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 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363 챕터
제121화
신유리는 단념했는지 이번엔 얼굴에 원한을 품지 않았다.이신은 그제야 시름 놓고 휴대전화를 건네받으며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물었다."지금은, 밥 먹을 기분 들어? "신유리는 잠깐 멍해지더니 바로 알아챘다. 신유리가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이신은 먹고 싶지 않다고 배려했던 것이었다.그는 이신의 공감 능력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감격스러워했다.신유리는 낮은 목소리로 고마움을 전달했다."고마워."이신은 고개를 들지 않고 말을 이었다."연우진이랑은 너무 가까이하지 마!"신유리는 더 물어보려던 찰나에 아주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신!"이신은 발길을 멈추고 소리 방향을 따라보니 임아중이 한 남자의 팔짱을 끼고 멀리서 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임아중은 남자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그들 앞에 걸어왔다.그녀는 흥미진진하듯 신유리와 이신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어머, 너희 둘도 밥 먹으러 왔어? "이신은 머리를 끄덕였다.임아중은 워낙 붙임성이 좋아 싱글벙글 웃으며 옆의 남자를 끌어 앞세우며 소개하기 시작했다."인사해, 우리 자기야."지난번 임아중을 봤을 때는 분명히 서준혁이랑 맞선을 보는 사이였다.임아중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신유리에게 물었다."며칠 전, 나 너랑 쇼핑하려고 메시지 엄청나게 보냈는데, 왜 답장 안 해? "신유리는 다소 놀라웠다.그날 캐톡 친구 하자는 얘기가 그냥 예의로 말한 줄 알았다.최근 기분이 안 좋아 임아중의 메시지를 놓쳤을 수도 있다.신유리는 미안한 듯 임아중에게 사과했다."미안, 요즘 너무 바빠서 캐톡 챙겨보지 못했어, 놓친 거 같아."임아중은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요즘 세대에 캐톡을 안 보는 사람도 있어? ""업무용 캐톡이랑 개인 캐톡은 따로 있어." 신유리가 설명했다.다행히 임아중은 신경 안 쓰는 눈치다. 그녀는 데려온 남자의 팔짱에서 손을 떼고 서준혁의 팔을 다시 붙잡았다.임아중은 그의 반응에 재밌는지 호기심이 발동한 듯 몸을 더 붙이면서 신유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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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어색한 분위기는 얼마 유지되지 못하고 우서진 친구의 인사로 다시 완화되었다.신유리는 가지도 못하고 남아있지도 못해 망설이다가 소파에 계속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옆에 있던 두 도련님도 신유리의 기분을 알아채고 다른 자리로 피했다.룸의 분위기는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임아중이 술잔을 들고 다가올 때 신유리는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신유리의 곁에 앉았다."유리야, 저쪽에서 포카 놀던데, 왜 같이 놀지 그랬어? 그리고 이신은 왜 아직도 안 와?"룸 안의 등불은 어두컴컴하여 신유리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너희들 재밌게 놀아."신유리는 저녁밥도 먹지 않고 오후 내내 화를 참은 관계로 결국 속이 안 좋기 시작했다.임아중도 신유리가 기운이 없어 보여 더 이상 권하지 않고 술잔을 다시 들어 다른 자리로 갔다.신유리의 시력은 워낙 안 좋아 이 시각 우서진과 서준혁이 어느 자리에 앉았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하여 마음은 다소 편해졌지만 그래도 한 공간에 있는지라 얼마간 불편함은 있었다.신유리는 한참 앉아 있다가 가방을 들고 화장실 가려 하였다.그녀는 천천히 문 입구에 걸어가서 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마침 누군가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왔다.바로 이신이 휴대전화를 들고 문 입구에 나타났다.그는 신유리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왜?"신유리가 인사하려 하려던 참에 이신을 잘 아는 친구들이 가로채고 그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이신, 왔어? 아중이 글쎄 네가 온다고 해서 안 믿었는데, 결국 왔구나."신유리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옆으로 자리를 비켜줬다."나 화장실 갈 거니까 어서 들어와."이신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뭔가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사실 그는 조금 전 바로 올라오려고 했는데, 고객이 전화를 갑자기 하는 바람에 아래층에서 좀 더 머물러 있었다.