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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조은서의 모습은 비참했다.

유선우의 옷차림은 여전히 단정하고 깔끔했다. 단지 어두운 바지가 살짝 축축하게 얼룩져 있었다.

살짝 선정적이고 방탕한 모습이었다.

조은서는 손이 너무 떨려서 쌀알처럼 작은 단추를 몇 번이고 잡으려다가 놓쳤다.

유선우는 옆에 서서 도움을 줄 생각은 전혀 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는 습관적으로 커프스 버튼을 찾았지만 만져지지 않아 눈살을 찌푸렸다.

커프스 버튼이 계속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얼굴을 숙이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한참이 지난 뒤 조은서는 정리를 끝내고 고개를 들어 유선우를 바라보았다.

유선우도 뜻을 알 수 없는 깊은 눈빛으로 조은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눈빛의 뜻을 알고 싶지 않았다. 차갑게 식어버린 말투로 그녀는 말했다.

“유선우 씨, 나 너무 힘들어요. 우리 좋게 끝내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문을 열고 떠났다.

이번에는 유선우도 그녀를 막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조은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자 그는 눈을 내리깔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이혼한 부부는 대부분 죽기 살기로 싸우다 서로 상처를 입는다.

이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조은서가 빌딩을 나설 때 그녀의 다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유선우의 손이 스쳐 간 피부는 아직도 불에 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아직도 그의 손길이 남아 있는 것처럼... 그녀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유선우가 한 말들이 떠올랐다.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 넌 여전히 나의 아내야.’

‘유씨 집안 대문이 네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인 줄 알아? 네가 이렇게 마음대로 구는 걸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착하게 굴었네’

그 말에 조은서는 숨이 막혔다.

그녀는 밖에서 한참을 진정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18평이 조금 안 되는 낡은 아파트에 낡고 투박한 가구만 놓여 있었다. 예전에 조씨 가문의 별장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사한 날, 심정희는 좁은 거실에서 오랫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조은서도 익숙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이 정도 집을 구할 능력밖에 되지 않았다.

주방에서 심정희가 수프를 끓이고 있었다.

조은서가 온 것을 보고 그녀는 하던 일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오빠는 좀 어때?”

조은서는 유선우와의 일은 말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현관 앞에서 신발을 벗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가 박연준이라고 하는 변호사를 찾아보라고 했어요. 우리를 도와 재판을 맡아줄 거라고요.”

“박연준?”

심정희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 이름 들어본 것 같아. 어찌 되었든 그 사람을 찾아보자. 정말 능력이 있다면 오빠를 꺼내줄 수도 있잖아.”

조은서는 대답했다.

“방금 지혜하고 통화했어요. 지혜가 인맥이 넓어요.”

임지혜라는 이름을 듣고 심정희는 생각이 조금 복잡해졌다.

심정희는 조은서가 임지혜와 친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연예계에 종사하고 있었고 복잡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도움을 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심정히는 잠시 침묵하더니 조은서에게 수프를 떠주며 말했다.

“영양가 있는 재료들로 만들었어. 요즘 네가 너무 마른 것 같아. 다음 주부터 학원에 출근하는 거야?”

조은서는 고개를 숙이고 수프를 먹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요. 다른 일자리 찾아보려고요.”

심정희는 옆에 앉으며 말했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조은서는 그녀가 걱정할까 봐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다.

“유선우가 그쪽에 손을 써둔 모양이에요. 그쪽에서 절 거절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일자리 알아보고 있어요. 신문에 나온 채용공고도 많고 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조은서는 그녀가 자기를 나무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한마디 했다.

“네 오빠가 어서 나오면 좋겠다.”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주방에서 억눌린 심정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서야, 넌 내가 마음이 독해서 널 유선우의 눈치를 보며 살도록 강요한다고 생각하겠지. 유선우가 어떤 사람인지 나와 네 아빠가 어떻게 모르겠니. 하지만 어쩌겠어. 만약 네 오빠가 나오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심정희는 말하면서 울고 있었다.

조은서의 마음도 슬펐지만, 그녀는 감정을 억눌렀다. 심정희의 뒤로 다가가 어깨에 살짝 기대며 말했다.

“저 이제 다 컸어요. 오빠 없이도 우리 가족 다 챙길 수 있어요.”

심정희는 소리높여 울기 시작했다...

조은서는 며칠 동안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녀는 큰 학원에 지원해도 자기를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요구를 낮춰 이벤트 회사로 갔다. 말이 이벤트 회사지 실은 개업식이나 기념일 축하 파티 같은 곳에 가서 연주하는 것이었다. 연주 횟수에 따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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