. 아니, 널 돕겠다는 게 아니라 아줌마가 안타까워서 그래.”“내가 해결했어. 엄마는 수술 받고 회복 중이야. 곧 퇴원하실 거야.”천도준이 말했다.“진짜? 너무 잘됐다!”고청하는 진심으로 환하게 웃었다.“천도준, 너 정말 대단해. 그거 알아? 사실 대학교 다닐 때부터 너 언젠가는 크게 될 놈이라는 걸 알았어. 넌 학교 때 내 우상이었거든.”“아부하지 마. 학교 다닐 때처럼 너 대신 논문 써줄 수도 없어.”천도준이 딱 잘라 말했다.고청하가 해사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그럼 내일 아줌마 보러 가도 돼?”천도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되지. 내일 저녁에 나 퇴근하고 나랑 같이 가자.”차는 어느새 리빙턴 호텔에 도착했다.천도준은 짐을 들고 카운터로 가서 방을 등록했다.그리고 고청하를 방까지 데려다 준 후에 회사로 돌아갔다.방으로 돌아온 고청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다 알고 있어. 남미가 너희 엄마 치료비까지 다 빼돌려서 이혼한 거. 누구라도 그런 일이 생겼으면 용서할 수 없었을 거야.”오남미가 천도준과 이혼한 후, 그의 부모님들은 이 일을 방방곳곳에 알리고 다녔다.그들이 결혼한 뒤로 오남미의 가족들은 천도준에게 묘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고청하는 줄곧 이 결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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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다음 날 아침, 고청하는 호텔을 나와 아버지 회사 계열사 중 하나인 자재 회사로 가서 입사 절차를 밟았다.아버지가 직접 운영하는 본사에 비하면 정말 작은 회사였지만 과거 아버지가 창업한 첫 회사이기도 했다. 천도준이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있기에 그녀는 그와 관련된 업체를 관리하며 그를 도와줄 생각이었다.천도준은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가서 어머니꼐 문안 인사를 드리고 회사로 출근했다.그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마 대리가 서류를 들고 찾아왔다.“대표님, 좀 곤란한 문제가 생겼는데 대표님께서 결정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서류를 그에게 내민 마 대리가 계속해서 말했다.“서천 재개발 공사 규모가 커서 이번에 우리 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자재 업체를 섭외하려고 하는데 저쪽에서 아직 확답을 주지 않아서요.”천도준은 덤덤한 얼굴로 서류를 확인했다.정태건설은 주건희 회장이 관리하는 회사 중에서도 가장 하위권에 속하는 작은 기업이었고 규모도 다른 건설 업체에 비하면 보잘것없었다.솔직히 이대광이 대표로 부임했을 적에 술에 취해서 통 크게 60억을 질러버리지 않았으면 사실 정태건설은 이번 프로젝트의 입찰 대상자도 아니었다.여차여차해서 천도준이 역전을 이루어내긴 했지만 워낙 규모가 큰 공사라 예전에 협업하던 업체에서 모든 자재를 공급받는 건 난항이 있었다.그쪽에서는 그만한 물량을 소화해 낼 수도 없었다.그래서 규모가 큰 자재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영일자재?”서류를 확인한 천도준이 쓴웃음을 지었다.“이거 우리 시에서 규모가 큰 건설 현장에만 자재를 공급하는 업체잖아. 지금 우리가 넘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닌 것 같은데.”“맞아요. 우리 회사가 워낙 규모가 작다 보니 서천 재개발 사업을 맡았다고 해도 저쪽에서 질질 끌며 확답을 주지 않는 것 같아요.”마 대리가 기 죽은 얼굴로 말했다.“그래서 계속 그쪽과 교섭을 시도해야 할지 다른 자재 회사로 갈아탈지 대표님이 결정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예전 공급업체는 그 많은 물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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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장학명은 서류를 그녀의 책상에 내려놓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아가씨, 첫날이라 피곤하실 텐데 쉬어가면서 하세요.”“저 괜찮아요.”고청하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장학명에게 물었다.“부사장님, 이 서류들은 뭐예요?”장학명은 고청하의 천사 같이 순수한 얼굴을 보고 가슴이 벌렁거렸다.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가 다급히 말했다.“정태건설이 저희 회사랑 협업하고 싶다고 보내온 자료들입니다. 현재 저희 측에서도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보는 사업이기도 하고요.”“정태건설이요?”천도준이 부장으로 있는 회사 얘기가 나오자 고청하는 다급히 서류를 펼쳤다. 장학명이 옆에서 설명했다.“지난 달에 정태건설은 서천 재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입찰했습니다. 운이 좋았던 거죠. 그들이 그 프로젝트를 입찰한 뒤로 곧이어 의성그룹에서 우리 시의 재개발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어요. 게다가 서천을 꼭 집어서 우선 고려 대상이라고도 말했고요. 그렇게 돼서 지금 서천구 땅값이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습니다.”“잘된 일 아닌가요?”고청하가 말했다.“그쪽과 협업하면 우리한테 돌아오는 것도 많을 텐데요.”“그렇긴 하지만 정태건설은 성숙한 기업의 자질을 갖춘 회사가 아닙니다.”장학명이 변명하듯 말했다.그 말을 들은 고청하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그거 핑계인 거 알아요. 나 이래 봬도 아버지 옆에서 경영을 배운 사람이에요. 단가를 올리고 싶으면 그렇다고 솔직히 말씀하세요.”“예. 역시 아가씨는 눈치가 빠르시네요.”장학명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저희가 계속 확답을 안 주는 것도 일부러 정태건설을 조급하게 만들어서 우리한테 유리한 쪽으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함입니다.”