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 다의 모든 챕터: 챕터 201 - 챕터 210
359 챕터
제201화
경찰은 아주 엄숙한 얼굴로 이연지를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주국병 씨 병원에 있답니다. 지금 상태가 별로 안 좋다고 하는데... 가족 분들 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이연지는 주국병 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잠시 굳더니 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그 사람이 왜요?”신유리는 모든 신경을 다 미미한테 쏟아 붓고 있었는데 미미가 당황하여 길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이연지에게 팔을 붙잡혀 강제로 끌려가는 것을 보았다.신유리와는 반면에 이연지는 미미의 팔이 모서리에 강하게 부딪혀 다친 것조차 모르는 눈치였다.신유리는 마음이 쿵 하고 가라앉는 듯싶었다. 그녀는 이연지의 뼈 밖에 없어 앙상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이연지 맞아?][주국병한테 충신 하는 한 마리의 개 같은데?]주국병의 말 한마디면 그녀는 순순히 말을 듣고 그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는 모습 이였다.이연지는 미미의 팔을 붙잡고 비틀거리며 달려 나갔다. 남겨진 경찰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신유리를 보며 말했다.“그쪽도 병원으로 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주국병 씨가 신유리 씨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경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옆에서 듣고 있던 임아중이 입을 열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범인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더러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죠? 안가요. 유리야, 우리 다 같이 가지 말고 바로 고소하자. 모든 증거들이 다 있는데 우리가 뭐가 두려워?”경찰의 안색은 아까 보다 더 급격히 어두워졌지만 신유리는 이연지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이였다. 만약 자신이 병원으로 가지 않는다면 그녀는 나중에 온 세상 사람이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온갖 방법을 써서 괴롭히리 라는 것을.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임아중의 말에 대답했다.“먼저 돌아가세요, 저 병원 갔다 올게요.”“같이 가줄게요.”임아중은 비록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신유리를 따라가겠다고 말했다.신유리는 서준혁이 바로 떠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는 그녀와 함께 병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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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외할아버지는 아직 이연지가 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 이 노인이 된 할아버지는 정신 상태나 눈빛이 예전과는 눈에 띄게 나빠졌고 병실 침대에 누워만 있기 때문이다. 신유리가 병실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떠났지만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는 눈치였다.신유리가 떠난 후, 순간 미미가 떠올랐다.그녀의 상태로 보아 전에 합정에 있을 때보다 많이 야위었고 좋지 않아 보였다.하지만 신유리는 금방 정신을 가다듬고 미미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몰래 다짐했다.그녀는 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향했다. 임아중이 신유리에게 당부한 대로 그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임아중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임아중은 임 씨네 저택에 있었는데 전화를 받은 그녀의 목소리가 별로 좋지 않았다.“왜 그래요?”신유리가 걱정하며 물었다.“아니 뭐 별건 아니고... 아빠가 자꾸 결혼 좀 해라고 보채잖아요! 제가 뭐 안가고 싶어서 안 가는 것도 아니고 시집 못갈 여자도 아닌데 짜증나 죽겠어요.”임아중은 언제 어디서든 늘 집에서 맞선을 하라고 보채는 일로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는데 그걸 알고 있는 신유리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말하던 임아중도 뭔가가 생각난 듯 병원안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두 사람은 오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를 끝마쳤다.신유리는 몸을 다쳐 잦은 외출을 할 수 없는 상황 이였고 그것을 아는 이신이 그녀를 보러 와서는 업무 때문에 신경 쓰지 말고 집에서 잘 휴식하라고 당부했다.“제가 지금 확실히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않죠.”말을 하는 신유리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입니다.”이신이 대답했다.“이신 씨, 전 제가 사무실에서 어떠한 쓸모도 없다고 느껴져요.”