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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못 된 서브

”뭐 하는 거야?” 신유리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등 뒤에서 서준혁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말에 신유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난 그냥 서류 수정하라고 말하러 온 거야.”

“네가 쟤한테 서류를 수정하라고 한다고?” 서준혁의 말투에는 조롱이 조금 섞여 있었다. 그는 담백한 눈빛으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

신유리는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신유리가 예전처럼 송지음을 부려 먹고 있다고 오해한 것 같았다.

그녀는 조금 움찔거렸다. “이 서류, 송지음이 준 거야…”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송지음이 눈시울 붉히며 서준혁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녀가 낮고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준혁 씨, 유리 언니 탓이 아니에요. 요즘 아빠 일 때문에 너무 속상해서… 그래서 서류를 제대로 완성하지 못했어요.”

입을 우물거리던 신유리는 결국 목젖까지 올라온 말들을 다시 삼켜버렸다.

그녀는 서준혁을 쳐다보며 그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지음이 요즘 집에 일이 좀 있어. 무슨 문제 생기면 네가 먼저 처리해.” 결국 그는 차갑게 말 한마디를 던지며 송지음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신유리는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더니, 이내 서류를 들고 사무실을 떠났다.

오후, 신유리가 일부러 송지음의 트집을 잡아 그녀를 혼냈다는 사실이 회사 전체에 퍼지게 되었다.

신유리가 화장실에서 들었을 때, 소문은 이미 신유리가 송지음 아빠가 사고 난 사이에 일부러 그녀를 괴롭혔다는 내용으로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어있었다.

소문 속의 송지음은 얌전하고 불쌍한 인턴이었고, 서준혁은 다정하고 세심한 대표였다. 그녀만 뻔뻔하고 못된 서브 여주의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그 장면을 직접 본 것처럼 열정적으로 토론했다.

신유리는 태연하게 화장실 문을 열었고, 아무 표정 없이 손을 씻고 자리를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어색함에 서로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자리로 돌아오자, 오전의 그 인턴은 다시 겁에 질린 얼굴로 그녀의 앞에 섰다. “유리 언니, 홍 주임님이 서류 빨리 달라고 재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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