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시집간 내 남편이 재벌이라니?의 모든 챕터: 챕터 1041 - 챕터 1050
1056 챕터
제1041화
다음 날 아침, 우미자는 역시나 딸을 데리고 ‘어딘가 몸이 안 좋은 사람'처럼 꾸며내 찾아왔다. 그리고 그에게 생리가 불규칙하다는 이유를 댔다.우미자는 최군형에게 딸의 증상을 알리며 이 기회에 두 사람의 거리를 좁힐 생각이었다. 게다가 몸 상태를 살피려면 반드시 맥을 짚어야 하지 않겠는가?신체 접촉만 있다면 그다음 과정은 알아서 이루어질 것이다.우미자는 자신이 흘러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딸도 사심 가득한 눈길로 최군형을 보았다. 웃음을 짓자 그녀의 얼굴에 가득한 주근깨들이 한곳에 모였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테이블 위에 올리면서 손목에 있는 금팔찌를 자랑하기라도 하듯 슬쩍 흔들었다.최군형은 어색함을 웃는 얼굴로 가려버렸다.그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눈만 돌려 옆에 있던 강소아를 힐끗 보았다.잔뜩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을 보니 이상하게도 귀엽게 느껴졌다.특히 삐죽 튀어나온 입술은 윤기 도는 체리 같았고 저도 모르게 먹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는 머릿속에 ‘솜사탕'보다 달콤했던 그녀의 입술을 떠올렸다...우미자가 그에게 딸을 소개하며 맥을 짚어달라고 할 때 강소아는 혼인 관계 증명서를 테이블 위로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놓았다.우미자와 그 딸은 깜짝 놀라 동그래진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강소아는 최군형이 자신의 남편이라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커다랗고 초롱초롱했던 두 눈엔 평소와 같은 다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지금은 위압감만 남아 있었다.우미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내려놓은 혼인 관계 증명서를 보았다.강소아 가족과 오랜 시간 이웃으로 지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강소아는 연약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오늘처럼 ‘무시무시한' 표정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아주머니.”강소아는 웃는 듯 아닌 듯한 얼굴로 말했다.“제가 대신 따님 증상을 봐 드릴까요? 하하, 제가 우리 남편이랑 매일 시간을 함께 보내서 어깨너머로 조금 배운 것이 있거든요. 따님 생리 주기가 불규칙적이라고 하셨죠? 이런 문제는 남자들은 잘 모르니까 제가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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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2화
“어때요?”한참 후 최군형은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졌다.“만병통치약이죠?”강소아는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너무도 민망해 그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강소준이 들어왔다.강소아의 표정이 확 바뀌더니 얼른 최군형을 밀어냈다.“형!”강소준은 감격스러운 눈길로 그를 보았다.“저 형님이 방금 하신 말, 전부 다 들었어요!”최군형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뭘... 뭘 들었는데요”“아주 좋은 약이 있다면서요! 그것도 만병통치약!”최군형은 민망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 침묵했다.“형님이 우리 아빠 허리까지 치료해주셨잖아요. 전 형님의 의술 실력을 믿고 있어요. 분명 그런 약이 존재할 거예요! 그러니까 제 발도 좀 치료해주시면 안 될까요?”“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최군형은 땀이 삐질 났다.“그게...”“형, 저 어제 친구들이랑 농구하다가 발목을 접질렸거든요. 지금도 팅팅 부어있어요. 그 약 좀 저한테 나눠주세요!”최군형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강소아를 힐끗 보았다. 그러나 강소아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강소준은 여전히 그 약이 존재하리라 믿고 있을 때 그들은 어디선가 최군형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강소아는 멈칫하고 최군형을 보았다. 마침 최군형도 그녀를 보고 있어 눈이 마주치게 되었고 두 사람에게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였다.역시나 익숙한 얼굴이 그들의 시야에 나타났다...“아이고, 최군형 씨, 강소아 씨... 두 분 여기 계셨군요!”구봉남은 문틀에 팔을 올렸다. 안색이 조금 창백했을 뿐 아니라 웃는 것마저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었다.최군형은 미간을 찌푸렸다. 반사적으로 강소아를 등 뒤로 숨기며 목소리를 낮게 깔고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신 거죠?”“아아, 걱정하지 마요. 난 뭐 따지러 온 게 아니니까요.”구봉남의 눈빛은 다소 풀려 있었다.이때 그의 비서가 따라 들어오며 공손하게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곤 상황을 설명했다.“저희 대표님께서 최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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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3화