신유리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무표정으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메이크업은 여전히 깔끔하나 눈에는 피로감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이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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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예술품 금융화는 갓 떠오르는 시장 열풍으로 지원받을 기회는 많다.신유리는 서준혁을 올려다보면서, 내심 그의 비즈니스에 대한 탁월한 민감도에 감탄했다.부도에 헤매는 화인 그룹을 되살려낸 능력만 봐도 알 수 있다.서준혁은 테이블을 가볍게 치면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미래 쪽은 누가 갈 거야? "미래는 역사가 유구하고 명성이 높은 문화재 예술관이다.이때 신유리는 손에 쥐던 필을 놓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해보겠습니다."신유리는 비서실 직원으로 주로 회의실에서 회의록을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서준혁은 그녀를 돌아보더니 단칼에 거절했다."신 비서가 체험하라고 가져온 프로젝트는 아니에요. "그의 거절은 아주 확실하고 깔끔하여 신유리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입술만 깨물었다. 미래로 갈 사람은 회의가 끝나서도 정해지지 않았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양예슬은 신유리에게 물었다."유리 언니, 언니는 왜 주동적으로 그 일 맡으려고 해요? "신유리는 고개만 저으면서 아무 대답도 주지 않고 탕비실에 들어가 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안 되어 이신이 전화를 받자, 신유리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가 지금 예술품 금융화 방면의 일을 접촉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이신은 잠깐 멈칫했다가 말했다."예술품의 부가가치는 확실히 이후에 경제 핫 이슈로 될 수도 있지, 게다가 더 많은 전시 열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은 선택이야"그는 말을 끝내고는 신유리에게 되물었다."왜 갑자기 그 얘길 하는데?""회사에 프로젝트 하나가 생겼는데 미래와 손잡을 수도 있어서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신유리는 조신하게 말했다."나 이 프로젝트 해보고 싶어."이신과의 통화를 끝내고 신유리는 바로 사무실로 돌아갔다.뜻밖에도 송지음이 사무실로 내려와 얌전한 척 신유리 앞에 나타났다."유리 언니, 나 언니한테 배우러 왔어요."어떻게든 신유리의 직위를 가로채려고 애를 쓰는 듯하였다.신유리는 그녀와 엮이기에 싫어 핑계를 댔다. "나 지금 일 있으니까 시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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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휴대전화의 불이 천천히 꺼지자, 신유리는 뒤통수가 오싹해 났다.왜냐하면 건강검진을 예약한 적 없었던 것이다."유리 언니, 나 물어볼 게 있어요."잠잠했던 심정은 더 이상 통제가 안 되고 몸이 부들부들 떨었다.메시지를 받은 신유리는 자신이 얼마나 한심하고 비참한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때마침 송지음이 문서를 들고 신유리한테 다가왔다.짙은 화장을 해도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하지만 송지음은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 서류를 신유리에게 내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유리 언니, 여기 규격이 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순서를 어떻게 처리할까요?"신유리는 그녀가 내민 서류를 보다가 차가운 말투로 나무랐다."넌 손이 없어? 인터넷을 찾을 줄 몰라? "뜻밖의 차가운 태도에 송지음은 어리둥절해졌다.예전 같았으면 이럴 땐 신유리는 항상 대신 해주겠다고 챙겨줬었다.송지음은 분위기를 짐작하고 잠시 멍해 있다가 바로 당황한 듯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리 언니, 난 그냥 이 부분을 잘 몰라서 물어봤을 뿐이에요."말하면서도 송지음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나약한 어깨는 후들거렸다.예전의 자신이 송지음의 어떤 부탁에도 오냐오냐해줬던 것이 문득 후회가 났다.어떤 요구든 다 들어주니 송지음은 신유리가 만만해 보였을 수도 있었다.신유리는 송지음의 서류를 대충 열어본 후 바로 본론을 말했다."규격이 명확하지 않으면 미래의 홈 사이트에 들어가서 찾아보면 되잖아! 거기에 문물 차트가 기재되어 있을 건데 안 보여? 인턴때 선배들이 안 가르쳐줬어?"신유리의 말투는 아주 거칠고 딱딱했다.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송지음의 기색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눈시울도 바로 붉어졌다.송지음은 이내 불쌍한 척 입술을 깨물기 시작했다.