말을 하는 신유리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들과 생각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처음 이신을 마주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주 자신만만하게 이신과 함께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 그녀였다.하지만 지금, 자신이 도움이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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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단계를 뛰어넘어 일처리를 하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송지음이 일부러 방해를 하고 있기에 신유리는 자연스럽게 서준혁을 직접 찾아 가는 수밖에 없다.양예슬이 신유리를 데리고 올라가는 길에 그녀에게 얼른 설명해줬다.“아까 그 두 사람 윗사람들인 것 같은데요.”양예슬이 말을 하며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자 신유리는 바로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래서 서대표님이 바로 올라오라고 했구나.][그래도 뭐 괜찮네, 편하고.]신유리는 사무실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렸지만 서준혁은 대화가 길어지는지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서준혁 사무실의 채광과 설계, 모든 것이 완벽했는데 신유리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기다리다가 너무도 편한 나머지 쏟아져 나오는 졸음을 참지 못했다.신유리는 요 며칠 성치 않은 몸 때문에 제대로 자본적이 없어 졸음이 몰려오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아무리 기다려도 서준혁이 올 기미가 안보이자 신유리는 소파에 기대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고 했다.너무도 졸려 정신이 몽롱할 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이어서 들리는 것은 누군가의 비웃음 소리.서준혁은 들고 있던 물건을 책상에 던져버리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을 꺼냈다.“화인 그룹을 집으로 생각하시나 봐요?”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신유리가 몸을 곧바로 일으키려고 하였지만 다친 어깨를 소파에 부딪쳐 참기 힘든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서준혁은 사무실 책상에 기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딱 일분 드립니다.”신유리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려 멍해있을 때 서준혁은 어느새 몸을 돌려 사무실 의자에 앉아냉정하게 말을 이어갔다.“불쌍한 척 하러 오신 거라면 나가셔도 됩니다.”“저는 버닝스타 미래, 그리고 화인의 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들을 하고 싶어서 온 거예요.”신유리가 잠이 덜 깨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계약서에 관해서는 세 곳 다 아무문제 없다고 확인받았는데 화인 그룹에서 아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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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주국병의 표정이 이글어지고 신유리는 가슴이 철렁했다.“뭐? 몇 십억?”신유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그녀의 외침소리에도 주국병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씩 웃더니 말했다.“너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내 장인어른한테 효도 좀 하겠다는데!”그의 대답을 들은 신유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곧 입술을 꽉 오므리고 자신의 감정을 겨우 조절해갔다.그녀가 시선을 이연지에게 돌리자 이연지는 몸을 웅크리고 신유리를 힐끔힐끔 쳐다만 볼 뿐이였다.주국병은 신유리한테 욕설을 강하게 퍼붓고 일부로 그녀의 어깨를 꽝하고 부딪히며 지나갔다.다행히도 그가 부딪힌 어깨는 다친 쪽이 아니었지만 강한 힘에 신유리는 저도 모르게 옆으로 밀려났다.신유리는 그 자리 그대로 서있었고 이미 자신의 조절하기 힘들 정도로 화가 나 뼛속까지 떨려오는 느낌 이였다.[주국병 저 개새끼... 어떤 짓이든 할 기세구나?][그건 그렇고 외할아버지가 몇 십억이라니? 무슨 뜻이지?]갖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진 신유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누군가의 재빠른 발걸음소리로 인해 눈을 떴을 때, 이연지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자신의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눈빛이 급격히 변하더니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이연지 씨.”신유리의 부름에 이연지는 재촉하던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다만 어깨를 움츠리고 있을 뿐이었다.“여기서 뭐하려고 온 거예요?”신유리가 이연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그... 그게.”“뭐... 뭐하려고 왔겠어. 내 아버지라서 챙겨드리려고 그랬지.”이연지는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천천히 대답했다.“주국병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데요?”