최군형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차갑게 웃었다.“어떤 상황이냐고 물어보셨잖아요? 사실대로 말씀드린 것뿐인데...”“됐어요! 그... 군형 씨, 둘만 잠깐 따로 얘기할 수 있을까요?”최군형은 잠깐 생각하더니 은침을 챙기고 구봉남의 차에 올라탔다. 그는 차 안에서 방금 확인한 사실을 구봉남에게 전달했다.구봉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군형을 찾기 전에 먼저 병원에 갔었다. 그럼에도 그를 찾아온 이유는 그가 소문처럼 대단한지 확인하는 동시에 이 최군형이 그 최군형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그는 남양 의학회의 회장인 윤정재가 외손자를 끔찍이도 아껴 자신의 지위와 의술을 모두 손자에게 전수해 주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눈앞의 이 사람의 윤정재의 외손자가 맞는지 증명하려면 반드시 직접 시험해 봐야 했다.최군형이 그의 병세와 원인에 대해 줄줄 읊을 때 그는 깜짝 놀랐다. 새파랗게 어린 최군형의 진단은 병원 의사와 똑같았다!윤정재의 가르침이 없다면 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겠는가?구봉남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졌다. 눈 속에 의심이 짙게 드리웠다. 그는 시험조로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화 적게 내시고, 몸보신에 신경 쓰시고요. 식사와 수면은 꼭 규칙적으로 해주세요. 큰 문제는 아닙니다. 신장이 허한 건...”최군형은 입술을 씰룩댔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남양 윤제 그룹의 알약이 생각났다.외할아버지는 종종 그 알약을 아버지한테 보내주곤 했었다. 어릴 적의 기억은 별로 없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알약이 오는 주기는 점점 더 짧아졌다. 아빠가 홧김에 약을 던져버리는 주기도 점점 더 짧아졌다. 아빠는 항상 그렇게 소리쳤었다.“내가 이런 걸 필요로 할 것 같아?”그러고는 사람을 시켜 그 물건을 최대한 멀리 버리라고 명령했었다.최군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좋은 물건을 왜 버렸지? 아빠 말고도 그게 필요한 남자는 많을 텐데.예를 들면 눈앞의 이 남자라든지.최군형은 구봉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최군형의 바늘 함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최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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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4화
최군형은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짚어본 뒤 천천히 눈을 감았다.“육소유 컵을 가져온 게 맞아?”“응, 아무도 모르게 가져왔고 조심해서 보관했으니 확실해.”“경섭 아저씨 거랑 같이 보낸 것도 확실하고?”“응! 경섭 아저씨 건 구하기 쉽잖아. 우리 병원에서 검사했으니 조작됐을 리도 없어!”‘검사한 건 우리 사람들이지만 검사지를 가져온 사람은 아닐 수도 있지.’최군형은 잠깐 생각하다 다시 물었다.“입원 병동에서 육소유를 봤다며?”“응! 어라? 육소유가 부르던 사람이 입원 병동에 있는 사람 아니야?”최군성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말했다. 최군형이 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하지만 확실해지기 전까지 함부로 말하진 말자. 돌아오기 전까진 다른 사람들이 키우고 있었으니, 양어머니를 부른 것일 수도 있어.”“형, 형이 너무 신중한 거야! 여기서 어떻게 더 확실하게 해? 이미 확인된 거잖아!”“아빠가 가르쳐주신 건데, 너 벌써 잊은 거야?”“헤헤... 아빠 말은 잘 듣네. 그래서, 신분 속이고 여자랑 연애하는 것도 아빠가 가르쳐주신 거야?”최군성이 짓궂게 웃으며 최군형에게 다가갔다.“너...”“형, 둘이 어디까지 갔어? 뽀뽀만 하고 다른 건 안 했어?”“최군성!”이어 최군성의 방에서 그의 비명이 들려왔다. 고용인들은 모두 밖에서 몰래 웃고 있었다. 주 씨 아줌마도 마음이 아팠다.“큰 도련님은 돌아오실 때마다 자비 없이 작은 도련님을 때리세요...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떡해요!”“걱정 마요. 요즘 둘째 도련님이 육씨 가문 아가씨와 친하게 지내시잖아요. 걱정할 거 없어요!”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최군형이 방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오며 여유롭게 옷을 정리했다.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거두고 정중하게 인사한 뒤 흩어졌다.방 안에는 아직도 최군성의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최군형은 작게 웃고는 부모님의 방으로 향했다.강서연은 통유리 창문 앞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최연준은 그 옆에서 아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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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군성이랑 둘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우리가 모를 줄 알아?”