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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입맛

바늘 끝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을 보며 무진의 눈이 깊어겼다.

기왕 온 이상 무진 역시 방미정의 체면을 떨어뜨리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일단 주문부터 먼저 하지. 아까부터 종업원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어.”

말하면서 무진이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그래요. 일단 주문부터 하죠.”

방미정은 체면을 세워주는 줄 생각하고 메뉴판을 받기 위해 손을 뻗었다.

물론 습관적이었다.

평상시엔 누구나 다 자기중심적이다.

그런데 무진은 메뉴판을 바로 옆에 있던 성연에게 건넸다.

방미정의 손이 허공 가운데 멈추었다. 하지만 무진이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연적 앞이 아닌가. 방미정은 더 이상 체면을 잃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손을 거두는 척하며 귀 뒤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후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굴었다.

예전에 자신과 강무진이 함께 했던 날들이 무척 그리웠다. 그땐 뭐든지 다 자신에게 양보하던 강무진이었다.

늘 자신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게 완전히 변했다. 지금 강무진이 진지하게 대하는 상대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원래 강무진의 모든 관심과 배려는 자신의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송성연이 모든 걸 깨뜨려버렸다.

성연을 바라보는 방미정의 눈이 증오심으로 일렁였다.

성연은 그런 방미정의 눈빛을 못 본 척 넘겼다.

손가락으로 메뉴판의 요리 몇 개를 가리키며 무진이 물었다.

“이 식당은 이 요리들은 제일 괜찮아. 마침 네 입맛에도 맞을 것 같은데, 한번 먹어 볼래?”

예전에 이 식당에 왔을 때에 다음에 성연을 데리고 올 생각에 미리 공부를 좀 했었다.

성연은 무진이 수시로 자신의 감정을 배려하고 있음을 느꼈다. 특히 방미정 앞에서.

성연은 지금까지 방미정을 라이벌로 의식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무진이 얼마나 성연을 사랑하고 있는지 성연을 느낄 수 있었다.

무진이 가리킨 메뉴를 보던 성연은 확실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임을 알았다.

성연은 좀 매운 맛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예전의 무진은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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