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그래, 나 부자 맞아: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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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사실 아버님까지 귀찮게 할 일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스타인 엔터가 방금 거금을 들여 경매에서 작품을 낙찰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제가 신영이를 위해 맞춤 제작한 대본이에요. 스타인 엔터가 신영이에게 주는 첫 선물이기도 하고요. 아마 후반으로 접어들게 되면 이곳저곳 돈 들어갈 곳이 더 많아지게 될 건데… 저도 이제 더 이상 돈 나올 곳이 없어서요…”“…”임천강이 마지막에 했던 말이 성홍주의 의심을 샀다.하지만 아무리 임천강이 이쪽에 재능이 없다고 해도 스타인 엔터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임천강이 신영이를 이렇게나 생각해 주고 있다니, 성홍주는 마음이 뿌듯했다.그래서인지 성홍주의 얼굴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는 손을 휘적거리며 말했다. “상처 처리하고 그만 나가 봐. 돈은 내가 최대한 빨리 부쳐줄 테니까. 나머지 일은 자네가 알아서 해.”…강유리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선물 공세와 칭찬 공세가 육시준의 기분을 풀어준 듯, 풀어주지 못한 듯 애매했다.육시준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서재로 홀랑 들어가 버렸다.그는 그녀와 같이 저녁을 먹지도 않았고, 저녁에 안방으로 돌아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강유리는 식탁에 앉아 손에 젓가락을 쥔 채로 아무 표정 없이 그릇 안에 담긴 쌀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형수님?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아직도 기분이 안 풀린 거예요?” 육경서는 어느새 집에 들어와 있었다.“누가 그래요? 제가 저 사람 기분 풀어줬다고?” 강유리의 목소리는 조금 부자연스러웠다.“당연한 거 아니에요? 형수님이 알랑거리면 방으로 들어가던 모습, 기억 안 나요? 난 형수님이 어디 잘못된 줄 알았어요! 이제 와서 말하지만, 형수님이 그렇게 애교부리는 모습 정말 처음 봐요! 너무 대단한거 아니에요?”평소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만 보여주던 강유리였다. 그런 사람이 애교를 부리다니. 이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전매력이 돋보였다. 어떤 부탁을 하든 다 들어줄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형은 냉정했다. 육시준은 시종일관 차가운 얼굴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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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육시준은 놓쳐버린 타이밍 때문에 오랫동안 고민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상처가 동반된 거짓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었다. 다시 적당한 타이밍을 찾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되는 것이었다. 강유리는 억지를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처음부터 이 모든 사건들은 다 오해였으니까.게다가 이 여자의 두뇌회로는 무척이나 선명했다. 그의 신분을 알고 나면 오히려 엄청 기뻐할지도 모른다. 더 열심히 그의 비위를 맟춰주려고 할 수도 있다.단지 집으로 데려가는 것을 조금 뒤로 미뤄야 할 뿐이다…밤은 점점 더 깊어졌다.강유리는 먼저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했다. 그리고는 노트북으로 밀린 메일을 처리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육시준은 그녀에게 파티의 파자도 꺼내지 않았다. 설마 아직도 화가 난 건 아니겠지?그럴 리가 없는데!다 오해라고, 내가 똑똑히 설명해 줬는데!다 큰 남자가 고작 이런 일로 계속 각방 쓸 만큼 쪼잔할 리는 없겠지?육시준은 그녀가 거금을 들이며 먹여 살리고 있는 남자였다. 잘생기고, 다정하고, 주위를 세심하게 살피고, 강아지처럼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고, 잠도 잘 오게 해주는 남자였다… 근데 이런 남자를 보기만 해야 한다고?이런!이건 너무 손해인데!이 생각이 들자 강유리는 펄떡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갔다.문을 열자마자, 누군가의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관성의 법칙 때문에 강유리는 바로 발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육시준은 마침 그때 방문을 두드리기 위해 손을 들고 있었고, 그렇게 그의 손은 여자의 이마에 정확하게 닿게 되었다. 그는 이마를 미는 것으로 여자의 중심을 잡아주려고 했다.“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야?”그의 목소리는 청량했고, 그 목소리에는 신기한 힘이 있었다. 강유리의 마음속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던 불빛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여자는 고개를 들더니 수려한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며 헤실헤실 웃었다. 