“아빠, 엄마...”“됐어, 빙빙 돌려 말하지 마. 나와 네 아빠도 소유의 신분이 의심스러워. 하지만 경섭 씨와 우정 언니가 기분 나빠할까 봐 말 안 하는 거야.”“엄마, 저와 군성이 모두 제일 큰 문제는 육명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에 군성이가 소유의 컵을 빼돌려서 DNA 검사를 했는데 경섭 아저씨와 일치했어요! 혹시 중간에서 누군가 손을 쓴 게 아닐까요?”“병원에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 모두가 우리한테 충성을 다할 수는 없는 거야. 한두 명 정도 매수할 수도 있지.”강서연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최연준이 미소 지으며 이어 말했다.“중요한 건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거야. 권투에서 페이크 치는 것처럼, 상대에게 혼란을 주다 예상하지 못했을 때 상대방에게 펀치를 날리는 거야.”“네. 알겠어요.”최군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은 그를 절대적으로 믿어주고 지지해 줬으며 그에게 길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이런 가정에서 태어난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행복함이 차올랐다. 그는 저도 모르게 어릴 때처럼 강서연을 꽉 안았다. 원래는 엄마를 안은 뒤 아빠를 안으려 했으나, 그 전에 최연준이 먼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야야야! 다 큰 녀석이... 이게 뭐 하는 거야!”최군형은 웃으며 강서연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아빠는 엄마가 자신의 품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사람이었다. 전에는 그런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강소아를 만난 후로 이해하게 되었다.“그래요, 제가 가도 두 분은 계속 깨 볶고 계셔요. 근데 가기 전에 엄마한테 받을 게 있는데...”최군형이 아이처럼 생글거리며 강서연의 앞에 앉았다.“뭔데?”최군형의 눈길이 강서연의 화장대 위에 놓인 나무상자에 고정돼 있었다. 강서연이 뭔가를 직감하고 물었다.“뭐하고 싶은 거야?”“엄마, 평소에 액세서리는 잘 안 하시죠?”최군형이 아기 여우처럼 웃으며 물었다.“응?”“사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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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아뇨, 괜찮아요.”최군형이 단칼에 거절했다. 아직 강소아에게 자신의 신분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지금 집에 데려올 수는 없었다.하지만 엄마의 말이 그에게는 엄청난 위로가 되었다. 자신을 꼭 육소유와 결혼시키려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최군형이 더듬거리며 설명했다.“때가 되면 데리고 올게요. 좋은 사람이에요. 엄마도 좋아하실 거예요.”“정말?”최연준이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고개를 들이밀고는 최군형을 훑어보며 웃었다. 최군형이 못 말린다는 듯 탄식했다.“아빠...”“아들, 우린 육씨 가문과 통혼하기로 했어. 지금 육소유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지만, 경섭 아저씨와 우정 아줌마는 너희가 잘됐으면 하는 눈치야. 하지만 나와 네 엄마가 먼저 확인할 거야. 그 아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확실히 해야지.”“네.”최군형이 감동적인 눈빛으로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그는 오글거림을 참고 두 사람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제 부모님 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 정말 행복해요.”“됐어!”강서연이 최군형의 등을 팡 치며 말했다. 벌써 케이크 만들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급히 책을 내려놓고 꼭대기 층의 제과점으로 갔다. 최군형이 멀어지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만 자리를 뜨려는데, 최연준이 뭔가를 손에 들고 그를 쿡쿡 찔렀다.“응?”그가 고개를 숙이자 그 나무 상자가 보였다.“아빠, 이건...”“에메랄드 반지만 빼고 다 가져가. 그 반지는 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거라 못 줘. 다른 건 마음껏 가져가서 그 애한테 줘!”“엄마가 알면 어떡해요?”“어떡하긴 뭘 어떡해? 내 용돈이 끊기겠지!”최군형은 멍하니 아빠를 쳐다보며 웃었다. 최상 그룹이 다 그의 손에 있는데, 그가 돈이 부족하겠나? 하지만 최연준은 평생 강서연에게서 용돈을 받아 썼다. 이것 또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최군형은 상자 안에서 금풍옥로 팔찌를 꺼내며 말했다.“아빠, 전 이거면 돼요. 다른 건 다시 가져가요.”“이거로 되겠어? 너무 적은 거 아니야?”“소아는 그렇게 물질적인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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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최군성은 온몸이 뻣뻣해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육소유, 너...”