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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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신유리는 그 소리를 듣고, 사진을 봤다.사진 속의 남녀는 온천호텔 앞에 서 있었다. 서준혁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서 찍혀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사진 속의 두 사람의 달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재밌는 가십거리에 양예슬의 눈빛이 반짝거릴 때, 신유리가 얘기했다. ”그날 내가 넘어질 뻔했는데, 서대표가 날 잡아준 거예요.”그 사진은 양예슬뿐만 아니라, 회사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봐 버렸다. 송지음의 얼굴은 그날 하루 종일 하얗게 질렸고, 서준혁은 오히려 별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 사진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시선을 돌렸다. 그의 이런 반응을 본 송지음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은 놓인 듯했다. 오후가 되었을 때, 재무팀의 사람들이 신유리를 찾아와서 그녀에게 급여명세서에 서명을 하라고 했다. 신유리는 이전에 오원빈의 협조요청을 누락했고, 화인그룹의 사규에 따라 3개월의 급여를 감봉해야 했다. 신유리의 월급은 이미 적지는 않았기에, 3개월치의 월급의 액수를 보고만 해도 입이 떡 벌어졌다. 양예슬은 무의식중에 그것을 보고는 혀를 차며 말했다. “유리 언니, 언니가 이번에 감봉된 금액은 우리 고향에서는 집 한 채의 계약금으로도 충분해요.”신유리는 그 숫자를 보면서 양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입을 오므리며, 서명을 하는 것을 질질 끌었다. 그렇게 재무팀 직원이 재촉하고서야 그녀는 서명을 했다. 양예슬은 이 일의 앞뒤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신유리를 대신해서 불평을 했다. “영수증이 분실된 것은 한 사람만 탓할 수 없는데, 무슨 근거로 유리 언니한테 다 뒤집어씌우는 거야, 진짜 불공평해요.” 신유리는 아무 말을 안 하고 있을 때 마침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보고 일어나더니 “전화 좀 받고 올게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계단을 오를 때 송지음은 그녀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것을 보고선 물었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그녀는 손에 있는 것을 흔들며 말했다. “서대표한테 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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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송지음은 살면서 처음으로 이런 파티에 참석했기 때문에 파티 매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신유리는 이러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왜 서준혁이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덤덤히 말했다. "내가 안 가는 게 맞을 것 같아."서준혁은 그녀를 쳐다보며 차갑고 텅빈 눈빛으로 말했다. "네가 가르쳐 봐."누구를 가르치는 일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신유리는 입을 오므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전에 서준혁이 신유리에게 송지음을 가르치라고 한 결과로 신유리는 대표 비서실로 전근되었다. 거절하고 싶었지만, 신유리가 말도 꺼내기도 전에 서준혁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업무에 해당하니까, 수당을 더 줄 거야."서준혁은 무심히 말했고, 옆에서 듣고 있던 우서진은 휘파람을 불렀다. 재밌다는 듯이 놀렸다. "우리 준혁이가 선심쓰네?"그 말을 마치고 우서진은 신유리를 향해 말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기회가 뚝 떨어지는데, 신유리 어서 붙잡으러 가지 않고 뭐 해?”이게 기회인지 위기인지 애매했다. 신유리의 시선은 밖으로 향했다. 신유리는 어렴풋이 송지음이 긴장한 채로 서있는 모습을 보았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가 웨이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송지음은 처음으로 서가네 연회에 참석하는 거였다. 많은 예절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손님들도 모르는 분들이었다. 그저 하정숙의 뒤에 서서 꼭두각시 마냥 웃고 있었다. 