“나... 나는 몰라.”이연지가 수그리고 있던 얼굴을 들자 충혈이 돼 빨갛게 된 눈과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많아진 상처들이 얼굴에 가득했고 새 상처들은 옛 흉터에 덧대어져 보기가 아주 흉했다.이연지는 신유리를 괴로움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그냥 아버지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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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이연지는 겁에 질려 대답했다.“안돼요. 그러면 안 돼...”미미를 안고 있는 이연지의 목소리는 계속 운 탓에 많이 잠겨있었다.“그건 너무 몹쓸 짓 이예요. 우리 다른 방법을 찾아봐요. 네?”“제가 유리한테 가서 빌어 볼게요. 그래도 우리를 모른 척 하지는 않을 거예요.”“그러지 말아요 국병씨, 제가 무릎이라도 꿇게요. 제발 그러지 마요.”그러나 주국병은 이연지를 툭 차더니 그녀를 향해 침을 뱉어버리고 대답했다.“몹쓸 짓? 나 돈 못 갚으면 시발 시체도 못 찾게 생겼어!”“그 늙은이는 원래 죽어가잖아? 그래도 네 아빠고 내 장인어른인데 죽기 전에 뭐라도 해줘야지.”이연지는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막은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려댔고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주국병은 더욱 난폭해졌는데 바로 이연지의 머리채를 부여잡고는 질질 끌어 다니며 말했다.“탓하려면 네 잘난 딸이나 탓해, 걔가 아니면 나도 이렇게 비참하게 살지는 않았을 거야.”이 난리 통에 가만히 침대에 앉아있는 미미는 이미 많이 습관이 된 건지 아무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주국병은 화를 낼 대고 다 내고서야 자신의 핸드폰을 챙겨 방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나가기 전까지 이연지에게 발길질을 해댔다.송지음이 계약을 성사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 바람에 신유리는 요 며칠 계속 화인으로 향했다.일부로 중간에서 수작질을 하는 송지음은 한참이 지나서도 그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회의실에서 나온 후.곡연은 피곤으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말을 먼저 꺼냈다.“월말까지 성사 안 되면 후에 일들은 아예 못하겠는데요.”이 사실을 알고 있는 신유리기에 그녀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화인으로 향했던 것이다.설계도를 완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고 투자자가 확실히 정해져야만 각 방면의 재료와 알맞은 장소를 정할 수 있다.이 모든 걸 완성하려면 아주 많은 시간을 소요로 한다.“다른 방법도 생각해보죠. 화인으로 미래랑 합작하는 사이인데 끝까지 안 해주진 않을 거예요. 미래를 곤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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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이연지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그녀는 홀쭉한 몸을 웅크리고 있었고, 머리 위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마치 잡초 같았다.이연지는 처음에는 작은 소리로 울다가 나중에는 점점 더 크게 울었다. 그녀는 애초에 쉰 목소리였기에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슬퍼 보인다기보다 오리가 우는 것처럼 웃기게 들렸다.주국병은 돌아서서 그녀의 어깨를 발로 찼다.“죽었어? 그 늙은이 아직도 안에서 자고 있어. 죽지 않았다고!”이연지는 울음이 멈춰지지 않았다. 눈물에 시야가 흐려졌다.주국병의 발에 차여 바닥에 넘어진 그녀는 어깨의 통증을 돌볼 새도 없이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당신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당신은 이렇게 하면 안 되지. 벌 받을 거야!”“내가 너와 결혼한 게 제일 큰 벌이야!”“내 아빠라고. 당신이 어떻게 돈 때문에 아빠의 신장을 팔 수가 있어? 안에 계신 분은 내 아빠라고! 우리가 몇 년 동안 함께 산정을 봐서…”이연지의 말이 주국병의 욕설에 끊겼다. 그녀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주국병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이연지의 말을 들은 신유리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주국병을 바라봤다.“엄마가 방금 한 말 뭐예요?”이연지의 울음소리에 이미 짜증이 나 있던 주국병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귀먹었어? 너희 집에서 나에게 빚진 돈을 너희 들이 갚지 않아서 외할아버지가 대신 갚은 거야.”“늙은 영감탱이가 나이가 많아서 1억 6천만 밖에 못 받았잖아. 퉤! 재수가 없어서 정말. 죽을 때까지 도움이 안 되네.”“당신이 그러고도 사람이에요?”신유리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눈을 부릅떴다. 주국병이 한 말은 그야말로 악마와 같았다.아니, 악마다.외할아버지께서 병실에 계셨지만 신유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극도로 분노하여 가방을 들고 주국병을 힘껏 내리쳤다.“사람도 아니야! 당신은 정말 개돼지만도 못해.”격렬한 행동으로 신유리는 몸에 난 상처가 땅겼다. 