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의 모든 챕터: 챕터 991 - 챕터 1000
1160 챕터
제991화 대학 진학
여시화의 일을 처리한 후에 성연은 북성남고의 교장실로 교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교장에게 당분간 학교에 나오지 않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성연의 말을 다 들은 후에 교장도 동의했다.“송성연 학생, 학교는 네 의견을 존중하겠다.”지금 성연이 학교에 나오든 나오지 않든 잠깐 지나가는 과정일 뿐.어차피 송성연은 시험을 칠 필요도 없이 바로 대학 입학 자격을 얻었으니 말이다. 학교에 나온다 해도 그저 시간만 때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그리고 이번 사태로 인해 학교 분위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일은 잘 수습되었지만, 성연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는 기사에서 말한 것처럼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교장 스스로 생각해 봐도 송성연은 지금 집에서 잠시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그러나 자퇴의 또 다른 형태로 학교에서 강제휴학을 권한다고 생각할까 싶어 송성연에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던 차였다.교장의 동의에 만족한 성연이 교장에게 다른 소식 하나도 알려 주었다.“교장 선생님, 두 달 후에 저는 대학에 들어갈 거예요. 학교 쪽 수속 절차 중에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저에게 알려 주세요.”“그렇군 그래, 잘 됐다.”교장은 연신 잘 됐다고 말하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사실 강무진 대표의 약혼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송성연은 너무 눈에 띄는 존재였다. 많은 언론기자들이 매일같이 학교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것도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다.학생들의 등하교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이런 언론인들은 수시로 자신의 펜대를 총 대신 사용하니 함부로 쫓아낼 수도 없었다.그저 저들이 마구잡이로 기사를 내보내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일만 더 커질 뿐이다.그래서 송성연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게 좋다.송성연이 학교에 없으면 저 사람들도 서서히 발길을 끊을 것이다.강씨 집안에 대한 뜬 구름 잡는 식의 근거 없는 소문들이 밖에서 들려왔다.강무진의 약혼녀라는 신분 상 송성연이 강씨 집안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다.강씨 집안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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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유언비어
이제 학교에 나가지 않게 된 성연은 하루 종일 엠파이어 하우스에서 뒹굴며 지냈다.책도 읽고 화초도 돌보는 시간들이 아주 여유롭고 기꺼웠다.이렇게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 없는 생활을 한 지도 너무 오래 된 성연이다.하루 종일 아무 근심걱정이 없었다. 또 누군가 방해할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무진의 회사 상황에 대해서는 수시로 수하들에게서 보고를 받았다.집에 있는 동안에도 밖에서 돌아가는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성연이 학교를 나가자 학생들도 알아서 입을 다물었다.결국 학생으로서 가장 중요한 책무는 학업이 아니겠는가.지금 한창 학업에 매진해야 하는 학생들이니, 그런 유언비어들은 금세 사라질 것이다.송성연은 딱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본인이 원하던 결과였으니까.하지만 매일 주연정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교가 재미없다고, 성연이 있을 때처럼 재미있지가 않다고 하소연했다.매일 전화로 성연에게 이런 저런 일들을 토로했다.성연 역시 주연정과 떨어진 게 몹시 안타까웠다. 주연정처럼 의리 있고 뜻이 맞는 친구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그래도 매일 이렇게 전화로 수다를 떨거나 그러다 또 가끔은 영상 통화를 하기도 하면서 두 사람은 꽤 즐거운 시간을 공유했다.성연은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다고 느껴졌다.성연의 학교 쪽은 별일 없었지만, 무진의 회사 사정은 썩 좋지 못했다.성연은 수하에게서 전화로 보고를 받았다. “WS그룹 주주들이 강일헌의 선동 하에 고의로 시끄럽게 굴고 있습니다. 또 그룹 내 다수의 임원들을 끌어들여 부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해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룹 실적을 하락시키고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강일헌은 뒤에서 이렇게 주주들과 임원들을 움직여 무진을 강제 퇴출시킬 작정이었다.실적 하락은 경영자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만약 이런 상황이 장기화 된다면 결국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를 바꾸어야 할 터.그때 강일헌은 본인 아니면 아버지 강명재를 추천할 생각이다.그러면 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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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서프라이즈