하정숙은 송지음이 연회에서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 송지음은 내심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고, 굳은 모습으로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송지음은 서준혁은 다가올 때, 눈이 동그래지고선, 무의식적으로 서준혁에게 가서 숨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움직이기도 전에, 서준혁의 뒤에 있는 신유리를 보게 되었고, 송지음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빠, 유리 언니는 손님이잖아. 왜 언니를 불렀어?" 송지음은 작은 소리로 물었다.서준혁은 아무 말이 없었고, 신유리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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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서준혁에게 안 들킬 수가 없었다. 서준혁은 고개를 들어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봤다. 마침 신유리의 얼굴에 취기가 올라온 채 벽에 기대어 그들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혼자서 바라보는 모습이 전보다 몇 배는 더 고독하고 쓸쓸하게 보였다. 서준혁은 어두운 눈동자로 신유리가 힘없이 옆의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들을 지나쳐갈 때, 신유리의 발걸음을 잠시 멈춰 섰고, 서준혁은 그녀의 몸에서 나는 옅은 술 냄새를 맡았다. 신유리는 깊은 잠을 잤다. 그러나 목이 말라 중간에 깼고, 깨고 나서는 잠이 오지 않았다. 마침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신유리는 화면을 확인해 보니, 입금 알람이 하나 떠있었다. 서준혁이 그녀에게 200만 원을 송금한 것을 확인했다. 아마도 그녀의 오늘 밤 수당일 것이다. 송지음이 하정숙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는 소식은 아주 빠르게 회사에 퍼졌다. 회사 내 가십거리의 주제는 또다시 바뀌었다.양예슬은 신유리에게 가서 조용히 사실인지 물어봤고, 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이는 서준혁의 마음이 송지음과 함께하는 것에 굳혀졌다는 것으로 소문에 힘을 보탰다.송지음은 실습생이다. 3개월이 되어서야 실습확인서를 받을 수가 있다. 그녀의 실습확인서는 서준혁이 발급해 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가장 처음 신청한 부서는 비서 부였고, 나중에 다시 옮기는 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신유리를 찾으러 가야 했다. 송지음의 학교는 전남대이다. 꽤나 좋은 학교였기 때문에 실습확인서 요구 조건이 아주 엄격했다. 신유리는 다른 문서와 실습생들의 실습확인서 발급을 처리해야 했다. 그녀는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내일 다시 올래? 오늘 처리해야 할 일들이 아직 남았거든.”송지음은 “네.”라고 대답하고 몸을 돌려 나갔다. 그 뒤 신유리는 바쁘게 맴돌았고, 다시 이 일이 생각에 났을 때는 이미 이튿날이었다. 그러나 송지음도 그녀를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송지음이 다른 사람을 찾아 발급을 받은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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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오원영은 태양사의 늙은 대표이다. 지난번 신유리는 오 대표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사진까지 찍혔었다. 양예슬이 말하길 송지음은 떼를 써서 서준혁과 동행하길 원했지만 서준혁이 반대하였다고 했다. 신유리는 딱딱한 얼굴로 생각했다. 서준혁이 당연히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원영이 어떤 인성을 가졌는지 대부분의 성남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송지음을 생각하는데 당연히도 오원영과 같은 사람과 만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신유리는 동료들의 눈에서 보이는 흥미를 애써 무시하려고 했다. 옆에 있던 핸드폰에 알림이 떴다. 그녀는 눈을 돌려 확인했다. 이연지가 보낸 문자였고, 미미가 수액을 맞고 있는 사진이었다. 신유리는 잠시 침묵한 뒤 메시지에 답하였다. [괜찮아?]보내자마자 빠르게 답이 왔다. 미미의 증상이 갑자기 악화될 것 같고, 이번 달에는 돈이 더 필요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신유리는 말없이 핸드폰을 보면서 서준혁에게서 받은 200만원을 보냈다. 서준혁은 곧장 신유리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따라와”오원영의 느끼한 눈빛을 생각하니, 신유리는 무의식적으로 인상을 쓰게 되었다. 서준혁은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는 가라앉은 어조로 말했다. “가기 싫어?”신유리는 몸을 일으키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야.”도착했을 때, 오원영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신유리는 가방을 들며 서준혁에게 말했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서준혁이 물었다. “긴장했어?”그는 분명히 신유리와 오원영의 사진에 대한 일에 대해 알고 있었다. 