하지만 화가 난 것에 비하면 그 정도의 통증은 아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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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신유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성북에 거주한 낡은 아파트여서 보안 시설이 좋지 않았다.아파트 단지 출입문도 낡아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신유리는 수면이 얕은 데다가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깊이 잠이 들지 못했다.한밤중에 누군가 문을 부수는 소리를 들었지만 신유리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집 문을 박살 내려는 것처럼 급하게 누군가 몇 분 동안 두드리자 그제야 그녀는 잠에서 깼다.신유리의 집은 1층이었고 창문 밖에는 작은 화원이 있었다. 그녀는 밖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가 물건으로 창문을 부수는 소리를 들을 수는 있었다.다행히 예전에 외할아버지가 도둑을 막기 위해 창문 밖에 방범창을 설치해 뒀었기에 그 사람들이 창문을 넘어 들어오지는 못했다.한밤중에 이렇게 문을 두드리고 창문을 부수다니. 신유리는 정말 놀랐다.신유리는 움직이지 않고 이불 속에 조용히 있었다. 그 사람들이 자신이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까 봐 두려워 그녀는 불을 켤 용기도 나지 않았다.그녀는 누군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돈 갚아! 돈 갚으라고!”신유리는 침착하게 핸드폰을 들고 112에 전화를 걸었다.그녀의 말소리는 매우 낮았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세게 창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몹시 당황했지만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침대에서 내려온 그녀는 다른 방에 가서 방문을 잠갔다.방안이 너무 어두운 나머지 그녀는 옷장을 발로 찼고 순간 눈물이 울컥 나왔지만 눈물을 참으며 더듬더듬 침대를 향해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20여 분 동안 소란은 계속됐고 경찰이 와서야 비로소 조용해졌다.신유리는 밖의 왁자지껄한 소리를 들으면서 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졌다.조금 전의 침착함은 위급한 시각에 대한 본능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신유리도 20대 여자였기에 다들 돌아가고 주위가 완전히 조용해지자 그녀는 마음속에 있던 공포와 두려움이 몰려왔다.신유리는 두꺼운 커튼에 가려진 창문을 올려다봤다. 마치 누군가 그곳에서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그녀는 눈을 질끈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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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신유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서준혁을 돌아봤다.그녀는 요 며칠 병원과 별장 이외에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았다. 화인 그룹의 일도 곡연과 허경천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서준혁은 옷깃의 맨 위의 단추까지 모두 채우고 소매를 걷고 있었기에 신유리는 그의 팔의 상처가 이미 살색으로 변한 것을 볼 수 있었다.그녀는 상처에서 시선을 거두고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야?”이곳은 성남의 별장구역이어서 대부분 부자가 거주하고 있었다. 이틀 전에 곡연과 물건을 사러 갔을 때에도 우서진을 봤었다. 다만 우서진은 그녀들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신유리는 이곳에서 서준혁을 만난 것을 별로 놀라워하지 않았다.서준혁은 무표정으로 가만히 신유리를 바라보다가 키득거렸다.“생활이 아주 좋아 보이네.”신유리는 최근 강제 휴식을 취하며 임아중이 수시로 해온 찌개도 먹고 있었기에 이전보다 얼굴에 살이 조금 붙어 있었다.다만 서준혁이 한 말은 분명히 호의가 아니었기에 그녀는 입꼬리를 말며 말했다.“네가 다친 일에 대해서는 내가 병원비를 보상해 줄게.”서준혁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비웃는 눈빛으로 말했다.“병원비?”오늘은 흐린 날씨라 먹구름이 하늘을 덮어 공기가 탁했다.서준혁의 눈빛에 신유리는 손바닥에 땀이 났다.“그래. 그리고 엄마와 주국병이 너에게 폐 끼친 거에 대해서도 사과할게.”“네 사과가 나에게 무슨 이익이 있지?”서준혁이 냉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신유리, 어떨 때 보면 넌 정말 바보야.”말을 마친 서준혁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넌 네가 멍청하다는 걸 모르지?”서준혁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신유리는 그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돌이켜 생각해보면 서준혁이 언제 한번 이런 태도가 아닌 다른 태도로 그녀를 대한 적이 없었다.신유리는 눈을 내리깔고 또 밖에서 잠시 서 있다가 돌아갔다.8동과 6동 별장 사이에는 작은 화원이 있었다. 서준혁이 걸어갈 때 채리연이 문을 열었다.채리연은 서준혁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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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신유리는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처음으로 도망가고 싶은 느낌이 들었지만 두 다리가 마치 땅에 박힌 것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서준혁을 망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서준혁도 그런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건 또 무슨 상황이죠?”