“저, 전 군성 오빠랑 같이 나갈래요.”육소유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최군성이 땀범벅이 돼 물었다.“뭐?”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개를 숙여 육소유의 반짝이는 두 눈을 보자 찌릿하며 마음이 움직였다. 그 눈에는 두려움과 억울함이 가득 들어있었지만, 그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최군형은 입술을 꾹 물고는 몸에 힘을 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 그럼 제가 소유랑 갔다 올게요.”“응, 빨리 가! 천천히 있다 와!”부모들이 모두 어리둥절해 있는데 최군형만 웃으며 말했다.최군성은 최군형을 째려보고는 육소유의 손에 이끌리다시피 해서 문을 나섰다.“어떻게 된 거야? 군형아, 너...”임우정이 어리둥절하게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다가 최군형을 보며 물었다. 강서연이 그녀의 손을 잡고 옅게 웃었다.“우정 언니,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는데 마침 잘됐네. 사실 그때 혼약도 충동적으로 한 거였잖아. 아이들 결혼 문제는 우리가 너무 간섭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언니 생각은 어때?”임우정이 멍해지더니 고개를 돌려 육경섭을 쳐다보았다. 최군형은 듬직하고 영리한 데다가 능력도 있어서 둘도 없는 사위 후보였다.하지만 어떻게 찾아온 딸인데, 고작 이런 일 때문에 딸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육경섭은 젊을 때처럼 호탕하게 웃고는 손을 아내의 어깨에 올리며 말했다.“맞아, 소유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라고 해! 어차피 다 최 씨잖아!”임우정이 웃으며 그를 툭 쳤다.강서연과 최연준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하려다 말았다. 그 자리에 육명진도 있었기에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됐다.그들 몇 사람은 거실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서연은 은근슬쩍 임우정에게 딸과 사이가 어떠냐고 물었다.임우정이 씁쓸하게 웃고는 작게 말했다.“뭐랄까... 낯설어.”“어떻게 그래?”강서연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임우정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20년이 지났어. 20년 동안 내 딸을 못 챙겨줬다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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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8화
강서연은 작게 몇 마디 위로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육명진의 굳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강서연은 테이블 밑으로 최연준을 툭 차고는 그에게 눈치를 주었다.최연준도 육명진의 표정을 보아냈다. 그들 부부는 마주 보고 작게 웃었다. 어찌 된 일인지 알 것만 같았다.육소유가 진짜이든 가짜이든 간에 육명진은 꼭 이 일과 관련이 있을 것이었다.*육씨 가문을 나간 뒤, 육연우는 경호원을 따돌리고는 최군성을 이끌고 해변으로 달려갔다. 최군성은 그녀같이 창백하고 연약한 몸에서 이렇게 큰 힘이 나올 줄 상상도 못 했다.둘은 해변에 도착했다. 체력 좋은 최군성도 지친 것 같았다. 하지만 육연우는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공허한 두 눈으로 안개가 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술을 꾹 깨문 그녀의 몸이 옅게 떨렸다.최군형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다.“소, 소유야, 괜찮은 거지?”육연우는 ‘소유’라는 이름을 듣자 본능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고 모래사장에 주저앉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최군성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가느다랗게 말했다.“군성 오빠...”“소유야, 무슨 일 있어? 나한테 말해봐, 내가 도와줄게!”육연우는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최군형과 최군성은 모두 머리가 비상했다. 그녀 혼자서 두 사람을 속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그들에게 들키기보다는 스스로 자백하는 게 나았다.그래서 최군성이 그녀의 컵을 가져갈 때도 못 본 척한 거였다. 그 DNA 검사지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줄 알았는데, 육명진이 자신의 표본과 육경섭의 표본을 바꿔치기할 줄은 몰랐다.그들은 혈연관계가 있었기에 DNA 검사지는 또다시 아무런 쓸모가 없어졌다.육연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심호흡하며 이 모든 게 곧 끝날 것이라도 되뇌였다. 최군성을 끌고 나온 것도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였다.“군성 오빠, 사실 나...”최군성이 그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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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9화
