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181 - Chapter 190
363 Chapters
제181화 인적
신유리는 가까스로 몸을 바로 가누었다.안색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은 서준혁을 바라보며 신유리도 화가 났다. 팔이 아플뿐더러 이런 억울함까지 당하게 되었으니.비아냥거리며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늘 변함없이 부드럽고 낮은 그의 목소리.“유리야, 무슨 일인데 그래?”소리에 따라 신유리는 고개를 돌렸다.“기다리고 있지 왜 왔어?”“네가 하도 오지 않아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온 건데.”이신은 덤덤하게 대답하고 나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서준혁과 우서진을 힐끗 보았다.이윽고 그는 눈에 가시라도 박힌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우진이가 오자고 하긴 했는데, 여기 별로야. 앞으로 다시는 오지 말자.”이신이 옴으로 하여 신유리는 더 이상 서준혁 일행과 말하고 싶지 않아 돌아가려고 했다.“그만 돌아가자.”이에 이신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나란히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미처 몸을 돌리기도 전에 우서진의 음침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신유리, 너 딱 기억하고 있는 게 좋을 거다.”그 소리에 신유리는 발걸음을 멈추더니 우서진을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개 키워 본 적 없어요?”“주인 말대로 하지 않는 개는 맞아도 싸거든요.”그 말에 우서진은 얼굴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신유리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당장이라도 끌고 와서 죽일 모습이었다.그의 시선을 느낀 이신은 무심코 옆으로 살짝 몸을 돌려 시선을 차단해 버렸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인 채 신유리에게 부드럽게 말했다.“가자.”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소리였기에 옆에 있던 사람들도 똑똑히 들었다.깊게 가라앉아 있던 서준혁의 눈동자는 약간 흔들렸고 그는 신유리에게 시선을 돌렸다.고개를 살짝 숙인 신유리는 예쁘고 매끈한 목 라인을 무심결에 살짝 드러냈다.서준혁이 자기를 지켜보고 있음을 그녀도 알아차리긴 했다. 그저 상대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이신과 함께 연우진을 찾으러 갔는데, 연우진은 두 사람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것을 보고 놀라며 물었다.“
Read more
제182화 없는
신유리와 이신은 눈빛을 주고받았지만 둘 다 입을 열지 않았다.윤도훈은 신유리가 건네준 자료를 들고 갈팡질팡했다.표정이 일그러질 정도로 한참을 생각하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침묵을 깨뜨렸다.“여 대리는 화인 출신입니다. 화인의 작은 상사들과 사이가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도 아마 그쪽 힘을 빌려 드리머과 접촉한 것 같습니다.”“이건 시작부터 불공평한 게임입니다.”신유리 또한 이 부분에 대해 미처 생각지 못했다.하지만 만약 윤도훈의 말대로 여정원과 화인이 묶여 있다면 일이 어찌 될 지는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화인은 성남에서 새로 일떠선 금융계 에이스이다. 신유리는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다.게다가 원 플러스 원인 격이니 드리머든 빌리언즈이든 어리석지 않은 이상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 답은 나와 있을 것이다.하지만 윤도훈은 완전히 가망 없다며 견해를 밝힌 건 아니다. 여전히 마음속으로 갈등하고 있다는 걸 신유리는 눈치챘다.결코 드러내지 않고 윤도훈과 몇 마디 더 나누고 나서 이신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힘들 것 같아.”신유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화인과 엮게 되면 왠지 모르게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았다.이신의 얼굴만 봐서는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서두를 거 없어. 일단 다른 것부터 보자.”하긴 빌리언즈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신유리도 뭐라고 더 하지 않았다.이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는데, 리사가 주동적으로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지난번 리사가 신유리한테서 말을 캐 내려고 애쓴 뒤로 두 사람은 서로 연락이 뚝 끊겼다.신유리는 처음에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지금 여정원과 함께 일하고 있기에.발신자 번호를 확인한 신유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 세우며 한쪽으로 걸어가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리사 쪽은 살짝 시끄러웠지만 소리는 덤덤했다.“여 대리가 너 좀 보자고 하시네. 시간 돼?”“여정원 씨가? 나를 왜?”리사는 다소 억지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몰라. 일로 할 말이 있
