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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서지현은 조심스레 나석진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콧대 쪽이 확실히 부어올라 있었다. 그녀는 다시 나석진의 얼굴을 살짝 눌러보았다.

나석진은 아팠지만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동안의 연기 경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지금 같은 상황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참아야만 했다.

서지현은 한숨을 쉬며 그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커다란 눈에는 슬픔과 확신이 함께 들어있었다. 그녀는 나석진이 다시 깨어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저씨, 사흘이나 누워있었는데, 이제 일어날 때도 되지 않았어요? 어제 윤 선생님이 수술은 아주 잘 됐다고 했어요. 곧 깨어날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마취가 조금 심하게 됐대요. 하, 이런 마취과 의사는 또 처음 봐요! 아저씨, 마취가 심하다 해도 이젠 사흘짼데, 정말 일어날 때가 됐어요... 오늘 오후에 깨어나는 거로 약속해요, 오늘 날씨가 정말 좋아요, 아저씨가 깨어나면 함께 밖에 나가 산책해요!”

그 말을 듣는 나석진의 심정은 더할 나위 없이 달콤했다.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그녀를 품에 안고 마음껏...그 생각을 하자 나석진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서지현은 혹시 잘못 봤나 하고 급히 나석진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나석진의 심장박동이 가빠졌다.

서지현이 중얼거렸다.

“잘못 본 건가?”

나석진은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곽보미가 이 광경을 본다면 식물인간 연기에 재능이 있다고 손뼉 칠 것이었다.

서지현이 떠났다. 어디로 가는지는 몰랐지만 그녀의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석진은 눈을 뜨고 상황을 관찰하고 싶었지만 혹여나 들통나 서지현을 화나게 할까 봐 겁이 났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서지현이 외출하면 곽보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볼 참이었다.

“아저씨.”

이때 귓가에 서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석진은 깜짝 놀랐다. 눈을 떴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서지현이 나석진의 옆에 뭔가를 내려놓았다. 이어 물소리가 들렸다.

“며칠 동안 씻지도 못했는데, 몸이라도 닦아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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