저녁에 무진이 전화를 걸어왔다. “성연아, 우리 오늘 밖에서 저녁 먹을까?”일이 바빠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다 보니 혼자 집에 있는 성연이 갑갑해할까 무진은 걱정이 되었다.그래서 가끔이지만 외식이라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무진.그리고 성연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무진의 제안에 성연이 대답했다.“네, 알았어요. 이따가 무진 씨를 위한 서프라이즈가 있어요. 기대해도 좋아요.”무진이 웃으며 물었다.“무슨 서프라이즈?”무진에게야 매일 성연의 음성을 듣고 또 성연의 입에서 나오는 말 모두가 좋은 소식들이다.성연은 매번 생각지 못한 서프라이즈를 선물한다. 무진은 그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이따가 알게 될 거예요. 식사하면서 알려 줄게요.” 무진의 말에 성연은 속으로 생각했다.‘지금 내 입으로 말하면 그게 무슨 서프라이즈야?’“알았어.” 성연이 지금 자신에게 알려 주고 싶어하지 않으니 무진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무진은 식사할 곳을 먼저 예약한 후에 그 위치를 보냈다. 그리고 시간 여유가 얼마 없으니 성연에게 서둘러 준비하게 했다. 알았다고 대답한 후에 전화를 끊은 성연은 실력이 뛰어난 또 다른 수하에게 연락했다. ‘전갈’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현태.성연과 서한기, 곽연철 등과도 관계가 매우 좋다.다만 장기간 해외 임무를 수행 중이라 성연도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하지만 외국에서도 일을 처리하는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성연이 김현태에게 전화를 건 후에 물었다.“유럽에 가서 적당한 회사를 하나 찾아서 대량의 자금을 투입해. 그런 다음 능력 있는 사장 하나 만들어서 국내로 보내. 그리고 WS그룹 강무진 대표와 합작 사업을 추진하게 해.”성연의 지시에 김현태가 즉시 대답했다.그들 아수라문에서 뛰어난 인재야 말로 부족함이 없었다.사장을 세우는 것은 아주 가벼운 일에 속한다.김현태는 성연이 지시한 일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자신의 보스 성연이 지시하는 일은 그게 무엇이든 합당하기 때문이다.김현태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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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유럽의 업체 대표
맛있는 음식으로 포만감을 느낄 즈음 종업원이 테이블 옆에 다가와 예쁜 디저트들을 세팅했다.성연의 마음에 무척 흡족한 만찬이었다. 서두름 없이 한 입 한 입 디저트를 맛보며 한껏 여유로운 모습이다.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무진은 성연이 직접 만든 것들만 한 두 입 먹을 뿐이다.집 밖의 식사 자리에 나오는 디저트는 먹지 않는다.무진이 차로 입가심을 하며 물었다.“아까 말한 서프라이즈는 뭔데?”성연이 문득 생각난 척하며 호들갑을 떨었다.“아이고, 무진 씨가 말하지 않았으면 하마터면 까먹을 뻔했네요.”“빨리 말해 봐.” 무진이 속으로 은근히 기대하며 성연을 재촉했다.성연이 말한 서프라이즈가 뭔지 궁금증이 가득 담긴 음성으로.성연은 뜸 들이지 않고 곧장 말했다.“집에서 심심함을 달래려고 무진 씨 회사 제품들 정보를 SNS상에 공유했거던요. 그런데 유럽의 한 업체 대표가 보고 관심을 많이 보였어요. 그래서 곧 여기로 와서 WS그룹과 계약하고 싶대요.”“우리 회사 제품 정보?” 무진의 눈에 의아함이 떠올랐다.성연이 이런 생각을 할 줄이여,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네, 좋은 제품들이 있다 싶어서 공유했어요. 집에서 달리 할 일도 없어서 무진 씨를 도와줄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올렸는데, 이렇게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가볍게 어깨를 들어올려 보인 성연은 믿기지 않는다는 어투로 말했다.이 일에 대해 자신도 매우 놀랐다는 듯이.의아한 마음이 사그라진 후 무진은 바로 기쁨을 느꼈다.어쨌든 성연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 행동한 게 분명했다.회사 내 자신의 입지가 공고해지기를 바래서.최근 회사에 약간의 삐걱거림은 있었지만 자신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정도였다.하지만 이때 유럽의 업체와 합작을 한다면 회사의 늙은이들이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그 늙은이들이 가장 중시하는 게 바로 자신들의 이익이다.무진이 대답했다.“네가 소개한 고객이니 절대 소홀함 없이 접대하도록 할게. 내일 시간이 있으면 직접 공항에 나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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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결혼을 채근하다
