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31 - Chapter 40
331 Chapters
제31화
신유리는 눈썹을 찡그리며 무의식적으로 서준혁을 바라보았고, 서준혁은 대답할 생각 없이 그녀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신유리는 그를 오래 따라다닌 만큼 서준혁의 눈빛만 보아도 그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지금 서준혁은 그녀가 스스로 해명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외할아버지도 눈썹을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리야?”신유리는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서준혁을 한 번 바라보고 눈을 내리깔고는 외할아버지에게 작게 얘기했다. “아주 오래전 일이에요.”말을 마친 신유리는 손에 힘을 풀고 손을 뻗어 캐리어를 끌었다. “먼저 모셔다 드릴게요.”그녀가 캐리어 손잡이를 잡기도 전에 서준혁이 캐리어를 낚아채어 끌고 갔다.그는 캐리어를 들어 신유리의 외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제가 들어드릴게요.”“오빠, 우리는 그럼 병실에서 기다릴게.” 송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매우 예의 바르게 신유리의 외할아버지에게도 인사를 했다. “할아버님 감사합니다.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빌어요.”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도착하자 신유리는 걸음을 멈췄다. “여기까지면 돼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손을 뻗어 캐리어를 챙겨 떠나려고 했다.서준혁이 말을 하기도 전에 신유리의 외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준혁아, 얘기 좀 하고 싶구나.”신유리가 눈을 살짝 찌푸리며, 핑계를 대려고 하던 참에 서준혁의 전화기가 울렸다.신유리가 그와 가까이 있어 발신인이 송지음인 것을 보았다.그녀는 시선을 한쪽으로 돌렸지만 서준혁은 자리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받았다. 신유리는 송지음이 말하는 것을 듣지 못했고, 서준혁이 ‘응’하고 대답하는 소리만 듣고 전화를 끊었다.그는 표정 변화 없이 신유리의 외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지만, 지금 일이 생겨서 힘들 것 같습니다.”입으로는 죄송하다고 했지만 태도는 분명했다.신유리는 아래를 보며 캐리어를 건네받아 위층에서 내려왔고, 2분도 채 걸리지 않아 송지음이 그를 찾아와 있었다.그녀는 캐리어를 끌면서, 외할아버지
Read more
제32화
“신유리?” 우서진이 코웃음을 치며 약간 경멸하며 말했다. “걔 지금 옆방에서 오원영, 그 늙은이랑 같이 있는데. 너희들 그 늙은이가 어떤 인간인지 모르는군.”오원영은 성남 비즈니스계에서 다루기 어렵기로 유명한 사람으로, 능구렁이 같은 성격에 교활해 신유리가 벌써 다섯 잔도 넘게 마셨지만 그는 여전히 일과 관련된 얘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오히려 그녀에게 술을 따라주며,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유리 아가씨의 명성은 익히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이렇게 아름다우실 줄이야. 서대표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사실 신유리는 주량이 좋지 않아, 외부 접대자리에 도와줄 사람과 함께 다녔지만 오늘은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그녀는 술잔을 막고 싶었지만, 오원영이 기회인 듯이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유리 아가씨는 역시 젊어서 피부가 정말 좋으시군요.”신유리는 어지러움을 참고 손을 빼며, 불편한 마음을 참고 일어나 말했다. “죄송하지만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그녀는 술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워 세면대를 붙잡고 한참을 진정시킨 후에야 그 역겨운 느낌을 억누를 수 있었다.신유리는 화장실에서 나와 긴 호텔 복도를 매우 천천히 걸어갔다.오원영이 그녀의 몸을 보던 시선을 생각하니 속이 메스꺼웠다.복도의 방 하나를 지나가는데 문이 갑자기 열려 신유리와 방 안의 사람들의 눈이 마주쳤다.우서진은 신유리를 마주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 몸에서 술 냄새를 맡고는 무의식적으로 두 걸음을 물러섰다.신유리가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쳐다본 후 시선이 서준혁에게로 옮겨갔다.그녀가 입을 열어 얘기했다. “죄송합니다.”우서진이 전화를 받으러 그녀를 지나쳐가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길 막지마”문 앞에는 신유리만 남아 어떻게 해야될지 몰랐다. 발이 바닥에 박힌 것처럼 제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안에서 누군가 “신유리.”라고 부를 때까지.신유리가 고개를 들어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문 닫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그녀가 말없이 문을 닫