사무실 사람들의 주의력은 진작에 둘을 향하고 있고 모두 조용하게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워 신유리는 기분을 추스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서류 남기고 가,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기 전엔 찾아오지 마."송지음의 눈시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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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서준혁과 진규성은 서로 충분히 교류하면서 담판은 아주 원활하게 진행되었다.여태껏 신유리는 조용하게 앉아 있기만 했다.진규성은 갑자기 그녀의 손에 든 서류를 보고는 물었다."신 비서님도 저희 미래를 잘 알고 있어요?"신유리가 들고 있는 문서는 바로 미래의 예술품 도감이다.일면의 첫 페이지에 몇 년 전 대중화 주제로 출시된 제품들이 기재되었다.진규성은 갑자기 흥미를 느끼면서 말했다."당시 그 컨셉들은 열풍을 일으키지 못했고 심지어 문화재도 아니었어요. 단지 그때 지사에 있는 작업실에서 영감을 타 잠깐 만들어낸 제품들인데 신 비서님은 어떻게 아셨나요?"갑자기 질문을 던지자, 신유리는 그 페이지를 펼쳐 테이블에 놓고는 말했다."제가 미래에 대해 좀 알아봤었거든요, 특히 사람과 자연을 주제로 된 목조품들이 너무 생동감이 넘친다고 느꼈죠, 특히 이 세트가 가장 맘에 들었어요.""아쉽게도 제가 관심을 가졌을 땐 전시가 별로 없어서 한 세트를 사기엔 힘들더라고요."신유리는 점점 진지해지면서 설명했다."안 그래도 오늘, 이 도감이라도 챙겨서 진 관장님을 만날 때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지금이라도 구매가 가능한지 한번 물어보고 싶었어요."말은 그렇지만 사실 그녀는 최초로 이신으로부터 알게 되었다.그땐 시한 지사의 전시장 배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었는데 허경천이 미래의 컨셉을 소개할 때 마침 옆에서 듣게 되었다.듣다가 흥취를 갖게 되어 성남으로 돌아가자마자 인터넷에서 도감 세트를 한꺼번에 구입하였다.먼 훗날 화인과 미래가 손잡을 줄은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신유리의 진정성 있고 생동감이 넘친 얘기에 진규성은 감격스럽기도 하고 흥이 나 그녀와의 담소에 푹 빠졌다.다행히 사전에 도감을 자세히 본 덕분에 그의 물음에 신유리는 유창하게 대답할 수 있었고 들키지 않았다.정확한 그녀의 대답에 진규성은 만족스러운 듯 한탄하면서 미소를 지었다.짧게 얘기를 나누다가 신유리는 다시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다만 신유리를 바라보는 서준혁의 눈빛은 오히려 음침해졌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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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신유리의 시선에 송지음의 얼굴은 삽시에 창백해졌다.화인 그룹에서 송지음에 관한 소문은 적지 않아 이렇게 감히 대면으로 말하는 사람은 더군다나 없었다.쥴리와 신유리가 대놓고 얘기를 꺼내니 송지음의 표정은 말은 아녔다.송지음의 당황한 표정을 보면서 신유리는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엘리베이터가 마침 1층에 도착하자, 신유리는 망설임도 없이 나갔다.뜻밖에도 회사 입구를 나오자마자 서준혁을 만났다는 것이다.미래에 갔다가 와서 그런지 표정은 굳어져 있고 차가운 기운이 그를 맴돌았다.신유리와 눈을 마주친 캄캄한 그의 눈동자는 잠시 멈칫했는데 딱 봐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그를 언짢게 한 장본인이 아닌지라 신유리는 빠르게 자리를 피하려 하였다.이때 '타박타박' 구둣발 소리와 함께 애처로운 송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준혁 오빠."회사 밖이라, 송지음은 빠른 걸음으로 총총 달려오더니 일부러 그런지 모르겠지만 서준혁의 품에 부딪혔다.마침 하이힐을 신은 신유리는 지나가는 송지음에게 부딪혀 중심을 잃고 한 발짝 뒤로 넘어졌다.서준혁의 품에 안긴 송지음은 작은 얼굴을 치켜올리며 코끝이 붉어지더니 그윽하게 그를 쳐다보았다.딱 봐도 억울함을 당한 표정이다.신유리를 향한 시선을 거두고는 서준혁은 송지음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왜? "송지음의 발 연기가 꼴 보기 싫어 신유리는 곧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신유리를 견제하던 송지음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눈빛이 복잡해졌다.송지음은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빠, 대표 사무실에 있기 싫어. 유리 언니 말이 맞아, 나 그럴 자격이 없어."말하고 나선 눈물을 글썽하며 불쌍한 척 서준혁의 옷깃을 잡으며 놓지 않았다.송지음이 잡아당긴 옷깃을 보며 서준혁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신유리가 말했어? "송지음이 대답하기에 도전에 서준혁은 코웃음을 지었다."무슨 자격으로 남을 자격 있다 없다 하는 거지? "송지음은 옆에서 말을 하지 않았지만, 눈빛에는 알 수 없는 정서를 담고 있었다.신유리는 바로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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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유리야! "외할아버지는 연세가 좀 많지만, 사리를 분별하는 데는 문제는 없었다.