Read more
제183화 곳에서
신유리처럼 도도한 사람이 절대 체면이 구겨지는 일을 하지 않으리라 여정원은 단언했다.하여 저도 모르게 의기양양한 말투로 밀어 붙였다.“조작인지 아닌지 밝혀내고 싶다면 제가 사진 몇 장 더 드릴게요. 하는 김에 같이 하시죠.”이는 적나랄한 협박이다. 신유리는 가식적인 그의 얼굴을 보고 속이 울렁거렸다.무릎 위에 놓인 손이 절로 그러쥐어지는 순간이었다.하지만 결코 이성을 잃지 않고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착시 현상으로 몰래 찍은 겁니까?”이에 여정원은 눈썹을 들썩이며 여유롭게 술잔에 술을 따라 신유리에게 건네주었다.“그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사실 여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것 같습니까?”“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여정원은 안경을 벗어 한쪽에 놓고 느끼하게 웃으며 신유리를 바라보았다.다시금 신유리의 손을 잡으려고 시도 했고 귀에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좀 편하게 갑시다. 화인에서부터 유리 씨를 눈여겨 봐 온 것 유리 씨도 잘 알고 있잖아요. 서준혁한테 버림받고 이 무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나한테까지 미움 사게 되면 유리 씨는 앞으로 길이 뚝 끊기게 될 겁니다. 듣자 하니 서준혁하고 좋지 않게 끝냈다고 하던데.”“이쯤에서 내 손 잡죠? 빌리언즈로 내가 꽂아 줄게요.”여정원의 손이 거의 살에 닿으려고 하자 신유리는 바로 손을 거두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여정원을 내려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틀린 말은 아니네요. 사람들은 사실 여부에 관심이 없는 거 맞아요.”그러자 여정원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칭찬했다.“역시.”그때 신유리는 덧붙여 말했는데, 여정원은 칭찬했던 자기가 우스웠다.“그렇다고 하여 모든 사람이 어리석은 건 아닙니다.”신유리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흔들며 여정원을 내려다보며 냉랭하게 말했다.“증언 잘 쓰겠습니다.”여정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얼굴이 굳어졌다.“설마 녹음?”신유리는 핸드폰을 보며 입가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참, 예나 지금이나 시종일관 어리석군요.”험상궂은
Read more
제184화 널
이석민은 지금 사무실 책상 앞에서 서준혁을 바라보고 있다.서준혁의 얼굴이 하도 어둡고 음침하여 그는 속으로 무척이나 떨렸다.“대표님, 계약서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이석민은 계약서를 전해 주려고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서준혁은 조금 전에 메시지 한 통을 받고 나서 순간 안색이 변한 것이고.어찌 된 영문인지 알 길이 없는 이석민은 머뭇거리다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아직 마지막 단계에 이르지도 않았습니다. 화인에서 그만두고 싶다고 해도 되는 사안입니다.”계약서는 드리머 쪽에서 보내온 것이고 관련 담당자가 자세히 보고 난 뒤 서준혁에게 전해진 것이다.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바로 사인해도 되는 그런 계약서이다.서준혁은 내내 침묵만을 유지한 채 아직도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잠시 후 그의 얼굴은 마침내 전보다 약간 부드러워졌다.이석민이 가져온 계약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차갑고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전에 찾아보라고 한 자료는요?”“빌리언즈 내부 고위층에는 여정원 외에도 전에 화인에서 근무했던 사람도 있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화인의 명성으로 다른 회사와 합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 말에 서준혁은 또다시 눈동자가 가라앉았다.“화인의 명성을 이용했다고요?”“네.”이석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여정원이 화인에서 나간 뒤로도 줄곧 관리층에서 근무하고 있는 일부 직원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드리머에 관해서도 수출팀 양현문과 접촉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이석민은 갑자기 여정원에 대해 알아보라고 한 그의 지시가 생뚱맞기만 했었다.하지만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양파 껍질처럼 계속 벗겨졌다.직장은 그만둔 사람이 화인 내부 담당자들과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니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다.서준혁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이석민에게 그만 나가보라고 했다.나가기 전에 이석민 재차 망설이다가 끝내는 용기를 내어 일깨워주었다.“대표님, 송 비서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퇴