Read more
제33화
합정의 협력사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사람을 보내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이전부터 서준혁은 항상 신유리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책임자는 바로 두 사람을 향해 다가갔고, 얼굴 가득 미소를 띄고 있었다.송지음은 한쪽에 소외되어 서준혁의 소매를 잡고 하얀 얼굴이 조금 창백해졌다.이 회사와는 여러 번 협력한 적이 있어 계약에 관해서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신유리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서준혁과 상대측 사장에게 한 부씩 건네고, 습관적으로 송지음에게 지시했다. “식당 예약하는거 잊지마.”송지음은 온몸이 굳은 채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도 못했고, 조금 난감해 하고있었다.게다가 신유리에게 인턴 대우를 받았다.송지음은 입술을 깨물고 한참을 움직이지 않다가 서준혁을 바라보며 눈이 빨개지기 시작했다.신유리가 말을 마치고 나서야 생각나서 그녀에게 얘기했다. “미안해, 예슬 씨로 착각했어.”송지음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유리 언니.”신유리는 잠시 멈칫하고 그녀를 힐끗 보더니 눈을 들어 뒤에 있는 양예슬을 보고 지시했다. “호텔 예약해요, 조대표님 취향 아직 기억하죠?”송지음의 얼굴이 더욱 하얘졌다.저녁도 먹지 않고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먼저 호텔로 돌아가 쉬겠다고 했다.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서준혁을 바라봤다. “준혁 오빠, 나 좀 데려다 줄 수 있어?”서준혁은 조대표와 저녁을 먹어야해서, 신유리는 그가 그러지 않을 줄 알았지만 서준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데려다 줄게.”그는 고개를 돌려 신유리에게 당부했다. “이따가 올게.”그러나 서준혁은 식사 자리가 끝날 때까지도 오지 않았다.신유리는 문 앞에서 조대표를 배웅한 후 손을 들어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송지음과 서준혁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었다.합정의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신유리는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어디서 새어나갔는지 그녀와 오원영이 실랑이를 벌이던 그날 밤의 사진 한 장이 떠돌기 시작했다.사진
Read more
제34화
신유리가 잠시 멈칫했다. “당신이 찍었다고요?”“그때 별 생각없이 찍었어요.” 아무래도 남의 사생활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청년은 스스로 말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게다가 후에 그도 서준혁이 신유리를 객실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다만 사진을 다 보냈기 때문에 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최근 신유리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듣고서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저는 정재준이라고 합니다.” 그는 귀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 일은 아무래도 저 때문에 피해를 보신 것 같아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신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정재준을 바라보며 그날 밤 그녀에게 방문을 닫으라고 했던 남자인 것을 기억해냈다.정재준은 스스로도 오래 머무르는 것이 민망했는지 몇 번이나 사과를 하고 떠났다.신유리는 내내 말이 없던 연우진을 보며 물었다. “또 다른 일 있어?”“괜찮아?” 연우진의 따뜻한 목소리에는 배려심과 관심이 담겨 있었다. “요즘 일이...”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신유리가 말을 끊었다. “나는 아무 상관 없어.”연우진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고, 그의 눈에는 약간의 무력함이 담겨 있었다. 그가 말했다. “그럼 저녁 같이 먹을까?”신유리와 연우진은 접객실에서 있다가 사무실로 돌아가려는 순간 양예슬이 허겁지겁 달려왔다.그녀는 신유리를 보고 숨을 고르고 나서야 말했다. “유리 언니, 비서실에서 고객이 난동을 부리고 있어요.”양예슬은 말을 꺼내기 힘들어 보였고, 신유리가 비서실에 가서야 그 고객이 여자인 것을 알았다.비서실의 여우년이 자신의 남편을 유혹한다면 욕을 하고 있었다.여비서는 욕을 먹으며 얼굴이 빨개졌다 하얘졌다를 반복했고, 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 “여사님, 일단 진정하시고 천천히 얘기하시죠.”하지만 그 여자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신유리의 말을 전혀 듣지 않은 채 신유리를밖으로 밀었다.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있어 밀쳐지면서 발목이 꺾여 넘어질 뻔했지만 누군가 뒤에서 그녀를 잡아주었다.