신유리는 그를 보며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런 장난 재미없어.”“내가 너랑 장난치고 있는 걸로 보여?” 서준혁의 표정이 덤덤했다. 그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손가락이 길고 이뻤고 피부 또한 투명했다. 그의 오른손 손가락은 왼쪽 손목 위에 아무렇게나 올리고 있었다. 산만하고 나태해보였다.신유리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목소리를 내어 그에게 묻고 싶었지만,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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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연우진은 신유리에게 친구를 소개해 주겠다고 말했고, 정말 몇 명을 소개해 줬다. 처음 이야기를 나눌 때는 모두 괜찮은 듯했지만, 급여에 대한 부분이 언급될 때는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었다. 연우진은 미안해하는 듯했지만 신유리는 정작 아무렇지 않았다. 결국 마음에 드는 일을 찾는 것은 확실히 쉽지 않았다.“유리 언니.” 양예슬이 책상을 두들기며 신유리에게 말했다. “서 대표님 이 회의실 준비 다 되었는지 문의하셨어요." “가도 돼요” 신유리는 회의록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회의 내용은 여기에 기재했어요, 근데 서대표는 아마 지음 씨를 데리고 회의 들어갈 거예요.”양예슬은 다소 놀란 듯이 말했다. “언니는 안 가요?”“나는 일이 좀 있어서요.” 신유리는 가볍게 말했다. 비서실의 업무는 많았고, 그녀는 매일 정신없이 바빴다. 양예슬이 떠난 후 신유리는 2개의 파일을 제출 완료했다. 찻물을 버리고 있을 때, 양예슬이 서둘러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신유리에게 보고한 후 다급히 말했다. “유리 언니 어서 회의실로 가보세요, 회의에 사용하는 파일 한 개가 안 보여서 서대표님이 엄청 화나셨어요.”회의실의 문서는 신유리가 준비한 게 아닌데 양예슬은 그녀를 끌고 갔다.도착했을 때, 회의실은 정말 고요했다. 서준혁의 차가운 표정은 주위의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고객이 아직 도착하진 않았다. 서준혁이 먼저 내려왔고, 파일이 누락된 것을 알아차렸다.신유리는 시간을 봤고, 아직 회의 시작까지 5분이 남은 것을 확인했다.“서 대표님.” 갑자기, 송지음의 콧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품에는 노트가 있었고, 정장을 입고 있는 모습이 이전보다 성숙해 보였다. 신유리는 이번 회의와 상관이 없기 때문에 원래는 돌아갈 참이었지만 송지음이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이번 회의는 유리 언니가 준비한 거라, 유리 언니한테 자료가 있을 거예요."신유리는 발걸음을 멈춰 섰다. 이 회의는 그녀가 대표 비서실에 있을 때에 잡은 것은 맞지만, 그녀가 부서 이동을 하고 나서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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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송지음은 신유리와 기획안을 작성해야 했다. 정말로 옆에서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다.다음날 송지음은 그녀의 물건을 챙기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신유리의 앞에서 얄밉게 유리 언니라고 불렀다.신유리는 바로 송지음에게 임양사업에 대한 자료를 전달하며 말했다. “오전 중에 모든 데이터를 정리 해놔.”이번에는 군말 없이 따랐다. 그녀 스스로도 신유리 말을 들으면 편안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임했다.그녀는 어리고 또 서준혁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임양사업에 대한 자료는 복잡해서 신유리 본인 또한 머리가 아팠다는데, 사무실이 시끄러워 더욱 짜증이 났다.그녀는 곧장 몸을 일으켜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카페테리아에 가서 휴식을 취했다. 카페테리아에 막 도착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또 이연지였다.이연지가 그녀에게 이렇게 빈번하게 연락하는 일은 드물었기에 신유리는 잠깐 망설였지만 전화를 받았다. 이연지는 숨을 헐떡이며 울고 있었고, 신유리는 그녀가 충분히 울 때까지 기다린 후 물었다. “필요한 게 뭐예요? 말해봐요.”신유리는 카페테리아에서 돌아온 후 표정이 더욱 차가워졌다. 이연지는 또다시 그녀에게 200만 원을 보내달라고 얘기했다. 미미의 약 값이 부족해 병원에서 그녀를 내쫓으려 한다고 했다. 신유리는 머리가 아파 관자놀이를 짚었다.“유리 언니 기획안은 언제 다 될 것 같아요?” 공교롭게도 송지음이 다가와 살갑게 물었다.신유리는 마음이 복잡해, 스트레스를 억누르려 노력했지만 말이 좋게 나가지는 못했다.”지음 씨 혼자 해.”송지음은 입을 삐죽 내민 채 돌아갔다. 점심시간, 신유리를 제외하고 모든 사무실 직원들에게 밀크티를 쐈다. “유리 언니, 제가 기억하기론 언니가 밀크티를 안 좋아했던 것 같아서 언니 거는 안샀어요. 괜찮죠?”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순직한 척 말했다.  