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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3화

“넌 내가 애 낳는 기계인 줄 알아, 열이나 낳게? 쳇, 누가 너랑 애를 낳아?”

한성우가 종아리를 주무르며 한참을 숨죽여 웃더니 그제야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나더러 많이 사라며. 난 지금 죄를 지은 사람이잖아. 네 명령을 어떻게 감히 복종하지 않을 수 있겠어.”

차미주는 하마터면 한성우의 능글맞은 언사에 휘말릴 뻔했다. 그녀는 한성우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에게서 썩 꺼지라니까 그 말은 왜 안 듣는 건데?”

한성우가 멈칫하더니 자연스럽게 그 말은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한현진에게 말했다.

“형수님, 얼른 한 번 해보세요. 임신인지 아닌지, 테스트 해 봐야 마음이 놓이잖아요.”

차미주가 얼른 한성우와 한 편에 섰다.

“얼른 테스트해 봐. 당연히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만약 정말 임신이면 네가 조심하지 않아서 애가 잘못되면 어떡해. 조심하는 게 좋아.”

한현진은 결국 두 사람에게 등 떠밀려 임신 테스트기 하나를 가지고 화장실로 향했다.

차미주는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두 눈을 부릅뜨고 화장실 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성우는 그런 차미주의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했고 그녀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다.

“도둑아, 너 아이 좋아해?”

“좋아하지. 착한 애 좋아해. 말썽 피우는 애 말고.”

어릴 적 차미주는 집에 형제가 많은 친구들을 많이 부러워했었다. 비록 평소엔 투덕거렸지만 밖에서 괴롭힘을 당하면 한 팀이 되어 복수해 줄 수 있었고 나쁜 짓을 해도 벌을 나눠 받을 수 있었다. 더욱이 부모님이 없을 때면 형제자매끼리 서로 의지할 수 있었고 큰일이 있을 때면 머리를 맞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혼자 외로울 일도 없었다.

그러니 한성우의 그곳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을 때 차미주는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녀가 한성우에게 말했던 것처럼 아이가 있든 없든 상관없는 것이 아니었다. 차미주는 정말 아이를 좋아했다. 그녀가 한성우를 받아들인 순간, 차미주 마음속에서 한성우는 이미 그녀가 그리던 미래보다 더 중요한 사람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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