여자는 이마를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 “당신 보러 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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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육시준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렇게 침대까지 밀려난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육경서, 이 일만 망치는 놈…또 제멋대로 날 팔았네!강유리의 입장 발표는 그렇게 밤새 인터넷에 떠돌았다.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지게 되었다. 계좌 이체 기록과 수없이 많은 명품 영수증이 함께 인터넷을 떠돌고 있었다.친절한 네티즌들은 알아서 제품들을 찾아내기까지 했다. 모두 임천강이 입었던 것들이었다.소문은 이렇게 사실이 되어가는 듯했다. 임천강은 강유리의 스폰을 받은 게 분명했다.#임천강 스폰##임천강, 강유리와 열애 의혹##강유리가 불쌍하다##누가 제삼자인가#관련 검색어들은 계속 차트에 랭킹 되고 있었다.사건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높아졌다.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네티즌들도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제수씨는 왜 아직도 죽은 척이야? 돈을 얼마나 많이 투자했는데, 고맙다고 말 한마디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임천강이 억만장자의 사생아라는 사실이랑 임천강에게 재산이 어마어마하게 있다는 사실 말고는 아무런 반박도 받지 않겠어!”“내부 소식에 따르면 억만장자는 올해 서른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큰아들이 어디서 나!”“계략이 엄청난 거지새끼. 감히 강유리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모함을 해? 정말 웃기다니까!”“남자한테 돈 쓰면 평생 재수가 없어!”“얼굴도 예쁜데… 둘이 대체 뭘 잘못 먹었길래 이런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거야?”“근데 나만 성신영이 첩 같아?”“맞아! 너만 그렇게 생각해! 지금 이 상황, 팬인 우리도 딱히 할 말이 없어. 하지만 아무리 누가 뭐라 해도 이건 다 임씨 잘못이야. 신영이도 피해자라고!”“…”그리고 그때, 계속 침묵을 지키던 임천강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는 감정을 한껏 때려 넣은 작문 하나를 업로드했다. 강유리와 일전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내용이었다.‘강유리씨는 사업 초창기 때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저는 그 도움에 엄청 감동했고, 나중에 이 은혜를 꼭 갚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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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남들도 아는 도리를 강유리가 모를 리는 없었다.돈을 돌려받을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임천강이 굳이 그렇게 해주겠다는데, 거절하면 너무 아깝지 않겠어?“이렇게 하죠. 잠깐만 기다리시면 신주리 씨 매니저가 연락할 겁니다.”“???”여한영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신주리는 스타인 엔터에 소속된 인기 배우였다. 육경서와 비슷한 인기와 위치를 가지고 있었고, 연기와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배우였다…하지만 이 사건이 신주리와 무슨 상관이지?강유리는 전화를 끊더니, 저장되어 있진 않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자…”‘기’라는 글자는 목구멍에 막혀버렸다. 뭔가 갑자기 떠오른 듯, 그녀는 하려던 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여자는 침을 두어 번 삼키더니 단도직입으로 말했다. “계약할래? 조건은 예전이랑 똑같아. 위약금은 내가 낼게!”강유리가 유강엔터를 책임지게 됐을 때 제일 먼저 데리고 오고 싶었던 사람이 바로 신주리였다.단지 육경서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계획이 바뀌게 된 것뿐이었다.“허. 필요할 때만 자기고, 필요 없을 땐 문자에 답장도 안 하지?” 전화기 너머로 조금은 괴상한 말투가 울려 퍼졌다.신주리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강유리에게 육경서랑 무슨 사이냐고 물어봤고 강유리는 신주리의 질문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박쥐였다.“그리고, 당신 회사 엄청 작잖아. 육경서 하나 키우는데도 벅차지 않아? 날 서포트 해줄 돈이 있기나 해?”“…”신주리가 뒤끝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오래 갈 줄은 몰랐다.문자에 답장 안 하는 게 내 주특기 아닌가?왜 아직도 옛날 일을 꺼내는 거지?강유리는 허허 웃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 친구잖아! 정 안되면 네가 날 먹여살리면 되지!”신주리는 혀를 차며 탄식했다. “평소에도 당신이 이렇게 귀여웠으면 좋겠네!”“…”귀엽다고?부자에게는 이런 딱지가 필요 없었다!“나 지금, 임천강이랑 대놓고 싸우고 있어. 네 계약 해지 관련된 여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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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게다가 이 행위는 한겨울에 연탄을 선물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강유리의 영광이긴 하죠.”