마침 출근하지 않고 있던 할머니 안금여가 성연이 요즘 집에서 한가하게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엠파이어 하우스로 성연을 찾아왔다.학교에서 발생했던 일을 안금여가 알게 되었지만, 성연의 표정이 밝은 것을 보고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구나 싶어 안심했다.안금여는 고택의 주방장이 새로 개발 제작한 케익을 성연에게 갖다 주었다.산뜻한 맛의 케익은 느끼함이 없는 단맛으로 성연의 입맛에 잘 맞았다.그래서 안금여가 특별히 가지고 온 것이다.할머니가 오신다는 기별에 성연은 현관문 앞에서 기다렸다.대문을 지나 현관 앞에 세운 차에서 안금여가 내렸다. 팔에 찬합을 들고 있는 안금여를 보며 성연이 말했다.“할머니, 그냥 오시지 뭘 또 이렇게 가져오세요?”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야. 틀림없이 네가 좋아하지 싶어 가져왔다.”성연이 안금여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할머니가 가져오셨는데, 좋아할 게 당연하죠.”안금여가 성연의 코끝을 콕 찍으며 말했다.“네가 좋아하면 됐어. 네가 안 좋아할까 걱정했다.”집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소파에 앉자 집사가 바로 차를 준비해 왔다.안금여가 가볍게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그러자 은은한 차향이 금세 입 안에 퍼졌다.안금여가 성연에게 말했다.“성연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은 들었다. 기왕에 네가 우리 강씨 집안의 손자며느리라는 사실이 밖에 알려졌으니, 이 참에 너와 무진의 결혼식을 앞당기자. 너도 이 할머니의 건강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 건 잘 알고 있지 않니? 내 건강이 받쳐줄 때 너와 무진의 아이를 보고 싶구나. 하루라도 빨리 증손주를 볼 수 있도록 너희 둘이 힘을 내 다오.”처음 성연이 무진에게 시집왔을 때, 안금여는 성연의 결정을 존중하고 어떤 선택도 강요하지 않겠다고 했었다.그러나 지금 날이 갈수록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보니, 안금여의 마음이 조급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서로에 대한 두 사람의 감정이 깊은 것을 확인한 안금여는 두 손 놓고만 있을 수 없어 증손주를 재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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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옛 정혼녀
안금여의 뒤를 이어 강운경이 도착했다.안금여가 화원에 꽃을 보러 간 틈을 타 강운경이 성연을 구석진 곳으로 이끌었다.강운경의 동작에 이상한 기분을 느낀 성연이 의아한 음성으로 물었다.“고모님?”강운경이 고개를 돌리며 주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에 말했다.“이번에 너희 학교에서 있었던 소문이 꽤나 멀리까지 났어. 나중에 수습을 하긴 했다만은 그래도 문제가 좀 생겼어.”성연이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러세요?”잠시 생각을 가다음은 강운경이 성연에게 말했다.“지금 급히 귀국하려는 여자가 하나 있는데, 이 여자, 너 조심해야 해.”‘여자?’강운경의 입에서 처음으로 내게 어떤 사람을 주의하라는 말이 나왔다.강운경의 말을 들으니, 간단한 인물이 아닌 여자 같았다.그러나 강씨 집안에 와서 알게 되는 사람이 잘못할 리가 있을까?그런데 고모 강운경은 왜 굳이 자신에게 주의하라고 하는 거지?성연은 다소 이해할 수가 없는 성연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누군데요?”강운경이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했다.강운경이 자신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다니, 성연은 어딘가 말이 안되는 느낌이었다.강운경이 깊숙한 눈빛으로 말했다.“우리 아버지, 즉 무진이 할아버지가 예전에 무진이 혼사를 약속하셨는데, 이후에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파혼이 되었어. 하지만 정혼했던 그 여자애는 계속 무진을 좋아해왔어. 그런데 이번에 네가 무진과 약혼했다는 소문을 듣고 돌아온다는 거야. 이름이 방미정인데 방씨 집안 고명딸이야. 어릴 때부터 워낙 귀하게 자라 좀 제멋대인데다 뒤를 생각 안 해. 성연아, 너 진짜 조심해야 한다.”현재 성연과 무진의 관계는 아주 탄탄하다.강운경 자신도 성연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당연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방해하는 건 원하지 않았다.그리고 박미정에게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았다.성숙하지도 진중하지도 못한 그 애는 성연의 반만큼도 안된다는 생각이다.만약 무진이 방미정과 결혼한다면 기껏해야 집안에 약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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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파혼
