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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머리는 엉망이었고, 적의 피가 머리카락에 엉겨 붙어 이리저리 꼬여 있었다. 마치 닭장이 더 깔끔해 보일 정도였다.

대나무 갑옷은 여러 군데가 부서지고 피로 얼룩져 있었다. 얼굴에는 깨끗한 곳 없이 피와 흙탕물로 더러워져 있었다.

며칠 동안 목욕도 못 하고 머리도 못 감아서 차라리 길거리의 거지가 더 깔끔해 보였다.

"힘드냐?"

북명왕은 매년마다 만종문에 갔을 때 봤던 그 활기찬 소녀를 떠올렸다. 지금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이 였다.

"허기집니다!"

송석석은 갈라 터진 입술을 벌리며 한 마디를 내뱉었다.

북명왕의 수염이 꿈틀거렸다.

"그래, 모두 허기지지. 조금만 견뎌라."

"지칩니다!"

송석석은 힘없이 말했다.

"서 있는 것도 너무 힘이 듭니다."

"송석석!"

북명왕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너는 알고 있느냐? 우리 상국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적을 섬멸한 무장이 나왔다. 네 아버지도 그러지 못했다. 너는 정말 대단하다. 그러니 가슴을 펴고 걸어 나가거라."

송석석은 가슴을 펴며 마치 자랑스러운 공작(孔雀)처럼 다리를 옮겼다. 그녀는 허리를 짚고 절뚝거리며 군영을 나갔다.

북명왕은 그녀의 뒤에서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약간의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이 여자아이는 어릴 때부터 봐왔다.

본래는...

-

탑성에서 군량이 도착했다. 비록 많지 않았지만, 병사들에게 배불리 먹일 수 있었다.

북명왕은 밤에 천호 위 장군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송석석은 도화창을 지팡이처럼 짚고 절뚝거리며 갔다.

군영에 들어서자, 모두가 그녀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송씨 가문의 여자 장군, 정말 대단했다!

북명왕은 무장들을 소집해 다음 전투를 준비하려 했다.

턱수염이 가득한 북명왕은 바둑알을 움직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다음 전투는 성을 공격한다!"

모두들 장군의 이 결정이 지나치게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서경과 사국의 연합군의 병력과 무기 상황으로 볼 때 성을 공격하는 것은 거의 승산이 없었다.

하지만 송석석만 입을 뗐다.

"가짜 공격입니까?"

북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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