신주리는 느릿하게 입을 열더니 몸을 일으켰다. “위약금은 그냥 대외적으로 그렇게 말한 것뿐이에요.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매니저는 그녀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아까랑 말이 다르잖아!여한영도 그 말에 잠시 멍해졌다. 하지만 이내 웃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신주리 씨,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스타인 엔터는 그 돈 달라고 못 해요.”신주리는 무척 의혹스러웠다.“임천강에게는 아직 남은 빚이 있잖아요. 어림잡아 계산해도 적은 액수는 아니에요! 강 대표가 빚으로 위약금을 청산한다고 하면 그쪽에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거예요.”“…”신주리는 눈썹을 들썩이며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상황을 알아차렸다.임천강은 그 이상한 발표문으로 어렵게 잡음들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다. 그는 이 사건을 천으로 덮어버렸다.강유리가 청산하자고 제의한 것도 다른 방식으로 그를 놓아주고 있는 것이었다.만약 임천강이 주제도 모르고 나댄다면, 더 세세한 장부를 세상에 퍼뜨릴 생각이었다. 여론이 조금만 부채질을 가한다면 천으로 덮인 그의 비밀은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스폰은 그의 얼굴만 팔아버리는 게 아니라, 스타인 엔터와 성씨 집안의 얼굴도 다 팔아버리는 사실이었다.“그러니까, 그걸 다 계산하고 있었단 말인 거죠?” 신주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게…”설마 모르고 계셨어요?LK그룹.육시준은 오늘 회의가 있었다. 그래서 바로 본부로 향했다.회의 시간 내내 그는 딴 데 정신을 팔고 있었다. 임강준이 몇 번이나 옆에서 그에게 주의를 줬고 그는 겨우 회의가 끝날 때까지 버텼다. 사람들이 그를 쳐다보는 눈빛은 이미 이상해져 있었다.점심시간, 개인 단톡방.문자들은 점점 많이 지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대표님이 회의 시간에 정신을 팔다니요!”“우리 육 대표님 소문난 일로봇이잖아요. 냉정하고 꼼꼼하고 효율이 엄청나시죠. 이렇게까지 집중 못 한적은 정말 처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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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사무실의 분위기는 점점 더 어두워졌다.임강준의 눈치가 드디어 출근을 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대표님은 임천강이랑 태생부터 다른 사람이니까요! 대표님은 바람을 피지도 않았고, 사모님을 모함에 빠뜨리지도 않았잖아요. 사모님의 어떤 도움도…”말을 이어가던 임강준은 잠시 멈칫했다. 그의 시선이 육시준의 약지에 머물렀다.이거 설마… 결혼반지야?육시준이 그에게 이 일을 시켰었다. 하지만 급하지 않다면서 천천히 준비해도 된다고 했는데…게다가 임강준은 아직 디자이너와 연락이 닿지도 않은 상태였다…“이거, 사모님이 선물하신 거예요?”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육시준은 아무 말 없이 임강준을 차갑게 쳐다볼 뿐이었다.임강준은 침을 삼키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살고자 하는 욕망과 정의감이 마음속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제일 완곡한 말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여자가 반지를 선물하게 하다뇨! 그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사모님의 마음을 거절하는 것도 말이 안 되기는 하죠!”“네가 일을 잘했다면, 그 사람이 나한테 반지를 선물하는 일이 일어났을까?” 육시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가웠다.“…”대표님이 안 급하다고 천천히 하라고 했잖아요?임강준은 너무 억울했다. 하지만 감히 그 심정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한참을 끙끙대던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그냥 평범한 결혼반지잖아요! 괜찮아요! 디자인이 낯설어 보이는데, 엄청 유명한 브랜드 제품은 아닌가 봐요!”그는 요즘 열심히 공부를 했다. 많은 쥬얼리 브랜드 마켓터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그래서인지 육시준의 손에 끼워진 반지가 어떤 하이 브랜드의 제품도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너무 비싼 거만 아니면, 그렇게 창피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세계적인 쥬얼리 디자이너 Seema가 직접 디자인한 반지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어.”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임강준의 환상을 깨뜨렸다.“!!”임강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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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일석이조였다.이번 싸움은 강유리의 승이었다.