성연은 나중에 방미정에 관한 몇 가지 문제를 무진에게 물었다.무진은 사실대로 성연에게 대답했다. 당시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강씨 집안이 커지면서 방씨 집안이 해외로 옮겨갔고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혼약이 파기되었다.앞으로 서로를 마음에 둔 두 사람이 과거의 지나간 혼약에 매이지 않기를 바랬다.무진은 방미정에 대해 어렸을 때 같이 놀던 친구라는 기억만 남아 있었다.정혼에 관해서는 자세한 사정을 몰랐었다가 후에 할아버지가 말씀해 주셨다. 무진도 달리 의견을 말하지 않았었다.당시 여자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무진은 누구든 괜찮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나중에 이렇게 성연을 만나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혼약이 깨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무진은 속으로 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그렇지 않았다면 앞으로 귀찮은 일이 생겼을 것이다.성연은 당연히 무진을 믿었고 방미정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방미정은 귀국하는 날 무진에게 전화해서 식사 약속을 했다.어찌 되었든 서로 친분이 있는 두 사람이다. 과거 서로의 할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는 집안끼리 사이가 좋았다.이번 한 번만큼은 무진이 나가 만나야 했다.하지만 무진은 혼자 나가지 않고 성연을 데리고 함께 약속 장소로 나갔다.약속한 식당에 도착했다.방미정은 의자에 앉아서 사람을 재는 시선으로 성연을 위에서 아래로 쭉 훑었다.무난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성연은 꽤 괜찮은 마스크였지만, 방미정이 보기엔 그저 젖비린내 나는 어린 계집애에 불과했다.턱을 들어 올린 방미정의 눈에 경멸의 빛이 담겼다.성연은 방미정의 눈빛을 보고서도 못 본 체하며 무진을 따라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성연과 무진 두 사람이 서로 손깍지를 끼는 장면을 본 방미정은 이를 악물었다. 얼굴에 억지로 짓고 있는 미소가 하마터면 무너질 뻔했다.“무진 씨, 몇 년 만에 만나는구나.” 무진을 향한 방미정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애정이 가득 실려 있었다.무진을 향한 그녀의 시선은 마치 무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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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입맛
바늘 끝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듯한 두 사람을 보며 무진의 눈이 깊어겼다.기왕 온 이상 무진 역시 방미정의 체면을 떨어뜨리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말했다.“일단 주문부터 먼저 하지. 아까부터 종업원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어.”말하면서 무진이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그래요. 일단 주문부터 하죠.” 방미정은 체면을 세워주는 줄 생각하고 메뉴판을 받기 위해 손을 뻗었다.물론 습관적이었다.평상시엔 누구나 다 자기중심적이다.그런데 무진은 메뉴판을 바로 옆에 있던 성연에게 건넸다.방미정의 손이 허공 가운데 멈추었다. 하지만 무진이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무엇보다 연적 앞이 아닌가. 방미정은 더 이상 체면을 잃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손을 거두는 척하며 귀 뒤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 후 아무 일도 없었던 양 굴었다.예전에 자신과 강무진이 함께 했던 날들이 무척 그리웠다. 그땐 뭐든지 다 자신에게 양보하던 강무진이었다.늘 자신이 중심이었다.그러나 지금은 모든 게 완전히 변했다. 지금 강무진이 진지하게 대하는 상대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원래 강무진의 모든 관심과 배려는 자신의 것이었다.그런데 갑자기 튀어나온 송성연이 모든 걸 깨뜨려버렸다.성연을 바라보는 방미정의 눈이 증오심으로 일렁였다.성연은 그런 방미정의 눈빛을 못 본 척 넘겼다.손가락으로 메뉴판의 요리 몇 개를 가리키며 무진이 물었다.“이 식당은 이 요리들은 제일 괜찮아. 마침 네 입맛에도 맞을 것 같은데, 한번 먹어 볼래?”예전에 이 식당에 왔을 때에 다음에 성연을 데리고 올 생각에 미리 공부를 좀 했었다.성연은 무진이 수시로 자신의 감정을 배려하고 있음을 느꼈다. 특히 방미정 앞에서.성연은 지금까지 방미정을 라이벌로 의식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무진이 얼마나 성연을 사랑하고 있는지 성연을 느낄 수 있었다.무진이 가리킨 메뉴를 보던 성연은 확실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임을 알았다.성연은 좀 매운 맛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예전의 무진은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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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대담하고 직설적이다