“아가씨 말씀처럼 회사 자질 문제는 아주 중요한 고려대상이지요. 정태건설은 서천구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었으니 우리 쪽에서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영일자재의 대표로 부임한 뒤로 어떻게 하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가 그의 가장 큰 고려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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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그날 점심, 천도준은 영일자재와 협업 관련 사항을 의논하려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이때, 마 대리가 급급히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부사장님, 큰일 났어요!”천도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무슨 일인데?”“영일 자재 사장이 우리 회사로 온대요.”마 대리가 말했다.푸흡!천도준은 마시던 물을 그대로 뿜었다.영일자재는 현재 업계에서 가장 큰 자재 업체로 그들과 장기 협력을 체결한 회사들은 전부 다 괴물급 회사들이었다.그러니 영일 직원들 눈에 정태건설은 하찮은 소기업에 불과했을 것이다.물론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지만 협업에 관련해 의논한다고 해도 정태에서 영일로 사람을 보내는 게 맞았다.“일단 가서 만나는 보자.”자리에서 일어선 천도준은 마 대리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한편, 접대실에 도착한 장학명은 손에 든 단가표를 보고 울상을 짓고 있었다.고청하는 서로 상부상조해야 같이 돈을 번다는 말로 이번 계약에서 우위를 점하려던 그의 모든 계획을 뒤집어 버렸다.서천구의 대역전극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회사들도 많았다.하지만 이 사업이 큰 이득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관점에는 장학명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그리고 영일처럼 탄탄한 자재 업체만이 그 방대한 물량을 소화할 수 있었다.그래서 질질 끌면서 정태건설과 밀당을 하려던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낙하산을 타고 나타난 황태녀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려버렸으니 어이가 없었다.마침 접대실에 도착한 천도준과 마 대리는 울상을 짓고 있는 장학명을 보고 약간 당황했다.천도준이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귀하신 분이 오셨는데 접대가 소홀해서 정말 죄송합니다.”“반가워요.”장학명이 쓴웃음을 지으며 천도준과 악수했다.“정태건설이 이번에 큰 도약을 했더군요.”서천구 재개발 사업이 가지는 가치에 대해 둘 다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모든 건설 업계가 그들의 도약을 시기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천도준은 겸손한 미소로 응대했다.탁!장학명이 계약서를 테이블에 내려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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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천도준은 마 대리의 어깨를 다독여 주며 말했다.마 대리에게 말했던 것처럼 정태건설이 도약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인물이니 나중에 신세를 갚아야 하는 건 당연했다.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 도시에서 정태건설의 입지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앞으로 영일과 협력할 일이 많아질지도 모른다.만약 새로 온 사장이 그것까지 예측했다면 그 사람은 장학명보다 더 멀리 볼 줄 아는 사람인 것이다.하지만 이런 일방적으로 한쪽에 유리한 계약은 어쩐지 이상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이윤을 30프로나 포기한다는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그는 의혹을 안고 사무실로 돌아갔다.이때, 마 대리가 급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다.“대표님, 장 사장이 또 왔어요. 계약서 세부 사항을 수정하고 싶다는군요!”천도준은 순식간에 불쾌감을 느꼈다.아직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세부 내용을 수정한다니!계약이 장난도 아니고!그가 일어서기도 전에 장학명이 안으로 들어왔다.그의 표정이 사뭇 어두웠다.그는 고청하의 결정을 진심 이해할 수 없었다.정태건설을 나오자마자 고청하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수정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너무 허무했다.“장 부사장님.”천도준이 입을 열자 장학명이 손사래를 치며 그의 말을 잘랐다.“이유는 묻지 마시고 계약서 새로 인쇄하세요. 지불 방식을 연도별로 지불하는 거로요!”천도준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마 대리의 입에서도 신음이 새어 나왔다.“저… 정말요?”“더 이상 묻지 마세요.”장학명이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마 대리, 다녀와.”천도준이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대놓고 밀어주는 계약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비록 새로 부임한 사장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굳이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았다.그렇게 계약서가 새롭게 체결되었다.