강유리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막 핸드폰을 끄려는 그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발걸음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대리석과 부딪치는 하이힐 소리에서는 또렷한 분노가 느껴졌다…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마자 분노가 가득한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한번 해명해 보시지? 내가 왜 덤 취급을 당하고 있지?”강유리는 눈웃음을 지으며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덤은 무슨 덤이야! 다 널 칭찬하고 있잖아!”신주리는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핸드폰을 뺏어 들더니 댓글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보았다.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의 표정은 점점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그녀는 핸드폰을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그럼 나한테 미리 말해줬어야지. 난 내 비상금까지 털어서 너 도와주려고 했는데!”“날 도와준다고?” 그 말에 강유리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얼마나?”신주리는 콧방귀를 뀌며 맞은 켠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도도하게 팔짱을 꼈다. “이제는 한 푼도 없어!”그 말에 강유리는 입을 삐죽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유리는 커피 두 잔을 타더니 다시 여유롭게 소파에 앉았다.“나는 왜 찾아왔어? 화내러 온 건 아니지?” 신주리는 아량이 넓은 사람이었다. 강유리는 그녀가 고작 이런 일로 화를 낼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신주리는 커피잔을 들더니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강유리를 쳐다보았다. “꼭 무슨 일 있어야만 찾아올 수 있는 거야? 계약 문제가 아니었으면 너 나랑 연락할 생각도 없었지?”강유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마침 다른 일도 좀 있었어.”“…”신주리는 대충 예상을 했다. 이 말을 하는 순간 이 여자는 또 전처럼 능글능글하게 빠져나갈 것이라는 걸.친한 친구면 연락 안 해도 되는 거야?너한테 친구는 그런 존재야?신주리는 이미 다 준비를 해놨다. 강유리가 또 감히 그런 말들을 꺼내 상황을 무마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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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이어지는 며칠 동안, 육시준은 강유리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아챘다.아침이면 다정하게 그의 넥타이를 묶어주었고, 저녁이면 서재에 커피를 가져다주며 너무 늦게까지 일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이보다 더 이상한 일은 따로 있었다. 토요일에 낮잠을 자지 않았다. 그가 일어났을 때 강유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육시준은 세수를 다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주방에서는 팅팅- 굉음이 울리고 있었다. 오씨 아주머니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같이 들려왔다.“사모님, 이건 제가 할게요!”“사모님,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사모님, 칼은 건드리지 마세요!”“…”그는 주방으로 가까이 다가갔고 가녀린 몸 하나가 그곳에서 분주하게 돌아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여자는 옅은 색의 홈웨어를 입고 있었고, 그 위로 분홍색의 앞치마를 메고 있었다. 대충 묶은 똥머리와 멋대로 헝클어진 잔머리는 나른한 분위를 풍기고 있었다.유리 사이로 비쳐 들어온 햇빛이 음식에 열중하고 있는 여자의 옆모습에 내려앉았다. 집안에는 따뜻한 분위기가 한층 더 첨가되었다.발걸음 소리를 들은 건지 강유리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육시준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여보, 좋은 아침!”육시준은 그녀의 웃음에 혼을 뺏기고 말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응. 뭐가 그렇게 바빠?”“모처럼 휴일이잖아. 당신 먹을 아침 만들고 있어!” 강유리는 기쁜 마음으로 접시를 들고나왔다. “갓 만든 만두랑 참치 죽이야! 얼른 먹어봐!”“…”육시준은 머릿속에 갑자기 강유리가 저번에 한 음식이 떠올랐다. 그 순간 눈 앞에 씌워진 필터가 사라졌다.그는 여자의 손에 놓인 접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입술을 오므리며 머뭇거렸다. “당신이 직접 만든 거야?”강유리는 헤실헤실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직접 그릇에 올려놓았어!”그 말에 육시준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럼 됐다.식탁 위에는 동서양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평소 먹던 음식보다 3배나 많은 양이었다.육시준은 의혹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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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육시준의 표정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넌 어떻게 생각하는데?