Read more
제35화
양예슬은 망설여졌다. 신유리와 송지음의 관계는 화인 그룹의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었다.신유리는 개의치 않고 서류를 들고 올라갔다.운이 좋게도 올라갔을 때 송지음과 쥴리는 화장실에 가 있었고, 신유리는 서류를 들고 서준혁을 바로 찾았다.서준혁은 그녀일 줄 몰랐는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신유리는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사인이 필요해.”서준혁은 받아서 바로 서류를 펼치고 펜을 들어 서명했다.신유리는 그의 동작을 바라보며 속눈썹을 떨었다.서준혁이 그녀에게 가르쳐준 첫 번째 수업은 계약서를 꼼꼼히 읽으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익숙한 사람이 건네더라도 자세히 봐야 한다.“발목은 좀 어때?” 서준혁은 서명을 하면서 무심코 대화 주제를 찾았다.신유리가 조용히 “괜찮아졌어.”라고 대답했다.“단합대회에 참석할 수 있어?”“응.” 신유리는 그가 계약서에 서명을 마치고 건네주는 것을 받아들고 막 떠나려는데 서준혁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재무팀에 가서 청구해. 의료비는 회사에서 처리할 거야.”신유리는 제자리에 서서 서준혁을 바라봤다.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누가 동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회사에서 이번 일을 가지고 홍보하려는 것 같아.”그의 눈빛은 매우 담담했고, 신유리에게 조금의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신유리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더니 잠시 후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아프냐고 한 마디쯤은 물어볼 줄 알았어.”서준혁은 펜을 든 손을 잠시 멈추었다가 말했다. “보상은 두 배로 해줄 수 있고, 유급휴가도 가능해.”“...그래.”신유리가 사무실에서 나오자 돌아오는 송지음이랑 쥴리와 마주쳤다.송지음은 신유리가 서준혁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눈에 담긴 긴장과 경계를숨기지 못한 채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유리 언니, 무슨 일로 올라오셨어요?”신유리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그냥 지나쳤다.송지음은 대답을 듣지 못하자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려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화인의 이번 단합대회는 온천 호텔에서
Read more
제36화
송지음이 다가왔을 때 신유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멍하게 서 있었다.“유리 언니랑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아까 둘이 같이 있는 거 봤는데.” 송지음은 서준혁 앞으로 달려가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떠보고 있었다.서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별 거 아니야.”그는 화제를 돌려 물었다. “등산은 재밌었어?”송지음은 그가 화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늘 눈치가 빨랐기 때문에 그의 말에 따라 대답했다.신유리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억지로 한마디 했다. “유리 언니, 언니가 산에 못가서 정말 아쉬워요. 엄청 예뻤는데.”저녁이 되자 송지음은 모두에게 진실게임을 하자고 제안했고 사람이 많아서 여러 테이블을 준비했다.신유리는 일부러 송지음과 서준혁이 있는 곳에 가지 않고 가장 끝에 앉아서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앉았다.게임이 시작될 때만 해도 다들 수위가 높지 않았는데 중반이 되자 질문이 점점 과해졌다.신유리 차례가 되자 질문을 한 동료는 무슨 생각인지 그녀에게 물었다. “유리 언니, 첫 경험은 언제 누구랑 했어요?”이 질문이 나오자 신유리는 침묵했다.마침 과일을 들고 오던 송지음도 멈칫했다.그녀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여자한테 그런 개인적인 질문을 할 수가 있어요?”“스무 살, 서준혁.” 송지음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유리가 받았다.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하던 장내가 너무 조용해져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들었다.송지음의 얼굴이 즉시 하얗게 질렸고, 그녀는 황급히 과일 바구니를 내려놓고 눈시울을 붉히며 자리를 떴다.분위기가 어색해졌지만 신유리는 오히려 담담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도구를 집었다. “계속 할까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재치가 있어서 히히덕거리며 이 상황을 대충 얼버무렸고,신유리는 몇 번 더 하다가 재미가 없어졌다.그녀는 혼자 방으로 돌아가려고 문을 나섰는데, 모퉁이를 돌자마자 뒤에서 따라온 사람에게 가로막혔다.서준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Read more