장학명은 세부 사항을 확인하지도 않고 사인했다.사실 상 굳이 볼 필요도 없었다.고청하가 대놓고 정태건설을 밀어준다고 나섰는데 어떤 조건이든 받아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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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잠시 고민하던 그는 일단은 알리지 않기로 했다.그는 고개를 돌려 고청하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말했다.“나중에 내가 아주 놀랄만한 거 보여줄게.”고청하는 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였고 친구에게 뭔가를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그리고 최근 한 달간 있었던 일 때문에 친구에게 동정을 사고 싶지도 않았다.“뭐야? 서프라이즈야?”고청하가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서프라이즈 좋지.”차가 이율병원으로 들어섰다.차에서 내린 고청하는 천도준에게 트렁크를 열어보라고 했다.그리고 트렁크를 연 천도준은 그 자리에서 놀라고 말았다.안에는 비싼 과일과 보건품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처음 병문안 오는 건데 선물이 빠질 수는 없지. 대충 마음에 드는 거로 샀는데 아줌마가 좋아하실지는 모르겠네.”고청하가 웃으며 말했다.천도준은 순간 울컥하며 감정이 격해졌다.고청하는 장난처럼 말했지만 오남미의 예전 행실과 비교되면서 그의 아픈 곳을 찔렀다.사실 고청하가 빈손으로 갔어도 그의 엄마는 무척 기뻐했을 것이다.이렇게 살뜰히 웃어른을 챙기는 고청하에 비해 오남미는 3년 동안 시어머니를 찾아 뵌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친구와 전처의 상반된 태도에 그는 갑자기 우울해졌다.“너 왜 그래?”고청하가 물었다.“아니야. 뭘 이렇게 많이 샀어?”천도준은 억지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선물을 들고 병원으로 들어갔다.고청하는 과일바구니를 들고 그의 뒤를 따라오며 말했다.“야, 천도준! 좀 천천히 가. 나 긴장된단 말이야. 이따가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병실.이난희는 박유리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박유리가 간병인으로 온 뒤에 이난희는 정서적으로도 매우 안정이 되었고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얼굴에 혈색도 돌았다.이난희는 박유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서 그녀를 딸처럼 대했다.박유리도 그걸 알기에 진심을 다해서 이난희를 돌봤다.천도준이 안으로 들어가자 박유리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가왔다.“오셨어요?”“도준이 너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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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나이 든 엄마가 기억을 못한다고 어찌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저런 거짓말을 할까?이난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박유리에게 말했다.“유리 씨, 차 좀 타줘.”“네, 아줌마.”박유리는 고청하에게 차를 내어주고 과일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천도준은 센스 있고 부지런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반면 고청하는 박유리를 보고 살짝 인상을 썼다.하지만 잠깐이었고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난희의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눴다.천도준은 대화에 끼지 않고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잠시 후, 박유리가 씻은 과일을 가지고 돌아왔다.세 여자가 모이자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고청하는 직접 사과를 깎아 먹기 좋게 잘라서는 이난희의 입에 넣어주기까지 했다.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다.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천도준은 이만 돌아가자고 했다.고청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웃으며 이난희와 인사를 나누었다.“그럼 일찍 쉬어요, 아줌마. 나중에 시간 나면 종종 보러 올게요.”“그래, 그래.”고개를 끄덕인 이난희가 천도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도준아, 날도 어두워졌는데 청하 집까지 꼭 바래다줘.”“알겠어요, 엄마.”천도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고청하와 병실을 나온 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천도준이 물었다.“아까는 왜 나랑 동창이란 말을 안 했어? 너 결혼식에 들러리까지 섰잖아.”“넌 이게 문제야.”고청하가 천도준을 힐끗 노려보고는 말했다.“아줌마는 지금 무조건 안정을 취해야 해. 내가 거기서 저 도준이 결혼식 때 들러리 섰다고 대답하면 아줌마가 또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될 거잖아.”천도준은 순간 당황했다.아들인 그마저도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고청하가 이렇게까지 세심할 줄은 몰랐다.그가 잠깐 정신이 팔린 사이, 고청하가 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참, 아까는 실례인 것 같아서 안 물어봤는데… 아줌마 간호하는 그 여자분은 누구야?”천도준이 덤덤히 말했다.“엄마 간병인.”“진짜 그게 다야?”고청하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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