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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지난 일은 다 털어버려요

레스토랑에 도착한 뒤, 태준은 불편하게 앉은 시윤을 보자 얼른 웨이터에게 쿠션을 부탁했다.

이에 시윤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쿠션을 받아 자리에 앉고는 습관적으로 배에 손을 얹었다. 그 모습에는 이미 어머니의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다.

태준은 그런 시윤을 한참 응시하다가 싱긋 웃었다.

“7, 8개월 됐겠네요?”

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7개월이야.”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아들.”

“아들이면 다루기 어렵겠는데.”

“그러니까.”

시윤은 눈을 내리깔며 제 배를 바라봤다.

“아빠를 조금만 닮으면 감사할 따름이지.”

물론 입으로는 원망하는 듯했지만 태준은 시윤의 표정에서 그녀가 얼마나 기대하는지 보아낼 수 있었다.

이윽고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난 내가 아름이 보살핀다는 말 들으면 윤이 씨가 싫어할 줄 알았는데.”

“태준 씨는 아름 씨 오빠잖아. 보살피는 건 당연하지.”

부드럽고 다정해진 시윤의 얼굴을 본 태준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마치 축복이라도 하는 듯 입을 열었다.

“행복한 것 같네요.”

“응.”

시윤은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너무 행복하기에 더 이상 과거에 얽매여 원망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아까 태준이 아름의 얘기를 꺼냈을 때도 마치 지난 생에 벌어진 일인 것처럼 아무 느낌이 없었다.

시윤은 제 배를 부드럽게 문지르며 완화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말 하면 웃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배 속에 새생명이 자라나고 있지만 왠지 우리 아이가 생긴 게 오히려 나한테 새 생명을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지난 일에 미련도 없어졌고.”

태준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잠깐 멈칫했다.

“하긴, 지난 일은 다 털어버려요.”

시윤은 태준의 말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뭐든 복잡하게 생각하는 버릇도 이미 버린 듯했다. 그도 그럴 게, 지금은 두려울 게 없으니까. 게다가 도준이 저에 대한 사랑을 더 이상 의심하고 싶지 않으니까.

어찌 보면 지난 몇 년 동안 시윤은 한 번도 도준을 솔직하게 대하지 못했다.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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