서준혁의 목소리를 들은 주국병은 바로 몸을 돌려 흉악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는 신유리를 본체도 하지 않고 말했다.“빚을 졌으면 당연히 돈을 갚아야지! 네가 그래도 대표인데 돈은 빨리 갚아야 할 거 아니야!”서준혁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의 손에 들려있는 삐뚤삐뚤한 글자를 보며 혐오스럽다는 눈빛으로 말했다.“주국병, 이건 네가 새로 찾은 죽는 방법이야?”주국병은 뻔뻔스럽게 목을 길게 빼며 말했다.“다들 와서 보세요. 돈 있으면 다야?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뭐가 이렇게 당당해?”서준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빚을 졌는데 갚지 않는다고?”주국병은 흉악하게 웃으며 옆에 있는 신유리의 팔을 잡고 서준혁의 앞으로 끌고 왔다.“내 딸이야! 비록 친딸은 아니지만 내 아내의 딸이잖아! 너 이 새끼, 몇 년 동안 내 딸과 잤으면 몸값 정도는 줘야지.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이렇게 하자. 200만에 하룻밤. 네가 백번 정도는 잤을 테니까 2억만 나에게 줘. 그걸로 청산해 줄게.”주국병이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그의 말이 끝나자 주위는 조용해졌다.신유리도 어안이 벙벙했다. 주국병의 말에 그녀는 몸 파는 여자가 되어버렸다.200만에 하룻밤이라니.서준혁이 그녀와 백 번 잠자리를 가졌으면 2억을 줘야 한다니.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그녀를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거나 좋은 구경거리를 보는 눈길로 쳐다봤다.신유리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입에서 피비린내가 났고 입가의 통증이 머리까지 전달됐다.그녀는 갑자기 어디서 난 힘인지 주국병에게 잡힌 팔을 뿌리치고 그의 뺨을 때렸다.신유리는 너무 화가 나서 똑바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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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2억5천만이라고?”서준혁의 말투에서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짜증 난다는 눈빛으로 도도하게 주국병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줄게.”신유리는 고개를 번쩍 들고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서준혁의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가늘고 긴 속눈썹이 그의 눈을 가린 탓에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주국병은 너무 기뻤다. 그는 자신의 뒤에 두 명의 건장한 경비원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서준혁 쪽으로 목을 길게 빼며 말했다.“정말이야? 정말 2억5천만 줄 거야?”서준혁은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기뻐하는 주국병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린 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경찰에게 잡혀가기 싫으면 꺼져.”주국병이 여기에 온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이 얼굴의 흉악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뻔뻔스러운 모습으로 애원했다.“그럼 잊지 말고 돈 보내.”주국병은 옆에 있는 신유리를 보며 말했다.“그래도 쓸모는 있네. 앞으로 서 대표 잘 모셔.”악의가 담긴 주국병의 마지막 말에 신유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주국병과 실랑이를 할 힘도 없었던 그녀는 그저 서준혁을 바라보며 속으로 2억5천만을 생각하고 있었다.주국병은 10분 동안 소란을 피우다가 돌아갔고 구경하던 사람들도 그제서야 서서히 흩어졌다.양예슬이 안타까운 눈길로 신유리를 바라봤다.“유리 언니, 괜찮아요?”신유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어 그런지 초췌해 보였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고개를 든 양예슬은 서준혁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는 신유리와 더 말을 나누고 싶었으나 서준혁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신유리에게 말했다.“유리 언니, 제가 출근 카드를 찍지 않아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요.”말을 마친 양예슬은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떠나가기 전에 작은 소리로 신유리에게 말했다.“유리 언니,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나에게 전화하세요.”아침 동안 소란에 시달린 신유리는 이제야 피곤이 몰려왔다.그녀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서준혁의 담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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