Read more
제185화 사랑할게
송지음 곁에는 다른 부문의 대리도 함께하고 있다. 전에 신유리와 소통한 적도 있다.송지음의 말을 듣고 난 그녀는 자기를 겨냥하는 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처하기만 했다.그렇다고 하여 선뜻 나서서 뭐라고 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송지음, 신유리 그리고 서준혁까지 세 사람 사이의 스토리는 아직도 회사 내부에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고 남아 있다.송지음은 말을 다 하고 나서 고개를 약간 치켜들며 득의양양했다.“유리 언니, 내가 조금 전에 한 말 어떻게 생각해요? 너무 정확하게 딱 짚어서 말한 거 같지 않아요?”신유리는 화인으로 오게 되면 이와 같은 쓴소리를 듣게 될 줄 예상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사무실 일이 우선이니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눈꺼풀을 드리우며 신유리는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진 것 같네요. 송 비서님.”이에 송지음은 인상을 찌푸렸고 신유리는 카운터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서 비서님과 만나기로 했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시죠.”서교는 신유리가 그만두고 나서 비서팀에서 새로 뽑은 직원이다.그전에도 쭉 비서 일을 했었고 신유리와 사이가 괜찮았다.말하던 참에 양예슬이 내려와서 신유리와 인사했다.“유리 언니, 서 비서님께서 저더러 언니 모시고 오라고 하셨어요.”땅속으로 꺼져 들어가고 싶은 심정인 송지음을 바라보며 윤예슬은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송 비서님도 유리 언니 모시러 온 거예요?”퇴근 시간이 임박해 오고 있다. 신유리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송지음을 보지도 않고 자리를 떠났다.“올라가요.”“유리 언니.”이때 송지음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덤덤하기만 한 신유리의 얼굴을 보고 송지음은 천천히 운을 떼기 시작했다.“저 이제 곧 생일인데, 준혁 오빠가 생일파티 열어준다고 그랬어요. 언니도 올 거죠?”신유리 앞에서 체면을 좀 세우고 싶었던 송지음이다. 서준혁에 대해 언급하자 송지음은 점점 더 당당해지면서 목소리마저 힘이 잔뜩 들어갔다.‘봤어? 우리 오빠는 생일 파티도 열어준다고.’
Read more
제186화 당신
사무실의 공기는 삽시에 얼어붙었다. 신유리는 눈꺼풀을 떨며 천천히 말했다.“조건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을 얘기하는 거야.”서준혁은 눈을 치켜뜨며 냉정하게 입을 열었다.“협상? 신유리, 아까 거절했어. 벌써 잊은 거야?”서준혁은 아무런 표정 없이 신유리를 쳐다보았다.“나는 절대 관심 없는 것을 탐하지 않아.”서준혁의 말에 신유리는 숨을 잠시 참았다.‘서준혁이 관심 없는 것?’‘버닝스타에서 서준혁이 관심 없는 것?’신유리는 생각하며 한참이나 지나서야 손에 든 문건들을 정리했다.“죄송하네요, 서준혁 대표님. 제가 방해했어요.”서준혁은 여전히 입술은 다문 채 냉정하게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날카로운 그의 턱선은 냉기를 뿜는듯싶었다.“이신과 같이 있다 보니 닮아 가는 거야?”서준혁의 입에서 이신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신유리의 행동은 더욱 빨라졌다.서준혁은 얼굴이 더욱 경직되어 경고 어린 말을 내뱉었다.“이씨 가문은 너의 생각처럼 쉽지 않아. 이신이랑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신유리는 행동이 늦추어 지더니 천천히 서준혁을 바라보았다.“당신이 뭘 알아?”서준혁은 이유 모를 웃음을 짓고 쭉 뻗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신이 이미 가문에서 쫓겨난 걸 알려주지 않았지. 이씨 가문은 새로 배양하는 후계자가 있다지? 그가 왜 외국으로 가서 작은 회사를 열었다고 생각해?”“신유리, 안타깝게도 너는 사람을 잘못 택한 거야.”이신에 관하여 신유리는 아는 게 얼마 없었다. 단지 임아중의 말로 이신과 그의 집안이 사이가 좋지 않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서준혁은 말이 없는 신유리를 보며 얼굴이 어두워지며 입을 열려 할 때 신유리가 그를 쳐다보았다.신유리는 최근 많이 핼쑥해졌고 피부 또한 더욱 하얘졌다. 석양빛이 창문을 넘어 그녀의 예쁜 얼굴을 비추었다.신유리는 견결한 얼굴을 하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람을 택한 적이 없어. 이신의 일은 당신이 말할 필요 없어. 서준혁, 당신의 오만한 태도가 역겨워.”