신유리는 기획안 자료를 보면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관자놀이는 터질듯이 아팠고, 송지음을 대응할 에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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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신유리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고서야 정신이 돌아왔다.화면을 보니 하정숙에게서 온 전화였고 신유리는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하정숙이 직접적으로 그녀에게 연락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전화받는 것을 망설이다 결국 받았고, 하정숙의 명령하는 듯한 어투가 전해졌다. “시내에 있는 병원 쪽으로 오고, 오는 길에 비타민 좀 사 와”신유리는 도착하고 나서야 연우진의 어머니인 안부인이 팔을 다치셨고, 병원에 입원해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걸 알았다.하정숙은 그녀를 보자마자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물건은 내려놓고, 너는 가도 돼.”그녀의 말투는 좋지 않았고, 신유리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정숙은 서준혁의 어머니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함부로 말을 걸지 못했다.“고생하셨어요.” 오히려 침대에 누워계신 연우진의 어머니가 따뜻하고 매너 있게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신유리는 고개를 흔들었고, 하정숙의 독촉으로 병실을 떠났다.병실을 나서자마자, 급히 오고 있던 연우진과 부딪쳤다.연우진은 여기서 신유리와 마주칠 것을 예상치 못한 듯했고,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 “괜찮아?”“괜찮아.”신유리는 연우진의 길을 막고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옆으로 살짝 비켜주어, 연우진은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안 부인의 병실은 1인실이다. 방을 들어가면 문 바로 뒤쪽에 파티션이 있었고, 신유리는 아직 병실에서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그녀는 하정숙이 날카로운 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유리 불러. 어차피 쟤 할 일도 없어. “신유리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하정숙이 그녀를 불렀을 때, 그녀는 아직 마무리 못한 일들이 있었고, 돌아가서 또 야근을 해야 했다. “유리가요?” 연우진은 하정숙이 하는 말을 듣고선 신유리를 옹호하는 말을 몇 마디 한 후, 들어가서 안부인을 간병하러 갔다.그는 원래 신유리에게 저녁을 사주려고 했지만, 신유리는 회사로 가야 했기에 거절했다.회사에 도착하니 이미 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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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신유리도 자신의 불리한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마지못해 타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해.”연우진은 신유리를 여유 있게  들썩 들어안았다. 신유리는 비록 키가 작지 않았지만 수척하다 보니 180센치미터가 넘는 연우진에게 안기니 어쩐지 한없이 가냘파 보였다.연우진에게 안겨진 신유리가 마침 서준혁의 시꺼먼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무언가를  꿔뚫어 볼 것같이 숨김없는 냉기를 띠었다.신유리는 잠깐 놀라고는 속눈썹을 내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준혁 오빠?” 송지음은 서준혁의 소매를 당기며 말했다.  “서진 씨 랑 식사 약속 있잖아?”서준혁은 시선을 돌려 그녀를 쳐다보고는 낮게 응답하고 차 쪽으로 걸어갔다.  송지음은 연우진과 신유리의 방향을 힐끗 살피고는 입꼬리를 실룩하더니 보란 듯이 서준혁의 팔짱까지 끼고는 같이 차로 향했다.  신유리는 연우진을 따라 병원에 갔다. 전에 다쳤던 자리를 또 다쳐서 의사로부터 하이힐 금지령을 받고 말았다.  신유리는 미안함에 미쳤다. “미안해. 저녁 약속까지 했는데.”“다친 데 큰일 아니면 돼.” 연우진은 그녀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신유리는 납작구두로 바꿔 신어 겨우 제 발로 걸을 수 있었다.저녁 약속은 물 건너갔고 연우진은 그녀를 집에 데려다 줄 수밖에 없었다.  신유리가 발을 다쳐서 운전할 수 없으니, 연우진은 마지못해 “내일 내가 데리러 올게.”라고 말했다.  "아냐, 택시 타면 돼.”신유리가 미안해하며 거듭 거절했다.  "여기서 택시 타려면 몇백 미터 걸어가야 해, 정말 괜찮겠어? 내일 아침 데리러 올게.”신유리의 거절은 먹히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 연우진은 과연 제시간에 나타났다.그는 신유리를 회사까지 데려다주고는 말했다.“오후에 데리러 올게.”