제37화
서준혁은 손을 들다 말고 담담하게 정재준을 바라보면서 웨이터가 건네주는 술잔을 받았다. “몰라.”“그래...” 서준혁의 대답에 정재준은 조금 실망했다.우서진은 구경이라도 난 듯 정재준의 팔꿈치를 툭 쳤다. “생각보다 더 적극적이다?”“집에서 맞선보라고 하는데 별수 있냐.”신유리는 이곳에서 나눈 대화를 듣지 못했다. 연우진과 함께 이모를 보러 가고 있는 중이다.연우진의 이모 이연수는 나이가 사십이 넘었는데 무용수라 그런지 관리가 잘 돼 있었다.이연수는 노골적으로 신유리를 훑어본다. “소개가 필요할 것 같은데?”이에 연우진은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신유리에요.”“신유리 씨는 당연히 알고 있지. 근데 유리 씨는 화인 그룹의 대표와 밀접한 관계로 알고 있는데?”신유리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떠보듯이 물었다. “신유리 씨는 서대표와 같이 오지 않았나?”“동행하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준비한 선물을 이연수한테 전해준다. “우진 씨 친구로 참석했어요. 이건 이모님을 위해서 준비한 선물이에요.”이연수는 뼈대가 있는 집안에서 자라 매우 도도했다. 며칠 전 신유리와 오원영의 사진이 시끄럽게 퍼졌을 때 이연수도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다.사부인들이 다들 말하기를 신유리가 주제에 맞지 않게 서준혁과 같이 있다고 했다. 이연수도 신유리의 출신을 못마땅해했는데 지금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신유리가 건네주는 선물은 보지도 않고 턱을 들며 교만하게 말했다. “여기 놔 둬.”연우진은 이런 이연수의 태도를 눈치챘다. “이모, 유리가 이모 생신 축하해 주러 왔어요.”이연수는 경고 어린 눈빛을 연우진에게 보냈다. “우진아, 너네 부모님 곧 오셔.”연우진과 신유리가 더 이상 엮이는 게 싫었다.신유리는 가지고 온 선물을 놓고 연우진한테 먼저 간다고 말했다.“유리야!” 연우진은 무의식적으로 신유리의 손목을 잡고 사과했다. “잠깐만 기다려 줘. 내가 데려다줄게.”마침 서준혁과 우서진은 이연수에게 술을 따르러 왔다. 비록 업종은 달라도 이연수는 윗사람이었다.연우진이
Read more
제38화
말할 때 열기가 신유리 목에 닿자 그녀는 참을 수 없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서준혁은 신유리의 팔목을 꽉 잡아 신유리가 움직일 수 없게 만들고 그녀의 가늘고 긴 목을 따라서 귀까지 입을 맞췄다.신유리의 귀는 매우 예민해 금세 몸에 힘이 풀렸고 서준혁의 눈빛은 더 그윽했다.그리고 그는 신유리의 허리를 감싸 소파에 누웠다.사실 8년이라는 시간은 한 사람을 알기에 충분했기에 서준혁은 신유리의 예민한 곳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었다.거실의 창문을 통해 비가 섞인 바람이 불어 커튼이 펄럭이고 차가운 바람이 피부에 닿자 신유리는 정신을 차렸다.신유리는 이를 악물고 손에 온 힘을 실어 서준혁을 소파의 끝까지 밀어냈다이때 서준혁의 머리는 헝클어졌고 셔츠 단추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부분 떨어져 가슴과 복근이 훤히 드러났다.신유리가 입은 잠옷도 나시 끈이 아래로 떨어져 간당간당하게 몸에 걸쳐졌지만 그녀는 나시 끈을 다시 올리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서준혁, 똑똑히 봐 내가 누군지. 난 송지음이 아니야.”서준혁이 말하려는 찰나 옆에 놓인 핸드폰이 울리면서 송지음한테서 전화가 왔다.잠시 머뭇거리다 전화를 받자 송지음의 억울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오빠, 오늘 저녁에 같이 있어주기로 했으면서 왜 아직도 안 와?”“기다려.” 서준혁은 전화를 끊었다.신유리는 소파에 앉아있었고 입고 있던 잠옷은 심하게 망가져 등이 훤히 보였다.그녀는 매우 말라 등 뒤의 날개뼈가 날갯짓을 하는 것 같았고 피부가 하얘 형용할 수 없는 처량함이 있었다.송지음과 약속한후 서준혁은 곧바로 일어났다.그가 한발 내딛고 나서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바라봤다. “넌 당연히 송지음이 아니지.”서준혁이 떠나고 신유리는 한참을 거실에 앉아있다 방으로 들어갔다.서준혁에게 잡힌 손목이 빨개져 아팠지만 그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 그는 단지 신유리와 자고 싶을 뿐이다.다음날 신유리가 고객을 만나고 회사에 도착하자 양예슬이 다가와서 말했다.“위층에 좋은 구경거리가 있어요.