최군형은 집에 며칠 있나 싶더니 급히 강주로 돌아갔다. 돌아가자마자 그는 보물을 바치는 것처럼 그 팔찌를 강소아에게 전해주었다.“이건 뭐예요?”강소아가 놀라운 목소리로 물었다.최군형은 가기 전 장난치는 듯한 어투로 오성에서 선물을 사 오겠다고 했다. 설사 그게 열쇠고리 하나일지라도 사 왔다는 것 자체로 의미 있다고 했다.그런데, 이렇게 귀한 팔찌를 사 올 줄은 몰랐다... 이 팔찌는 정교한 공예로 만들어졌다. 액세서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강소아조차도 고가의 팔찌라는 걸 쉽게 보아낼 수 있었다.강소아가 주저하는데 최군형이 작게 웃고는 팔찌를 그녀의 팔에 끼워주었다.“우리 집 대대로 내려오는 거예요. 엄마가 그러는데, 며느리에게 주겠대요!”“정말요?”“네! 며느리 보고 싶어서 난리예요.”“그게 아니라요!”“네?”“앞의 말이요... 당신 집 대대로 내려오는 거예요?”최군형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 정도로 귀한 건 아닌데... 안 비싼 거예요, 마음껏 껴요! 이걸 가져온 건, 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예요.”“어떤 마음이요?”강소아는 알면서도 물었다. 입을 열자마자 얼굴이 빨개졌다.최군형은 이 틈을 타 강소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그는 드디어 당당하게 그녀의 방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모든 게 완벽했다. 강소준은 학원에 갔고, 강소아의 부모는 가게에 있었기에 집에는 그들 둘뿐이었다.최군형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그녀의 체취를 맡았다. 마음이 간질거렸다. 그는 약간의 웃음기를 띠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소아 씨... 이게 뭘 의미하는지 정말 모르는 거예요?”“몰라요, 저한테 설명해 줘요!”“네, 좋아요.”최군형은 짓궂게 웃으며 허리를 숙여 입을 맞추려 했다. 한 번 입 맞춘 뒤로 그는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강소아가 뭐라 하든, 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에는 다른 방법을 쓰고 싶지 않았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강소아의 손이 그의 가슴을 약하게 밀쳤다. 최군형은 그녀의 손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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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화
하수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건 강소아와 친해진 후로 그녀가 처음 거절한 일이었다.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최군형의 눈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가득 찼다. 당연히 하수영이 먼저라 하수영에게 팔찌를 끼워줄 줄 알았다. 강소아의 대답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그의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하수영이 작게 웃었다. 두 사람이 일심동체가 된 모습을 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귀한 물건인 거 알아. 내가 가지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 그럼... 그럼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가자, 그건 되지?”하수영이 기대 어린 눈빛으로 강소아를 바라보았다. 강소아는 마음이 약했다. 이렇게 불쌍한 척하고 있으면 강소아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것이었다.게다가 그저 팔찌 하나일 뿐인데, 사진 찍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하수영은 강렬한 직감에 사로잡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팔찌는 분명 일반 팔찌가 아니었다.‘육 선생님이 이걸 알아야 하는데...’하수영은 작게 웃으며 강소아의 팔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강소아는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피하더니 팔찌를 빼 최군형에게 쥐어주었다.“군형 씨, 이렇게 귀한 건 넣어두는 게 좋겠어요. 이러다 망가뜨리면 큰일 나요.”최군형은 어리둥절하게 있다가는 이내 웃음을 지으며 계단을 올라갔다.하수영이 놀란 듯 입을 열었다.“소아야, 너...”최군형이 방에 들어간 뒤에야 강소아는 머쓱하게 웃으며 하수영의 팔을 잡아끌었다.“미안해!”하수영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뿌리쳤다.“수영아! 그거... 군형 씨가 준 거라서 다른 사람이 끼는 것도, 사진 찍는 것도 싫어. 이해해 줘.”“사랑 얻은 지 얼마나 됐다고 우정을 잃은 거야? 팔찌 하나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래! 나도 남친 생기면 한가득 사달라고 할 거야!”“응! 군형 씨 말 들어보니 그 팔찌 별로 비싼 것도 아니래. 지금도 충분히 살 수 있어!”강소아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하수영에게 미안했기에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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