신유리는 이미 서준혁과 관계를 끊었다고 얘기를 드렸었지만, 외할아버지는 그래도 걱정스러워 서준혁과 재차 접촉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서준혁이 좋은 사람인 건 잘 알고 있으나 외손녀를 기분 나쁘게 하니 배척할 수밖에 없었다.조금 전 목소리를 갑자기 높이는 바람에 외할아버지는 기침이 나 신유리는 다급히 일어서 등을 다독여주었다.외할아버지는 숨이 점점 골라져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가자, 난 이곳에서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구나. "신유리는 대답하면서 외할아버지를 부추겨 몸을 일으키려 하였다.하지만 사모님이 얼마 전 주문한 삼계탕을 직접 올리면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넸다."선생님, 유리야! 오랜만에 온 거네? 아까부터 와서 인사드리려고 했어. "식당 사모님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랑 관계가 아주 친한 사이였다. 사모님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신유리를 보며 말했다."우리 유리 많이도 컸네? 마지막으로 본 건 아직 초등학생이었지? 시간이 참 빠르네, 내가 그때 유리를 처음 봤을 때 어찌나 작고 불쌍하던지, 이 아줌마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 "신유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고기 탕을 가리키며 말했다."사모님, 이것 다 포장해 줄래요? 가져갈게요. ""그래그래, 포장해 주마. "사모님은 재빨리 포장 박스를 챙겨오고는 음식을 담으면서 외할아버지와 얘기를 나누었다.신유리는 옆에서 침묵하고 있는데 갑자기 사모님이 질문을 던졌다."내가 글쎄 지난달에 신기철을 봤어, 둘째까지 낳았던데? 한 가족이 모두 시내로 이사 갔나 봐."신기철은 바로 신유리의 아버지다.아버지의 이름을 거론할 때마다 신유리와 외할아버지는 안색이 어두워진다.사모님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포장 주머니를 건네고는 주방으로 다시 돌아갔다.신유리는 포장 음식을 들면서 외할아버지를 부추기며 밖으로 나가려고 일어섰다.마침 송지음이 있는 테이블이 중간 위치에 있어 어쩔 수 없이 그곳을 지나야 했다.신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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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산만한 남자의 소리가 들리자, 신유리는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아 숨을 고르지 못했다.그녀는 믿기지 않는 듯이 서준혁을 바라보며, 서랍을 쥐던 손가락도 힘을 너무 들인 바람에 손가락이 하얘졌다.신유리는 이명이 들려 머리에서 윙윙 소리가 났다.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어떻게 그런 지독한 말을 할 수 있는지 그녀는 도무지 모른다.아무리 그녀가 싫고 짜증 나도 그렇지,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대할 수 있는 거지?구역질이 나는 느낌이 엄습하자 신유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하여 그녀는 허리를 약간 굽혀 괴로운 느낌을 좀 덜어주려고 했다.서준혁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그는 검은색 정장에 셔츠 단추를 맨 위로 꼼꼼하게 챙겨입었고 검은 눈동자는 물끄러미 신유리를 쳐다보고 있었다.눈 밑이 침침하여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을 수 없었다.갑작스러운 전화에 서준혁이 불려 갔을 때도 신유리는 여전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눈가에 맺힌 눈물이 결국 하염없이 떨어졌다.다음 날 아침, 신유리는 회사에 가지 않고 성남병원으로 갔다.예약한 건강검진은 매우 포괄적이어서, 서준혁의 세심함에 신유리는 또 한 번 감탄했다.산부인과에 불려 갔을 때도 그녀는 굳어진 표정으로 들어갔다.신유리가 들어가자 산부인과 의사는 무뚝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옷 갈아입고 누우세요. "신유리는 검사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절망한 듯한 표정으로 검사실에 들어갔다.예전에도 정기적인 신체검사를 받았었지만, 그 차가운 기계들을 볼 때마다 오싹해났다.의사 선생의 거친 동작과 기계적인 태도에 검사를 마치고 나갔을 때 신유리는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꼈다.보고서를 얻으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신유리는 회사에 가지 않고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근처 작은 공원에 가서 산책이나 하려던 참에 서준혁의 전화를 받았다."어제 미래와 얘기하면서 어땠어?"신유리는 잠시 뜸을 뜨고는 대답했다."글쎄, 미래는 많은 선택지가 있어서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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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송지음, 말은 장소를 가리고 뱉어야 해. 