방미정은 옆에서 닭살이 오름을 느꼈다.꽉 주먹을 쥔 손바닥에 손톱이 박힐 것 같았다.‘송성연,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물건이야? 강무진은 오로지 내 것이라고.’‘나 한 사람 차지란 말이야.’성연이 다 고른 후에야 무진이 마침내 메뉴파늘 방미정 쪽으로 건넸다.그리고 물었다. “더 주문할 거 있어?”방미정은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요염한 눈빛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 씨가 결정해.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내 입맛은 변하지 않았어. 무진 씨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있지?”방미정의 저 말은 무척 대담하면서도 직설적이다.무진에 대한 고백을 자신의 권리처럼 선포했다.그러나 강무진에게 약혼녀가 있는 상황에서 방미정은 여전하게 굴었다.설령 방씨 가문의 위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성연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아무리 돈이 많으면 뭐 하나? 성품이 영 별로야.’성연은 방미정이라는 사람이 너무 도도하게 여겨졌다. 세상 사람 모두에게 자신이 강무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해 한스러운 듯했다.게다가 이처럼 안하무인이라니 정말 얄밉기 짝이 없다.물 한 모금 마신 후 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미정이 무진 앞에서 아무리 수작을 부려도 무진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성연은 이 점을 똑똑히 알고 있는 까닭에 마치 웃긴 얘기로 치부했다.자신이 신경을 썼다면, 방미정이 저처럼 제마음대로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무진이 끝까지 메뉴판을 방미정에 건네며 말했다.“지금 여기서 주문한 것은 모두 성연이 좋아하는 것들이야. 네 입맛은 이미 다 잊었어. 못 먹는 게 있으면 따로 주문해도 돼.”무진의 말은 완전히 방미정의 자존심을 때렸다.방미정과의 모든 관계를 간접적으로 거절한 셈이다.강무진은 어쨌든 자신과 방미정의 일은 이미 과거형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무진은 방미정에게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귀찮은 일이 벌어지는 걸 피하기 위해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 게 좋다.방미정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강무진이 자신의 입장은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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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입 아프게 말할 필요가 뭐 있어
식사를 하던 중에 무진이 화장실을 갔다.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성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귓가에 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금방 돌아올 거야.”성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무진이 자신과 방미정과 단둘이 있으며 긴장할까 봐 걱정하는 말이라는 걸 알았다.성연은 방미정의 체면을 세워줄 거였다. 방미정이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 한 두 사람 사이엔 별일 없을 것이다.무진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 방미정이 오만한 눈빛으로 성연을 훑어보았다.“송성연 씨, 당신은 자신이 어떤 지도 생각지 않아요? 무진 씨에게 어울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젖 비린내 나는 계집애가 학교도 제대로 안 다니면서 고작 배운 게 다른 사람의 남자를 가로채기나 하는 거니? 너 무진 씨와 같이 있으면 앞으로 아무 걱정 없이 살 거라고 생각해? 사실대로 말해봐, 너 돈 때문에 무진 씨 옆에 있는 거 아냐?”“그래.” 성연은 더 이상 말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인정해 버렸다.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말해봐도 소용이 없었다.게다가, 자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해도 방미정은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굳이 입 아프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성연이 단번에 그렇다고 할 줄은 몰랐던 방미정은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대충 넘겨버리는 성연의 태도에 방미정은 오히려 자신이 만만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다.무진의 마음을 꽉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겠는가?방미정은 가볍게 웃으며 계속 말했다.“너랑 무진 씨는 지금 겨우 약혼했을 뿐이야.”약혼과 약속은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더군다나 송성연은 무엇하나 자신보다 못하다. 자신과 비교할 만한 게 뭐 하나 있단 말인가?결국 마지막에 가면 누가 그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인지 무진이 알게 될 거라고 믿었다.‘지금은 송성연에 대해 잠시 신선한 감정에 느끼고 즐기는 것에 불과해.’송성연이 정말이지 자신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하지만 괜찮아. 무진 씨의 마지막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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