Read more
제187화 큰
“서 대표님, 원다 그룹과 광하 그룹은 시종일관 사이가 좋았는데 이번에 태씨 가문에서 사람을 보낸 건 원다 그룹과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이석민은 자신이 수집한 자료들을 넘기며 서준혁에게 보고를 올렸다.“장 대표님이 계약을 유지하면 태씨 가문도 허락할 것입니다.”“원다와 화인 그룹은 작년에 협력한 건가요?”서준혁이 물었다.“네, 작년의 프로젝트입니다.”서준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석민도 가만히 있었다. 이석민은 서준혁의 무표정을 바라보며 말을 삼켰다.이석민의 그전에 각 회사를 분석하는 일을 했고 서준혁과 함께 고객들을 만나는 일은 신유리가 했다.지금 신유리가 없으니 이석민이 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이석민은 아직 서준혁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이석민은 한숨을 쉬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저수지를 힐끗 쳐다보고는 깜짝 놀랐다.“유리씨가 왜 여기에?”다른 생각을 하던 서준혁은 이석민의 말에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원다 그룹과 계약을 할 때 이익을 추가한다고 하지 않았나요?”여전히 신유리를 바라보던 이석민은 서준혁의 말에 잠시 멍하더니 말했다.“네, 그러나 저희가 수락하지 않았습니다.”신유리는 차량이 지나쳐가자 자신이 잘못 보았다고 생각했다.신유리는 밖에서 십여 분이나 기다리자 이신이 도착했다.이신은 점잖은 옷차림으로 신유리에게 물었다.“밖에서 안 들어가고 뭐 하는 거야?”“드리머와 빌리언즈의 사람들이 아직 안에 있어.”허경천은 투덜거렸다.“빌리언즈는 뭐 하는 거야? 우리와 드리머 사이의 일에 왜 이렇게 끼어드는 거야?”신유리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드리머와 버닝스타의 일인데, 빌리언즈가 중간에 낀 것은 정말 이상했다.그러나 이것도 뒷담화에 불가할뿐 여정원은 이번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부서의 사람들은 늦게 와 전람회에 대해 말하기는커녕 서로 놀기에 바빴다.“오늘 일에 대해 말하지 말고 친구를 맺읍시다!”“평시에 일만 하다 보니 놀지 못했을 텐데 오늘 기회를 빌려 휴식하십시오.”책임자는 황 씨로 웃상
Read more
제188화 무
발걸음 소리가 조용한 거리에서 유달리 크게 울렸다. 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서준혁의 뒤에는 이석민과 중년 남성이 따라왔다. 그의 얼굴은 냉정했고 시선은 신유리와 여정원을 잠시 번갈아 보았다.여정원은 갑작스러운 서준혁의 목소리에 잠시 놀랐다.“여 매님점은 고상한 취미가 있으시네요.”서준혁은 여전히 여정원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의 말투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았다.“요즘 괜찮은가 봐요?”신유리는 정신을 차리고 옷소매를 움켜쥐고 나서야 서준혁을 바라보았다.서준혁이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의문이었다.서준혁은 그녀의 시선을 느꼈다. 검은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유리 씨, 뜻밖의 일들을 겪게 되네요.”서준혁의 뜻밖의 일들은 결코 좋은 일들이 아니었다.신유리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입을 열려 할 때 여정원이 갑자기 말을 가로챘다.여정원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서 대표님이 여기에는 어쩐 일이에요?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같이 밥이라도 드실래요?”말을 마치고 신유리를 힐끗 쳐다보며 웃었다.“지금 저랑 유리 씨가 사적으로 할 얘기가 있어서 서 대표님이 잠시만 기다려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사적이라는 단어에 여정원은 일부러 힘을 주었고 신유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복잡했다.옆의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공기는 삽시에 차가워졌다. 서준혁은 눈을 치켜떴다. 그는 키가 컸기에 위에서 모든 사물을 위에서 깔보는 느낌을 주었다. 그때 여정원이 눈치 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서 대표님도 알다시피 제가 예전에 유리에게 많은 걸 가르쳐줬는지라...”여정원은 웃음을 짓고 있었으나 하는 말은 사람을 불편하게 했다. 마치 그와 신유리가 예전에 불정당한 관계인 것마냥.그러나 여정원은 일부러 이렇게 말한 것이다.여정원은 여전히 서준혁이 자신을 해고한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당시 화인 그룹은 중간 관리자들을 승진시키려 했기에 여정원도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서준혁은 이것을 빌미로 여정원을 해고했다.신유리와 서준혁의 관계는
Read more
제189화 산