신유리가 거절하려 할 때 마침 서준혁의 마이바흐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서준혁은 매일 아침 송지음과 함께 출근하였다. 처음에는 시비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다들 익숙해졌다.신유리는 눈을 내려 회사로 돌아섰고 몇 걸음 가지 않아 뒤에서 규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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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신유리는 한참 뒤에야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았다. 그는 쉰 목소리로 "준혁이 너, 지금 일부러 나한테 그런 거지?"라고 물었다. "네가 더 어울렸을 뿐이야, 깊게 생각하지마."서준혁은 손에 들던 물건을 놓고 검은 눈동자로 신유리를 훑어보았다. 그는 눈썹을 피더니 피식 웃으면서 되물었다."왜! 너랑 연우진 연애하는 걸 방해라도 할까 봐? "서준혁을 바라보던 신유리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서준혁만은 자신을 다르게 대할 줄 알았다.알고 보니 다를 게 없었다!신유리는 목이 메더니 침묵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 나 시한으로 갈게."서준혁의 눈에는 풍자와 조소가 더해졌다. 그는 담담한 눈매로 눈길을 신유리의 립스틱을 바른 입술에 두더니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면 돼." 라고 말했다. "서준혁."신유리가 말을 가로챘다. 남자의 차가운 눈매를 바라보며 마음속 한구석은 문뜩 피로감이 생겼다.서준혁의 곁에 있은지 너무 오래되었다. 너무 오래돼서 지겨울 정도였다."계약이 만료되면 재계약 안 할 거야."그녀는 마치 제삼자인 것처럼 자기 말이 들렸다.서준혁은 동공이 흔들리더니 신유리를 바라보던 눈을 가늘게 뜨면서 안색은 철저히 어두워졌다."조건을 달아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 "어떻게 하면 이런 결론을 지은 것인지 신유리는 갈피를 못 잡았다. 이 남자가 원하던 결과 아니었던가?그녀는 눈을 내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갑고 무거운 서준혁의 목소리가 무서웠다."그래, 너 후회만 안 한다면!"신유리가 시한 지사로 파견된다는 소문이 신속하게 퍼졌다.사무실 내 사람들의 신유리를 바라보는 눈빛이 묘해졌다. 그나마 양예슬이 그녀에게 다가가 몇 마디 말을 걸었다."유리 언니, 서 대표가 언니를 보냈다고 하는데 거기에 얼마 동안 있을 거예요? ""모르죠."신유리는 솔직하게 말했다. 다만 이직 준비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그녀는 오후에 물건을 잘 정리해 놓고 퇴근하자마자 요양원으로 달려갔다.시한 지사로 가게 되면 언제 올지 모르니까 외할아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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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신유리는 내색 하지 않고 송지음의 말을 무시한 채 서준혁을 올려보았다.“언제 떠나?” 송지음은 단순히 여행으로 서준혁의 꼬리를 따라왔다. 업무상 서준혁은 그녀와 관계가 없는지라 업무 이외의 시간에는 기꺼이 그녀와 동반했다.  서준혁은 그녀에게 온갖 편애를 보였고 기꺼이 시간을 내어 동반하였다.신유리는 한낱 부하로서 뭐라 할 자격이 없어 자신의 본업에만 충실했다.  송지음은 관광지에 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자 서준혁은 응했고 신유리는 눈치 있게 차를 가지러 갔다.  차에 오르자마자 송지음은 서준혁의 품에 안겨 애틋한 목소리로 오전 외출할 때 자기를 데려가지 않았다고 원망했다. 서준혁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오랜만에 휴가니까, 푹 더 자.”말투는 부드럽지 않지만, 다정다감이 몰려왔다.  신유리는 운전에 집중했다.하지만 차 안에는 칸막이가 없어 송지음의 애교를 막을 수가 없었다.식사 장소에 도착했을 때, 관광지라서 주차장은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송지음은 늦게 가면 자리가 없을까 봐 서준혁을 끌고 먼저 자리를 떴다.가면서 신유리에게 말했다.“유리 언니,  준혁 오빠랑 먼저 가서 자리를 잡을 테니, 차를 세우고 우리랑 만나요.”신유리는 그렇게 눈치가 없지 않았다.차를 세워놓고 그들을 찾아가지 않고, 혼자 밖에서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다 먹어도 송지음과 서준혁으로부터 연락이 없자 신유리는 할 일이 없어 잠시 휴대전화를 만졌다.  업무용 카톡 아이디가 아직 바뀌지 않아 모멘트를 클릭했더니, 마침 송지음의 메인 포토가 눈에 들어왔다.그녀와 서준혁의 점심 식사 사진이겟지.신유리는 식탁이  2인 위치였고 메뉴도 2인분이란걸 알아챘다.전혀 그녀를 무시한 채. 신유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캐톡을 끄고 막 나가서 구경하려고 할 때, 전화가 걸려 왔다.서준혁이 그녀더러 그들을 데리러 오라는 것이었다.  그가 보낸 위치는 상가 거리였는데 갔더니 송지음이 한창 쇼핑 중이었다. 옥선가게에 송지음이 작은 펜던트를 골라잡았다.가격이 다섯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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