Read more
제39화
신유리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서준혁과 송지음이 멀리 가지 않아 신유리가 말하는 내용을 들은 서준혁은 걸음을 멈췄다.신유리는 상황을 알지 못하고 연우진 차에 탔다. 손에는 연우진이 준 도자기 인형이 있었다.“대부분 사람들이 다 재미없다고 생각해서 너도 관심 없는 줄 알았어.”연우진은 생김새가 단아하고 말투도 나긋나긋해서 신유리가 집중하면서 들을 수 있었다.신유리는 도자기 인형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괜찮아, 나도 잘 몰라.”“그럼 내가 알고 있는 거 다 알려줄게.” 도자기 전시회는 성남시 북쪽에서 열렸는데 도착했을 때 곧 폐관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신유리는 도자기를 잘 알지 못해 연우진 곁에서 도자기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고풍스러운 꽃병 앞에 멈춰 섰다. 꽃병을 보는 연우진의 눈빛이 무척 부드러웠다. “외할아버지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셨던 작품 중 하나야.”신유리는 연우진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이 생각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연우진과 함께 꽃병만 바라봤다. “아름다워.”연우진이 평소에 하는 미소와 달리 오늘은 진심으로 웃었다.“좋아하면 다음 기회에 다른 것들도 보여줄게.”전시회 구경이 끝나자 벌써 저녁시간이 되어 연우진이 밥을 사겠다고 말한 순간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난처한 듯 신유리를 바라본다. “오늘 내 친구가 생일인데 이 부근에 있는 바에 있다고 해서 같이 갈래?연우진의 친구지만 신유리가 모르는 사람이어서 거절했다. “난 택시 타고 갈게.”“괜찮아, 잠깐만 있다가 갈 거야. 혼자 가면 술 먹일게 뻔해.”연우진과 서준혁의 친구가 많이 겹치지 않고 두 사람 성격도 완전히 달라 신유리는 바에서 서준혁을 볼 거라고 예상 못 했다.신유리가 어떻게 인사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서준혁이 먼저 물었다. “연우진과 같이 왔어?”“친구 생일이라고 해서. 넌? 송지음과 같이 온 거야?”신유리는 감정을 잘 숨겨 티가 나지 않아 마치 서준혁과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서준혁은 신유리
Read more
제40화
우서진의 말이 끝나고 모두의 시선이 신유리한테 쏠렸다.사실 서준혁이 한 말이 신유리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신유리가 서준혁과의 뽀뽀에 안달이라도 난 것처럼 보였다.“연우진이 여기 있는데 신유리 네가 우진이 체면도 생각해 줘야지 안 그래?”신유리는 잔을 들고 있는 손에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말을 하려는 찰나 연우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서진 그만해. 유리가 요즘 일이 많아서 힘들어. 주량도 좋지 않아서 내가 대신 마실게.”“그래 그래, 즐거우면 됐지. 다 기쁘자고 마시는 건데.” 존재감이 없었던 정재준이 나와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정재준은 자기한테 한잔 따르고 연우진과 건배했다. “우진아, 이 잔은 내가 같이 마셔줄게.”연우진과 정재준이 상황을 마무리하자 우서진도 더 이상 신유리를 물고 늘어지지 않았고 연우진이 다 마시자 곧바로 다음 라운드가 시작됐다.신유리는 연우진이 붉게 달아오른 목을 보고 미안하다고 전했다.다들 안면이 있어 게임할 때 누구도 빼지 않았다. 시킨 술도 도수가 있는 술이라 연우진이 세잔 마시고 다른 사람이 건네주는 술을 마시자 소파에 기대며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돌려 신유리에게 말했다. “끝나고 나 좀 데려다주라.”예정대로라면 파티는 늦게 끝나야 헀지만 연우진이 술에 취해 신유리가 먼저 데리고 나왔다.신유리는 연우진이 넘어지지 않게 부축했고 서준혁과 송지음을 지나칠 때 송지음이 서준혁 품에서 둘이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말했다.연우진을 차에 태우고 나서야 신유리는 핸드폰을 룸에 놓고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연우진은 보조석에 앉아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술에 취해도 여전히 젠틀했다. “난 여기서 쉬면 되니까 가서 핸드폰 가져와.”신유리가 룸에 도착했을 때 아까보다 더 시끄러웠다.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사람이 있었고 불빛이 어두워 누구도 신유리가 다시 들어온 걸 알지 못했다. 신유리는 약간의 야맹증이 있어 천천히 아까 자리로 가고 있는데 우서진의 말소리가 들렸다. “아까
Read more
PREV
123456
...
3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