이신은 미간을 찌푸렸다.“서 대표님은 한가한가 봐요. 회사에서 할 일이 없는 건가요?”두 사람은 서로 으르렁거렸다. 신유리는 관자놀이가 지끈거려 손을 뻗어 이신을 붙잡았다.“그만해. 곡연이 우리를 기다릴 거야. 빨리 가자.”신유리는 이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하며 흔들었다. 냉정했던 이신의 태도도 점차 수그러들어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래.”이신은 또다시 서준혁을 보며 입을 열었다.“서 대표님 길을 비켜주시면 좋겠어요.”서준혁의 눈빛은 어두워졌고 신유리가 잡은 이신의 옷자락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신유리는 서준혁의 고집을 알고 있어서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서준혁이 길을 비켜주기 전에 이신의 손을 잡고 죽림의 방향으로 걸어갔다.죽림을 걸어가다 보면 휴식 구역으로 갈 수 있었다.이신은 아무런 반항도 없이 한동안 걸은 후에야 신유리는 손을 천천히 놓았다.“미안해.”“왜 미안하다고 하는 거야?”이신은 그녀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신유리는 생각하다가 쓰게 웃었다.“매번 곤란하게 하는 것 같아.”“그리고 화인 그룹의 일도...”이신은 신유리에게 화인 그룹을 찾으러 가지 말아 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녀 마음대로 찾아간 것이다.“자책할 필요 없어. 네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인 걸 알아. 사실 그게 맞는 거야. 화인 그룹은 유일하게 문제 해결해 줄 수 있어.”이신은 차분하게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그러한 모습은 사람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단지 화인 그룹이 눈썰미가 없는 것뿐이야. 네가 자책할 필요 없어.”이신은 마지막 말을 내뱉고 다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너는 항상 모든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 같아.”신유리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화인 그룹도, 서씨 가문의 그 누구도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모든 사람은 이미 그녀의 책임지려는 태도에 적응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문제가 터졌을 때는 그녀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었다.이신은 말이 없는 신유리를 쳐다보며 마법처럼 복숭아를 한 알
Read more
제190화
신유리는 핸드폰을 꽉 쥐었다.“밖에서 전화 받고 올게.”말을 마치고 신유리는 별정을 나왔다.벨소리가 여전히 울렸다. 전화는 합정에서 걸려 온 것이었지만 생소한 번호여서 누군지 알 수 없었다.요즘 합정에서 매일 전화가 걸려 왔다. 처음에는 이연지가 전화를 걸었는데 후에 블랙리스트에 넣었기에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문자도 다른 번호로 보내졌다. 그녀를 불효녀라 욕하거나 전화를 받으라고 위협하는 내용이었다.신유리는 전화를 받고 한참이나 침묵을 유지하다가 음산한 주국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리야, 이제야 전화를 받는구나.”“이연지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네가 연락하지 말라 하면 연락을 끊는 거냐. 엄마인데 너를 찾으면 안 되는 거냐? 네가 아무리 불효녀라도 엄마를 챙기지 않는 거냐.”신유리는 그의 말을 듣다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별일 없으면 끊을게요.”“9천만 원만 더 보내라...”주국병은 그녀를 위협했다.“네가 그렇게 돈이 많지. 그 늙은이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있다고? 아무튼 죽을 텐데 돈 낭비하지 말고 나랑 네 엄마한테 보내!”주국병은 의기양양한 말에 신유리는 마음이 식어 물었다.“이연지는?”저번에 9천만 원을 보낼 때 신유리는 이연지가 자신을 속이는 건지 관심이 없었다. 단지 이연지가 다시는 자신을 찾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그러나 이연지가 다시 한번 자신을 속인 것이다.“말이 많네! 빨리 9천만 원 보내기나 해!”“9천만 원 보내주면? 그다음은 2억, 3억이야?”신유리는 표정 변화도 없었다. 화도 나지 않았다.“1원도 보낼 돈 없어.”신유리가 별장으로 돌아오자 이신은 이미 모든 일을 그들에게 알린 후 축하파티를 열려고 하고 있었다.곡연이 물어왔다.“성남의 고깃집이 괜찮더라고. 성북에도 있는데, 어디인지 알아?”신유리는 먹을 것에 관심이 없었지만 양예슬의 얘기가 생각나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이번에도 불편하게 먹을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성북은 오래된 동네라서 성남보다 화려하지 않아 우서진
Read more
PREV
1
...
1718192021
...
3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