강유리는 입을 삐죽거렸다. 본심을 들킨 건 하나도 창피하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꼿꼿하게 세우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맞아. 사실 물어볼 게 있어.”육시준은 눈썹을 들썩이더니 강유리가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어제 네가 산 주식, 다 가능성이 보이는 것들이야. 대신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들은 슬슬 파는 게 좋을 것…”그 말에 강유리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뭐야! 내 질문은 그게 아니야!”육시준은 조금 의아했다. “어? 내가 비록 투자의 신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분석에 실수가 잦은 편은 아니거든? 진짜 안 물어볼 거야?”“…”그의 말이 맞았다.육시준이 사라고 한 주식 중에 적자가 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강유리는 조금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처음에 술에 취해 증권거래소에 가입을 한게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육시준이 시켜서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그게 아니라면 제멋대로 산 주식이 왜 다 상한가를 쳤겠어?“어떤 주식을 빼는 게 좋을까?” 강유리는 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구지심이 가득했다.순식간에 진지해지는 여자의 모습을 보자 남자의 차가운 얼굴에 웃음기가 돌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강유리는 그제야 뭔가를 알아챘다.이런!육시준이 일부러 날 놀린 거였다!강유리는 육시준 앞에만 가면 아무 비밀도 없게 된다. 자신의 생각이 다 읽히는 것 같았다.그녀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씩씩대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웃긴 왜 웃어?”남자를 손을 뻗더니 여자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남자는 한 손으로 여자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네가 웃겨서. 돈에 환장한 여자야.”남자는 고고한 사람이었다. 항상 매너를 지키며 다른 사람들의 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끔씩 짓궂은 장난을 치는 남자의 모습은 사람을 홀렸다.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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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육시준은 조신한 척 연기하는 강유리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눈썹을 들썩이더니 한참이나 침묵한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조신이라는 단어를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강유리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남자를 밀쳐내더니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걸어갔다.비록 자기에게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진실한 타격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강유리는 너무 속상했다.괜히 며칠 동안 고생했다.육시준은 실망이 가득한 여자의 뒷모습을 보며 눈동자를 반짝거렸다. 내가 너무 솔직했나…?저녁. 하늘은 무척이나 우중충했다. 갑자기 비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육시준은 서재에서 일 처리를 하고 있었다. 창밖의 하늘을 확인하던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집은 텅 비어있었다. 불을 안 킨 탓인지 집안이 좀 어두웠고 주방도 무척이나 조용했다. 오씨 아주머니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저녁 준비할까요?”“유리는 아직도 안 들어왔어요?”강유리는 아침을 먹은 후 바로 밖으로 나갔다. 뭐 하러 가는지 말도 하지 않았다.육시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원에서 엔진소리가 울려 퍼졌다.빨간색 벤틀리 한 대가 정원으로 들어오더니 깔끔하게 주차를 했다. 곧이어 차 문이 열리더니 강유리가 크고 작은 쇼핑백을 손에 든 채로 차에서 내렸다.오씨 아주머니는 문을 열어주며 육시준의 말에 대답했다. “사모님이 오후에 좀 늦으신다고 연락하셨어요. 이렇게 일찍 돌아오실 줄은 몰랐는데.”그 말에 남자는 눈썹을 들썩였다. 휘어진 그의 입꼬리에는 불만이 가득했다.아줌마한테 연락을 했다고? 나는?대체 누가 남편이지?만약 육경서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이게 다 업보라면서 입을 놀렸겠지.육시준도 옛날에는 똑같은 짓을 했었다…현관문은 열렸고, 강유리는 물건들을 한가득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침까지 축 처져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지금 그녀의 얼굴에는 활기가 가득했다.“이리 와봐! 내가 우리 어머님, 아버님 선물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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