그것도 몰라?"신유리의 말투는 매우 차가웠다.화인의 사람들은 대부분 입사할 때 동종업계 취직 금지 계약을 치른다. 하지만 송지음은 감히 그녀가 다른 회사에 스카우트되었다고 사람들 앞에서 나불댔다.바보가 아니라면, 일부러 그런 거겠지!엄숙한 신유리의 말투에 놀란 송지음은 입술을 오므리고 쩔쩔맸다."유리 언니, 제가 그런 뜻으로 얘기한 건 아니고, 단지…. "그녀는 뒷말을 못 있고 차라리 고개를 떨궈 묵묵히 신유리 옆에 서니 욕먹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옆에서 보다 못한 양예슬은 입을 열었다."송 비서, 원래 송 비서가 말을 잘못한 거잖아요, 왜 오히려 피해자인 척을 해요?"신유리의 얼굴이 싸늘해졌다."별일 없으면 일하러 가."송지음이 한바탕 끼어든 바람에 신유리의 마음은 괜히 초조해졌다.서준혁이 송지음을 데려가던지, 아니면 더 적합한 후자를 고르던지 해야 했다.신유리는 머리가 살살 아파 났다.탁자 위에 놓인 미래 자료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신유리는 진규성에게 저녁 식사를 함께하자고 메시지를 보냈다.진규성은 저녁에 약속이 있을 수 있으니 그때 다시 답장하겠다고 발뺌했다.뻔한 핑계였지만 신유리는 어쩔 수 없이 저녁에 답장을 기다리겠다고 답장을 보냈다.신유리의 가슴이 또 철렁해져 인수인계할 자료를 다시 정리하려고 하는데, 곽정희가 다가왔다.그녀는 신유리의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시간을 좀 내줘, 나랑 인사팀에 가자. "신유리는 이직 기간 많은 절차가 있을 거라는 걸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곽정희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아이고, 너 가고 나면 어떡해, 새로 온 인턴도 몇 명 안 돼."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마자 곽정희가 먼저 말문을 시작했다.지난번 인사 면접에서 새로 온 인턴의 능력이 확실히 좋지 않아 신유리는 그렇다고 대답했다."곧 졸업 시즌이 다가올 건데 뭘, 인턴은 걱정 안해도 돼. ""훌륭한 건 다 일찌감치 빼앗겼으니 어떻게 걱정이 안 돼."곽정희는 말하면서도 신유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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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신유리는 서둘러 요양원으로 돌아갔다.원장과 간호사들은 모두 외할아버지 방문 앞에 있었고, 신유리가 도착하자 서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선생님이 안으로 모셨어요, 한참 뒤 한 여인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길래 저희는 어르신의 감정이 격해질까 봐 급히 유리 씨를 부른 거예요."외할아버지가 퇴원할 때, 의사는 더 이상 외할아버지의 감정이 격해지지 않도록 챙겨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신유리는 눈이 침침해져 원장님과 이야기를 난 뒤 문을 두드렸다.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신유리는 밖에서 외할아버지를 불렀다. "외할아버지, 저예요."갑자기 안에서 외할아버지의 누그러진 기침 소리가 들려오는데, 좀 다급하게 들렸다.신유리는 더욱 조급해져 볼륨을 높였다."이연지! 무슨 일이 있으면 직접 나한테 말해!"방안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면서 곧 방문이 열리더니 외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으며 나왔고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이연지가 혼자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외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그녀의 사색을 다시 끌어당겨 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외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괜찮으세요?""아무 일도 아니야. "외할아버지는 더 이상 말하기 싫은 듯 손을 내저었다.외할아버지는 방안의 이연지를 바라보며 지팡이를 땅바닥에 세게 구르고 나서, 무거운 목소리로 호통쳤다."이 양심도 없는 년, 당장 합정으로 돌아가! 앞으로 너 같은 딸이 없는 걸로 생각할 테니까 꺼져!"외할아버지가 말을 매우 급하게 한 바람에 또 맹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신유리는 손으로 등을 만져주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이연지를 바라보았다."양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지금 떠나는 게 좋을 거예요."이연지가 일어서자, 신유리는 그제야 그녀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지난번보다 더 야위고 초췌해졌고 왼쪽 눈이 퉁퉁 부어올라 눈가엔 핏발이 서 있으며 옷도 지저분해 60대 노부인처럼 보였다.이연지는 신유리를 감히 쳐다보지도 않고 무릎을 꿇었다.신유리는 순간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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